2017년 나라 살림살이 예산 400조 원이 발표되자 표면적으로는 ‘슈퍼 예산’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평가는 정부 예산안 규모가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었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은 2016년 예산안 395조 3000억 원에 비해 1.4%(5조 4000억 원) 오른 정도로, 사회보험 등 자연증가분이 2조 원대를 웃도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저성장 기조에 소극적인 재정 편성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보다 설득력 있다.

정치권에서 내년에는 나라 빚이 2012년 대비 50%이상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동시에 증세는 없다고 못 박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도 부각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가능한가?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 후반기가 지나고 있지만, 약속한 복지정책들이 줄줄이 후퇴되면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는 것도 사실이다.

18대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5년간 세출을 줄여 81.5조원, 세입을 늘려 53조원을 더한 134.5조원(연평균 27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장담해 왔다. 2013년 집권 초기에는 ‘박근혜 정부 공약 가계부’까지 발표하며, 세입과 세출 관리만으로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해왔다(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 2012).

그러나 지난 4년 국정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초등 온종일돌봄, 4대중증질환 비급여 부담, 반값등록금 등 대부분의 공약이 애초 시행하기로 했던 공약보다 후퇴된 채 시행되거나, 고교 무상 교육처럼 아예 시작조차 못한 채 폐기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초부터 계획대로 재정 수입과 지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기 막바지에 들어서 부처마다 세출을 줄이기 위해 사업을 축소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한편에서는 세입을 늘리기 위해 역대 정부 중에 세법이 가장 복잡해져 일을 처리하는 담당자조차 어려워 골치가 아프다는 푸념까지 들린다.

‘복잡한 세법, 더 걷힌 세금’ 납득 안돼

2016년 1~6월 재정통계를 보면 전년 대비 국세수입의 징수 속도가 빨라진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간 대비 19조원이 늘었다. 그 수입은 소득세 4.9조원, 법인세 5.9조원, 부가세 5.8조원 등을 통해 거둔 덕분이다(기획재정부, 2016.8).

그렇다고 정부 수입이 늘었다고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그동안 늘어난 정부 수입은 기업 부담보다는 근로자 부담에 의존해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에 기초해 보면, 총 세수는 2011년 180조원이었으나, 2015년 208조원으로 2011년 대비해 2015년의 총 세수는 15.5%가 늘었다. 이 가운데 소득세는 2011년 43조원에서 2015년 62조원으로 46.3%가 많아졌다. 세입이 늘어난 데는 근로소득세가 2015년 28조원으로 2011년 대비 49.5%나 급증했다.

반면, 법인세는 2015년 45조원으로 2011년 대비 0.3% 늘어난데 그쳤고, 총 세수 대비 법인세율은 2011년 25%에서 2015년 현재 22%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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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증세를 말하지 않았지만, 정부 수입은 소득세 증가에 의존해온 것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전보다 복잡한 셈법에 의해 소득세가 늘었다. 근로자 임금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소득세가 늘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분석해보면, 전반적으로 가계의 소득 증가는 체감물가를 감안해보면 정체된 것과 다름없다. 전년 대비 소득 증가율은 2012년부터 계속 하락세로 2013년 2.1%, 2014년 3.4%, 2015년 1.6%로, 전년대비 임금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다 소득 증가도 더딘 현실에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쥐어짜듯 세금을 거뒀다고 느끼는 게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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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혜택 증가, 사내유보금 쌓여가도 법인세 인하

연간 신고된 수입액이 1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공제감면혜택의 70%이상이 몰린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2013년 법인세 공제감면세액이 총 9조 3000억 원에 이르는데, 이 중 6조 5000억 원이 대기업에 돌아갔다. 대기업에 법인세 공제감면 혜택까지 늘어나면서 기업 안에 쌓아가는 이윤인 사내유보금의 규모만 커지고 있다(충북청주 경실련, 2015.3).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보면, 30대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은 47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특히, 30대 대기업 집단의 현금성 자산은 2007년에는 53조 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126조 5000억 원으로 2배 이상 뛴 것이다(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에 대해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에서부터 사내유보금의 공제 대상에서 배당을 제외하고 이 자원이 실질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임금을 올리는데 쓰여야한다는 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실).

이처럼 대기업이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이 기업 경영주와 주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이윤이 고용을 늘리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해 근로자의 소득을 올리는 사회적인 책임과 노력을 다하지 못한데 따른 비난이다.

By |2018-07-02T15:51:30+09:002016/09/05|Categories: 새사연 연구, 이슈진단|Tags: |0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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