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2-5-5-2’ 학제개편안이 여느 대권주자들의 교육 공약보다 더 자주 회자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큰 그림은 유아 2년을 공교육 과정에 포함하고, 초등학교 5년, 중고등 통합과정으로 5년, 2년제 진로탐색학교를 다니는 체계로의 개편이다. 이 내용을 담고 있는 학제개편안을 둘러싸고 전혀 다른 두 갈래의 논의가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일찌감치 제기된 선거연령을 낮추는 움직임과 맞물리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학제개편안이 시행되면 현행 선거 연령을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낮출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아직 선거권을 행사하기에는 만18세는 이르다는 반대의견도 오가고 있다. 올해 대선이 앞당겨질 경우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만19세 청년들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론도 선거연령을 낮추는 움직임에 힘을 주고 있다.

한편 교육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지 고심이 크다. 또다시 교육의 틀만 바꾼다고 지금의 실망스런 공교육이 창의, 인성, 사교육 없는 교육으로 개혁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아 공교육화, 남은 쟁점들

사실 유아의 공교육 연령을 앞당기는 안을 현실화하는 데도 합의해야할 쟁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사실 만3~5세의 교육 및 보육료 일부를 지원하는 누리과정이 지자체의 예산 부족과 정부의 책임 회피로 매해 갈등을 빚고 있다. 유아 교육의 공교육이나 유아 의무교육은 결국 불안정한 예산과 이로 인한 부모들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먼저 합의해야 한다.

다음 쟁점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기부터 제안된 ‘유보통합’(유치원-보육시설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환경에서 과연 유아 2년의 공교육 과정이 도입될 수 있겠느냐는 문제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유보통합위원회가 세워져, 유보통합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부처 통합까지를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유보통합이 현재 어떤 단계에 와있는지조차 확인되고 있지 못하다. 유치원과 보육시설 간 교사 양성과정이 다르고, 이에 따라 처우도 차별화되고 운영체계도 다른 현실에서 유아 대상의 ‘누리과정’이 시설마다 동일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유아 대상의 공교육 과정이 시설마다 질적인 차이가 없도록 교사 양성과정이나 처우, 이원화된 관리 부처를 일원화하는 과정을 먼저 시행한 후 학제개편이 논의되어야지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일선 현장에 야기하는 혼란은 더 클 수 있다.

재정 지원만 더 늘리면 공교육 완성?

유아 공교육의 논의 선상에서 시행된 누리과정과 이에 대한 정부의 공적지원은 ‘국가 책임 유아 교육’의 첫 걸음이었으나, 미완의 상황에 있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지금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최소화하며, 집 가까이에 국공립 기관을 확충하는 등이 절실하다. 현 유아교육은 ‘국가 완전 책임 유아교육’이나 ‘의무교육’이라는 목표를 정하고는 있지만, 목표 대비 우리의 현실은 여러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

단순히 지금보다 공적 지원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유아 공교육의 취지를 살리는데 여러 한계가 있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데 가장 많이 논의되어온 쟁점들 중 ‘유아교육의 부모 부담 경감’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정부의 공적지원 수준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지금보다 국공립 유아교육 기관을 어떻게 확대해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유아의 ‘무상교육’이라고 말하기에 정부의 공적지원은 현실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 원인에는 유아 교육 및 보육기관의 설립형태에 따라 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이 크게 벌어진 때문이다. 현재 유아 교육은 유치원뿐 아니라 다수의 어린이집이 책임지고 있다. 2015년 연말 기준으로 유치원을 다니는 유아(만3~5세)는 68만 2553명, 어린이집을 다니는 유아는 33만 4923명이다(표 1 참고). 부모의 비용 부담이 거의 없는 국공립기관을 이용하는 유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전체 유아의 22.3%에 불과하다. 부모들은 비용 등의 이유로 국공립기관을 선호하지만, 이용이 쉽지 않아 불만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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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사교육 줄이고, 유아 교육 내용 개편해야

이와 동시에 유아 교육 및 보육 기관 안팎으로 파고든 사교육을 관리 감독해 ‘부모의 경제적 부담 경감’에 대한 체감효과를 높이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유아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기본 교육이 끝난 이후에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그 가짓수는 기관마다 차이가 크며, 그 수가 늘어남에 따라 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동시에 증가한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다년간 이뤄진 영유아 교육・보육비, 사교육비 추정 연구를 살펴보면, 정부의 공적 지원이 늘어났음에도 사교육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비용적인 면에서 효과가 크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단 2015년 조사에서 사교육비 개념이 이전과 다르게 정의되면서 지난 조사와 단순 비교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야 한다(표 2 참고).

설립유형과 상관없이 대다수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영어, 수학 등 교과 중심의 특성화프로그램이나 특별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조사에서 영유아 사교육 개념을 달리하더라도, 유아 기관 안에서 이뤄지는 사교육 가짓수의 추이는 이전 년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부모의 자녀 양육에 지출하는 총비용이 크게 줄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위클리_20170222_최정은(도표2)

유아기관 안과 밖에서 이뤄지는 교과 중심의 사교육을 줄이고, 유아 교육의 내용을 유아를 중심에 놓고 다시 세워야 한다. 현 누리과정의 취지가 지나치게 초등연계를 강조하면서 교과 중심의 사교육 프로그램이 유아들에게 강요된 면도 있다. 이는 향후 유아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관 안에서 이뤄지는 특별활동프로그램 수를 줄이고, 누리과정의 내용을 유아의 성장에 맞게 바로잡는 방안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유아 공교육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