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Local Currency)는 일반적으로 법정화폐와 병행되며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공동체화폐(Community Currency), 보완화폐(Complementary Currency), 전환/이행화폐(Transition Currency), 가치절감화폐(Depreciative Currency)와 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현재 세계 35개국에서 약 3000여 개의 지역화폐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경제위기 때 관심을 모았던 지역화페

지역화폐의 시작으로는 1832년 영국 런던에서 도입된 ‘노동증서’가 중요하게 이야기된다. 협동조합의 아버지로도 알려져 있는 로버트 오웬(Robert Owen)이 만든 화폐이다. 상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가치를 평균노동시간으로 환산하여 그만큼의 노동증서를 받고, 다른 참가자가 제공한 상품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결제수단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이후에도 다양한 지역화폐 사례들이 존재했는데, 주로 대공황, 세계대전 등 화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경제위기와 침체시기에 많이 등장하여 효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1990년대 후반 레츠(LETS)나 타임달러(Time Dollar)와 같이 시간에 기반한 현대 지역화폐 모델로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유럽에서 다시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새로운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재정위기를 연이어 겪으면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며, 경제력이 다른 여러 국가들이 유로화라는 하나의 화폐를 사용하면서 통화정책 부재로 인한 어려움 또한 겪고 있다. 때문에 지역화폐를 비롯한 새로운 금융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최근 유럽연합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진행하고 있는 지역화폐 실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역화폐에 대한 유럽연합의 관심

유럽연합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유럽의 기업, 연구자, 정치가,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가한 ‘SPREAD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Sustainable Lifestyles) 2050′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화폐를 정책 수단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삶의 방식이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이기에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2050년까지 유럽을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 결과 △ 정치와 정부의 역할, △ 경제와 통화 시스템, △ 사회혁신, △ 개인들의 태도 변화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중요한 4가지 요인으로 꼽혔다.

그 중에서도 경제와 통화 시스템의 경우, △ 현재의 부채 기반 경제에서 공동체 기반 경제로 전환, △ 지역화폐를 촉진하고 은행시스템의 탈 중심화로 통화 시스템 재구축, △ 투자와 보조금 및 세제의 개편, △ 생태경제학이 주류가 되도록 교육 체계 변화, △ 생산과정에서 최대한 환경을 해치지 않고 생산하도록 기업의 생산 과정 변화 등을 개선 방향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지역화폐와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산업 개발에 집중하고, 2025년부터 2050까지는 지역화폐와 포괄적 경제 모델이 유럽 전역에서 합법화 되는 것을 시기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장기적 정책 전망과 함께 CCIA(Community Currency In Action, 지역화폐실험)라는 지역화폐 설계와 시행을 위한 관련 조직들의 연합체도 만들어졌다. CCIA 역시 유럽연합의 유럽지역개발기금(European Regional Development Fund)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코인(Qoin), 스트로(STRO, Social Trade Organization), 신경제재단(NEF, New Economic Fund)의 지역통화 전문기관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낭트, 영국 런던 램베스의 지방정부, 벨기에와 영국 웨일스의 관련 기관들이 함께하고 있다.

CCIA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유럽내에서 6개의 지역화폐 시범사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기존의 수익 중심 화폐와 경제에 매이지 않고 시간과 상품을 교환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며, 유로나 파운드에 의존하지 않고도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이 연결될 수 있어 공동체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유럽연합, CCIA를 통해 6개 지역화폐 시범사업 진행 중

CCIA가 추진하고 있는 6개 지역화폐 시범사업은 △ 프랑스 낭트의 소낭트(SoNantes) , △ 네덜란드의 트레이드코인(TradeQoin), △ 영국 사우스웨일tm의 스파이스 타임 크레딧(Spice Time Credits),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마키(Makkie), △ 벨기에 림부르흐의 E-포르또모네이(E-Portmonnee), △ 영국 런더의 브릭스톤 파운드(Brixton pound)이다. 현재 운영 중인 화폐도 있고, 아직 준비 중인 화폐도 있다. CCIA는 6개 시범사업 모두 2015년에는 실제 운영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