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헌법 제1조가 제 가치를 발휘하는 때이다.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되는 토대는 국가의 권력이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눠져 견제와 균형을 통해 나라 살림이 운영되게 한 삼권분립의 원칙에 있다. 이는 국가 권력을 독점하거나 몇몇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한 장치였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역사적 과정에서 삼권분립의 원칙이 유명무실한 시대들이 많았다.

오늘날에도 권력 남용의 폐단이 끊이지 않으면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이는 국가의 상당한 권한이 대통령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헌법 제1조에 밝혀져 있듯,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이념은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삼권분립의 제도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이 민주주의 원칙에 서 있지 못해 초래된 문제를 보다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애플비(Paul H. Appleby, 1891~1971)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정책과 행정(Policy and Administration)』1) 에서 국가의 권력이 실질적으로 나눠지고, 통치권자의 행정 권한이 잘못 쓰이지 않으려면 시민을 위해서,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선구적으로 말했다. 이는 정치와 행정에 몸담고 이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라면 새겨 들어야할 대목이다. 그들의 권력이 누구를 위해, 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시사점을 준 본 책을 요약 정리해본다.

경제 대공황, 행정의 역할 적극적으로 변화

애플비2)는 1930년~1940년대 미국 대공황과 전쟁 시기에 십여 년 이상 미국 행정 관료로 지내다가 이후 학계로 자리를 옮기며 미국 행정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루즈벨트 행정부에서 농업장관 비서관직과 농업차관보를 역임하고, 트루먼 행정부에서 미국 예산국 부국장을 거쳤다. 이처럼 대격변기에 행정 경험을 쌓은 이후 시러큐스대 맥스웰 학교 시민권과 공공문제 학장으로 재직하며 공공사업과 정책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학술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치행정이원론에 반론을 제기하며 정치행정일원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는 이전과 다르게 국가의 결정과정에서 행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데 시민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정책이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 것이고, 행정은 낮은 수준에서 일을 집행하는데 그치던 관점과 달리해, 정책과 행정을 모든 수준에서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 ‘행정(administration)은 정책결정(policy-making)뿐 아니라 집행(execution)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다시 정의하고 있다. 관리(management)는 정책결정과 집행의 혼합이긴 하나, 보다 낮은 수준에서 최소한의 정책결정에 의한 집행을 지칭한다. 공공행정(public administration)은 정책결정과 관리가 혼합된 형태로, 입법적, 사법적, 대중선거에 의한 정책 결정 차원이며 대다수 대통령의 정책결정이 그러하다.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미국 정부는 8가지 정치적 절차로 운영되고 있다. ① 대통령 임명(presidential nominating), ② 일반 임명(general nominating), ③ 선거(electoral), ④ 입법(legislative), ⑤ 사법(judicial), ⑥ 정당 유지 및 운영(party maintenance and operation), ⑦ 선동적인(agitational), ⑧ 행정 및 집행적(administrative or executive) 절차이다. 모든 정치 기관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정치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간다. 이 장에서는 행정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방식을 탐색하는데 목적이 있다. 8가지 정치 과정에서 다양한 기관, 공무원의 참여 수준은 단일하지 않다.

전문가의 역할 확대, 행정과 연결 중요

공공행정의 주요 기능은 사회 서비스 안의 정치인의 역할과 전문가의 역할을 조화롭게 만들고 연결하는 일이다. 정치 행정가는 탁월한 정치적, 조직적인 결합자이다. 물론 최상위의 행정가의 역할이 낮은 지위의 행정가보다 더 정치적이긴 하다. 이는 전체 정부 영역, 시민, 정부 기관, 정치 절차에 보다 더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행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역할은 더 명확해져야 하고, 행정에서 전문가와의 관계에 관심이 필요하다. 행정기관 내 낮은 수준에서 전문가와 행정가의 역할이 쉽게 결합되며, 전문적인 정보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도 영향이 준다. 이렇듯 전문가의 역할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다. 행정은 대중의 힘과 의식에 대한 무게나 조정과 관련있다. 정부 내부의 모든 행정과 모든 정책 결정은 정치적이며 정부적이다. 정당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일반화하고 단순화하여 시민들의 선택 범위를 좁히고 명확히 하는 예비 메커니즘인데 반해, 행정부는 보다 다양하고, 더 구체적이며 세부적인 문제를 다룬다.

모든 부분에서 정책결정과 행정은 하나의 작업이다. 프로그램과 관계된 조직의 일부는 행정과 연관되어 있고, 행정과 관계된 조직의 부분들은 프로그램과 관계가 있다. 조직과 구조는 관련된 개념이다. 구조 없는 조직이 없으며, 구조는 조직의 본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행정 계층(administrative hierarchy)은 대중적인 요구의 메시지를 받는 기관이며, 그 내용들은 대부분 반대의견이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고 조정하며, 그 과정 안에서 다른 대중의 요구와 기대를 담아 신중하게 관점과 원칙을 넣는다.

증대된 권력, 견제와 균형으로 통제

정부의 증대된 힘은 행정 과정에서 이뤄지는 정책 결정에 의해 불가피하게 행사된다. 이러한 행정권이 민주적 전통이나 이상과 조화를 이루며 수행될 수 있을지는 논의 지점이다. 정부가 행정권을 소유하고 행사하는데 대한 우려는 당연히 현대의 총체적인 견제와 균형, 절차가 다원적 가치를 계속 견지해 가는데 적절한지이다. 이는 행정부 내 관련의 자의적인 행동을 막는 견제와 균형과 관련되어 있다. 행정권이 광범위해지고 더 많이 영향과 통제를 받는 건 정부 권력의 한 면모이다. 그 힘은 협력하며 쓰인다. 이는 상당한 정도로 정부 내 부분들과 상호작용에 의해 스스로 통제가 되며, 또한 전체와 부분 모두 정치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정치와 행정이 혼재되어 있다면, 자유주의 체제에서 행정과 보수적인 체제에서 행정 간에 구분되는 차이는 명확하다. 자유주의 체제에서 행정은 새로운 일을 하고, 옛 방식을 바꾸려는 데 반면, 보수적 행정은 그러한 의지가 덜하다. 자유주의 체제 행정에서는 보수적인 체제 행정보다 상상력, 대담함과 창조성에 여지를 둔 정책 실현이 가능하다. 자유주의 체제 행정은 새롭게 보이는 대상을 향한 움직임에 집중하는 반면, 보수적 체제 행정은 오랫동안 친숙한 대상을 지원하는데 쏟는다. 행정 과정에 영향을 주는 정책 변화는 선거, 선거 기대, 리더십 변화의 반영, 대중적 감정 변화의 반영에 이어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체제의 행정이거나 보수적 체제에서 행정의 성격은 당시 리더십에 의해 수정된 정치적 합의의 직접적인 산물이기도 하다.

정부의 주된 관심은 시민이어야

이제까지 본 행정은 정책결정 과정과 정치 과정과 다르지 않다. 정부를 운영하는데 일반적인 고려 사항에서 주 관심사는 시민이어야 한다.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질문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정치 기관은 중요한 대중매체이다. 모든 시민의 이익을 고려해 이슈를 일반화하고, 응답을 모아내고, 선택의 범위를 좁히고, 다수의 합의와 동의를 확립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시민의 영향은 각 기관마다 똑같지 않다. 시민은 의회와 같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계속 위임하고 있다. 일부는 법원에, 일부는 입법부에, 일부는 행정 관료와 기관에. 시민들은 당 안과 밖의 활동이나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 정책은 정책결정을 이르지만, 이것이 마음대로 독점되거나 고립된 정책결정은 아니다. 공공정책은 사람들이 달성하고 통제하는 수많은 기본적인 정치과정 중 하나이다.

1) Paul H. Appleby, Policy and Administration, the university of Alabama press, 1949.

2) 애플비의 저서로는 『거대 민주주의』(1947), 『정책과 행정』(1949), 『도덕과 행정』(1952), 『주권자로서 시민』(196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