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의 시작은 여느 해와 분명히 달랐다. 새해를 맞아야 할 대한민국의 시계는 매일같이 새롭게 밝혀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과거 시간대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간 국정운영은 ‘불통’으로 일관되었다. 그러나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으리라곤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그 ‘불통’의 시간 안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무고한 학생들과 탑승객들이 희생당하였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시민들이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대형 사고가 벌어졌다.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긴급 재난 상황에서 대한민국 최고 통치권자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역할을 못 했는지 이제야 그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세월호 아이들이 생사를 오가던 ‘7시간’동안 청와대는 왜 손 놓고 있었는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는데 동조한 문화계 인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그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난 석 달간 대한민국에서는 박근혜 게이트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은 각계각층의 인사 청탁과 비리로 물들어져 있었고, 소수 권력층의 잇속을 채우기에 바빴다. 정부와 기업, 문화, 교육, 경찰 등에 만연된 인사 비리에서 대학입시 부정까지 권력이 개입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정권의 입맛을 맞추지 않으려는 사람은 스스로 직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입시에 여념이 없던 수험생들, 경쟁사회에 내몰린 청년세대에게 이 부정한 현실은 너무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어디 그 뿐인가. 인양은커녕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로 세월호 참사는 1000일을 맞았다.

부가 부를 불리고, 상위 1%의 권력이 대한민국을 움직였다는 사실에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고 있다.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는 수십만 개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가 열려 관계자 청문회가 잇따르고 있고, 특검팀은 국정농단에 공범한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수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서두르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불안한 노동시장, 협소해진 사회안전망에 최근 정재계 게이트까지 겹치면서 사회 불안은 더 커져만 간다. 자살률 세계 최고, 노인빈곤율 세계 최고, 저출산율 세계 최고에 사회 불신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위험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 사회 안전핀 역할을 해온 사회복지망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직격탄을 맞으며 후퇴한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갈등’의 복지로 전락

박근혜 정부는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기조를 전면에 내걸었으나, 이는 결국 ‘갈등의 복지’로 한계를 드러내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이름 그대로 개인이 맞닥뜨린 생애에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협소한 복지 예산에 복지공약은 줄줄이 뒷걸음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지자체나 개인에게 전가되면서 매해 복지 책임을 둘러싸고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현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줄곧 강조했다. 국정 5년간 세출을 줄여 81.5조원, 세입을 늘려 53조 원을 더한 134.5조 원(연평균 27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2013년 집권 초기에는 ‘박근혜 정부 공약 가계부’까지 발표하며, 세입과 세출 관리만으로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공약을 이행하겠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약속한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초등 온종일돌봄, 4대중증질환 비급여 부담, 반값등록금 등 대부분이 애초 시행하기로 했던 수준보다 후퇴 하였다. 심지어 고교 무상 교육처럼 아예 시작도 못한 공약도 있다.

이제는 ‘증세 없는 복지’가 사실상 불가능했음을 인정하는 것만 남아있다. 재정 수입과 지출은 현 정부의 임기 초기부터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임기 막바지에 들어서 부처마다 세출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기에 바빴다. 지난 4년간 세입 측면에서 기업의 책임은 축소 된 반면, 경기불황에 소득마저 정체된 근로자부담은 더욱 무거워졌다. 정부 세입 중 근로소득세는 2015년에 28조원을 기록하여 2011년 대비 49.5%나 급증했다. 이에 반해 세입 중 법인세는 2015년 45조원으로 2011년 대비 0.3% 늘어난데 그쳤고, 총세수 대비 법인세율은 2011년 25%에서 2015년 현재 22%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정부가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입법화하면서 ‘건전재정’이나 ‘균형재정’을 내세워 세출마저 조이고 있다. 이는 경제 악화로 세수마저 줄어들 전망에 따라 향후 재정 악화를 고려해 만든 대비책으로, 국가채무비중을 GDP 대비 45%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안을 담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세출마저 조이면서 위험사회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의무지출 비중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새로운 위험에 써야할 재정 여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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