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518) 성과주의, 공공부문을 ‘망하게’ 하는 방법
#1. 작년 초 모 대학 경영학과 교수와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재밌는 농담을 들려주겠다면서 “잘 나가는 친구의 회사를 망하게 하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라면서 웃음기 띤 채로 묻기에 “어떻게 해야 되는데요?”라면서 호기심을 담아 되물었다. “경영컨설팅을 받으라고 제안하고 KPI를 도입하도록 하면 반쯤은 성공이죠.”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여기저기 퍼지기 시작한 목적경영(management by objectives; MBO)을 이루기 위한 방법론의 하나이다. 경영학에서는 ‘미래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핵심지표들을 묶은 평가기준’이라 가르친다고 들었다. 목적경영은 피터 드러커가 1954년에 발표한 저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에 소개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된 개념이다.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분명하고, 측정가능하며, 누구나 쉽게 동의하고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성과경영(management by results; MBR)이라고도 불리는 듯하다. 경영학에서 일반화된 방법이 어떻게 기업을 [...]
위클리펀치(517) 브렉시트는 곧 EU의 한계, 지속가능성 논의 불가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로 유럽은 물론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영국민들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데 따른 경제적인 파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대로 지속가능한가? 그리고 영국의 브렉시트가 과연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인가? 유럽통합의 역사 보면 브렉시트 이해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사로 결합한 정승일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21일에 열린 새사연 확신광장에서 영국의 브렉시트는 불안한 유럽연합 체제의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952년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로 시작된 유럽통합의 여정은 서로 다른 유럽이 국경을 넘나들도록 허용한 역사였다. 유럽연합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 안에서 사람의 이동, 자본의 이동, 상품과 소비세의 이동이 한층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유럽의 경제위기와 국가 간 경제력의 차이가 오히려 이동의 쏠림을 낳다보니, 영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난민과 이민자의 유입이 늘었다. 특히 소련이 붕괴된 후 동유럽 국가가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래로, 폴란드 이민자들이 영국 [...]
위클리펀치(516) 브렉시트, 그리고 ‘통합적 리더십’
최근 전 세계를 달군 최고의 뉴스는 단연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이와 관련된 관측의 대부분은 밝기 보다는 어두운 쪽으로 쏠려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섬나라 영국은 유럽 대륙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해양 제국으로서 독보적 지위를 누려 왔었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은 나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은 엘리자베스 1세 때였다. 그 시기 단 하나의 사건이 역사의 흐름이 바꾸어 놓았다. 1587년 칼레 해전에서 영국 해군이 스페인 무적함대(아르마다)를 격파한 것이다. 당시까지 유럽을 호령하던 초강대국은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은 신대륙 개척을 주도하면서 무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를 뒷받침했던 것이 다름 아닌 무적함대로 대표되는 막강한 해군력이었다. 무적함대는 적선에 접근해 백병전을 전개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영국 해군은 규모나 백병전 능력에서는 무적함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한 조건에서 [...]
위클리펀치(515) 최저임금 인상, 해고를 부르는 독배인가?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것을 보니 2017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임박했나 보다. 한경연은 1984년 전경련 산하의 ‘경제·기술조사센터’가 확대 개편되어 설립된 민간연구기관으로 ‘자유시장경제 이념을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발전과 기업하기 좋은 제도적 환경조성을 위한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것을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 최저임금 인상 = 일자리 상실 ” 지난 7월 1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경연은 ‘최저임금인상과 산업별, 연령별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 연령별로는 60세 이상과 29세 이하 근로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했다고 한다. 즉, 최저임금 인상이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또는 해당 연령대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의 실직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앞서 6월 18일 한경연이 주최한 정책세미나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경쟁과 그 폐해’의 발제문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고용재앙’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해당 발제문은 최저임금을 1만 [...]
위클리펀치 (514) 위험의 외주화 속, 운 좋게 살아남은 오늘
광고판 뒤에 가려진 죽음 지난주 SBS의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5월 28일에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다루었다. 그 사고가 난 지 불과 며칠 전에 구의역에 다녀왔던 터라 뉴스매체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사고의 피해자가 19살, 소년과 청년의 언저리에 있는 하청업체 직원임을 알고는 청년 노동문제를 작년부터 집중해서 다루었던 입장에서 더욱 감정이입이 되어 분한 마음이 일었다. 그러나 슬프고 분한 것이 지나고 나자 묘한 기시감이 들며 몇 년 전에도 이런 사고가 있지 않았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바로 2013년 성수역 사고와 2015년 강남역 사고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이 세 건의 2호선 스크린도어에서 발생한 사고를 모두 다루며 왜 같은 사고로 희생자가 지속해서 발생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전하였다. 방송에서 지적한 부분은 크게 3가지였다. 첫 째, 비현실적인 안전규칙과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장 환경. 둘 째, 부실 [...]
위클리펀치 (513) 시민을 위한 행정 혹은 폭군의 길
#1. 기원전 1000년경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제신(帝辛)은 시쳇말로 꽃미남이었으며 총명하고 언변이 뛰어났다. 게다가 힘까지 장사였으니 후대의 부러움을 살 만한 문무겸비의 재목이었다. 제신은 천지신명에게 충실하게 제사를 지냈고 동쪽의 오랑캐를 평정해 은나라의 국세는 날로 왕성하게 되었다. 또한 전통적 제사방법인 인신공양을 폐지하여 잔인한 풍속을 시정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제신이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자신의 우월함에도 있겠으나, 형제나 숙부 등에게 계승되기도 하여 어지러웠던 왕위의 상속이 네 차례에 걸쳐 부자지간에 이뤄지게 되면서 정국이 안정된 것에도 기인하였다. 더군다나 제신은 적장자로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그 옛날에 누가 제신의 권위에 맞설 수 있었겠는가.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라고 했다. 제신의 은나라가 강성해질수록 주변 소국은 위축되고 크나큰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청동기로 무장한 제신의 군사들은 반발하는 주변국들을 유린하고 재물을 빼앗았으며 수많은 포로들을 거두어 노예로 삼았다. 은나라에 대한 원망이 날로 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