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브렉시트(Brexit)로 유럽은 물론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영국민들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데 따른 경제적인 파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대로 지속가능한가? 그리고 영국의 브렉시트가 과연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인가?

유럽통합의 역사 보면 브렉시트 이해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사로 결합한 정승일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21일에 열린 새사연 확신광장에서 영국의 브렉시트는 불안한 유럽연합 체제의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1952년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로 시작된 유럽통합의 여정은 서로 다른 유럽이 국경을 넘나들도록 허용한 역사였다. 유럽연합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 안에서 사람의 이동, 자본의 이동, 상품과 소비세의 이동이 한층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유럽의 경제위기와 국가 간 경제력의 차이가 오히려 이동의 쏠림을 낳다보니, 영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난민과 이민자의 유입이 늘었다. 특히 소련이 붕괴된 후 동유럽 국가가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이래로, 폴란드 이민자들이 영국 노동력의 상당부분을 흡수하면서 자국민과의 마찰이 커졌다.

그렇다면 유럽연합 체제가 이 같은 갈등을 줄이고,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어려운 국가를 지원할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영국의 브렉시트는 하나의 유럽을 이루려던 유럽연합 체제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그 영향은 향후 2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마저 전망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이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사태는 유럽이나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하는 논의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유로존, 신자유주의와 다를 바 없어

정승일 소장은 영국의 브렉시트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고 말한다. 현 유로존 체제는 사람의 이동을 빼고선 신자유주의 무역협정(FTA)과 닮아있다고 말한다.

그는 유럽연합(EU)에서 별 하나가 떨어진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에 이어 다른 국가들도 유럽연합 이탈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하나의 유럽을 만들자는 애초의 목적을 이루려면 유럽연방공화국과 같은 새로운 방향의 공론화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전한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는 난민이나 이민자 보다 경제위기를 구실로 긴축재정을 통해 반(反)복지와 반(反)노동 정책을 펴는 정부 정책의 문제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인용하며 정승일 소장은 동남아시아 노동력이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임금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비정규직 정책과 노동유연화 문제가 더 근본이라는 점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유럽연합의 지속가능성, 대안은 없나?

유럽연합이 지향하는 질서자유주의 한계는 명백하다고 한다. 그리스가 경제위기에 놓인 당시에도 공적자금 투입여부를 독일 정부에 물어봐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한계를 보더라도 그는 단일통화의 유통을 넘어 재정통합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럽연방 부가가치세를 신설해 어려운 국가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영국을 뒤이은 이탈국이 생길 때마다 유럽이나 세계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유로존 체제에서 경제 문제 등을 분배할 정치세력이 있는가에 대한 참석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승일 소장은 “유럽 경제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몇 개국은 이미 붕괴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 국가로 본다면 정부가 재정을 마련해 가난한 지역에 인프라를 만들고, 산업정책 등을 펴야한다. 그러나 한 나라 안에서도 어려운 일인데 큰 유럽에서는 더 어려울 것이다. 만일 국가가 아니라면 유럽연방국가나 집행위원회가 그 권한을 가져야 하나, 현재 조세권한 등이 없다. 이런 결정을 할 때마다 독일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과정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그렇다고 유럽연방으로 갈 경우, 각국의 입법권한 일부를 받아 예결산 권한을 넘겨받을 수 있으나 또 딜레마가 남는다. 과연 국민국가가 연방국가로 옮겨갈 수 있느냐의 문제다. 정치통합을 미루고 화폐통합만으로 유럽연합의 현 체제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유럽의 역사와 영국의 브렉시트, 향후 유럽연합 체제의 대안을 다루기에 2시간 강연 시간은 짧았다. 본 강연에서 시간상 여의치 않아 미진했던 국제자본의 이동에 대해서는 추가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영국의 브렉시트에 관심을 갖고, 국제 시민사회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이어갈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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