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506) 죽음의 행렬을 멈춘 ‘공동체복지’를 만나다

By | 2018-07-02T15:52:57+00:00 2016.05.11.|Tags: , |

뭣 하러 왔는가. 여기 저기 곧 다 죽는다

3년 안에 16번의 장례식을 치르던 전남 영광의 농촌마을이 다시 온기를 찾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정부의 부분적인 복지 지원으로 과연 농촌과 농업이 살아날 수 있을까라는 화두는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희망을 잃은 농촌과 마을 어르신들은 그저 4년마다 돌아오는 정치 무대에 올랐다 곧 폐기되는 대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던 농촌마을이 생기를 되찾기까지 여민동락공동체의 동행이 있었다. 그 시작을 연 강위원 여민동락공동체 대표살림꾼은 전남 광주 광산구 ‘더불어락(樂) 노인복지관’을 자립형 지역공동체 복지관으로 바꿔낸 관장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강위원 더불어락(樂)노인복지관 전 관장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초기 광주지부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5월3일. <새사연 확신광장에서> 공동체 만들기와 노인복지에 애쓰는 열의 넘치는 시민들과 만나 강위원 여민동락공동체 대표살림꾼으로부터 지난 8년간 쌓인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가족들과 농촌생활을 시작한 터라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보다도 잿빛 농촌마을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사명감이 남달랐다. 그는 42개 자연마을을 돌며 2000여명에 달하는 어르신들과의 만남을 자청했다. 한 손에는 수첩을, 다른 한 손에는 걸레를 들고 입가에는 미소를 잃지 말자는 다짐으로 농촌을 살리는 답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두 가지 값진 일을 벌였다고 한다. 먼저 고령의 어르신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는 ‘동락점빵’이 생겼다. 기존 가게와 다르다면 동네 어르신들의 집으로 물품을 직접 배달하며 그들의 불편함도 점검하는 이동형 탑차이며, 이문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 남다르다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학교살리기’다. 나이든 마을에서 어떤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듯, 폐교위기에 처한 20여명 안팎의 학교를 100여명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재탄생시켰다.

노인복지관 블랙리스트 13, 선봉장이 되다

농촌공동체가 자립하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면 광주 광산구의 더불어락(樂) 노인복지관이 어르신을 중심으로 자립하기까지는 또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했다. 예산이 부족해 자비까지 들여가며 일군 농촌공동체와 다르게 도심 속 노인복지관의 재정은 풍족했다. 그러나 어르신들을 수혜의 대상으로 보는 기존 복지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분노 조절이 안 돼 다툼이 잦은 어르신들과 일에 대한 회의감에 행복을 잃은 사회복지사들 모두에게 강위원 전 관장의 공동체복지의 경험은 중요하게 작용했다.

‘마을에서 어르신 한 분을 잃으면 큰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 같다’는 복지철학으로 더불어락(樂) 노인복지관은 새로운 틀로 옮겨갔다. ‘어르신을 존엄하게 대우하면, 그가 존엄하게 헌신하신다’는 경험을 십분 살려 더불어락(樂) 노인복지관을 자립형 노인복지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에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복지관장을 맡자마자 접한 주의해야할 어르신 블랙리스트 13인은 5년의 세월을 거쳐 현재 자립형 복지관의 선봉장이 되었다.

강위원 대표살림꾼은 어르신들의 자치와 민주주의 과정이 복지관을 움직인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한 예로, 복지관의 밥값을 1000원에서 얼마 더 올리는데 몇 차례의 실패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밥값 인상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이와 관련된 회계 자료를 모두 어르신들에게 공개를 했다고 한다. 어르신들 중에 회계에 밝으신 분이 현행대로는 운영이 어렵고 500원을 더 올리는 게 합당하다는 판단과 다른 분들의 동의도 얻어낸 과정은 수많은 일화 중 하나다.

이렇듯 어르신들의 힘을 믿고 정보를 공유했더니 그동안 못해낸 일들이 하나씩 바뀌어 나갔다. 1층에 죽은 공간을 어르신들의 건축 재능과 자금으로 북카페로 바꿨다. 어르신들이 직접 기획하고 설계하며, 십시일반 돈을 모아 1년 만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얼마든지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었지만, 어르신들이 복지관의 주체가 되는 경험이 중요했다. 이 경험은 이후 동네시장에서 팥죽가게와 두부공장을 여는 기회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자치의 경험과 힘 덕분에 지금은 한시적으로 관장 없이 어르신과 사회복지사들이 머리를 맞대며 운영되고 있다.

그는 자치회를 열어 당사자들이 결정할 권리를 줬을 뿐이라고 한다. 생사의 기로에 선 어르신의 제안으로 문을 연 협동조합형 팥죽가게는 실패의 고비를 넘으며 자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이며, 사회복지사들은 최고의 복지모델에 대한 자부심으로 일한다는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한국형 공동체복지, 지역이 실험 무대다

그는 농촌이 살려면 문화, 경제, 교육 등을 살려내야 하듯 이 모두가 공동체복지 본연의 모습이라고 믿는다. 공동체가 가진 복지력, 자치력, 주민력 등을 살려내는 것, 이를 강화하는 복지가 앞으로 한국형 복지 모델의 새 방향으로도 시사점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 중심, 관행적인 복지의 외피를 벗어 지속가능한 복지모델로서의 의미가 충분히 공감되었다. 어르신을 대상자에서 주체로, 자주적인 노인으로, 존엄한 어르신으로, 공동체의 원로로 모시면서 기존의 복지를 자치와 민주주의 방식으로 성공시킨 광산구 더불어락(樂)노인복지관의 사례는 고령화사회를 대비해야 하는 지역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어르신이 죽음을 향해 달리지 않고, 삶의 주인이 되는 변화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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