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인 10월 12일에 마포시민협력플랫폼과 대안주택포럼(가칭) 공동주최로 ‘제2차 공유를 부르는 토지와 주택 포럼’이 열렸다. 약 세 시간에 걸쳐 ‘함께주택협동조합 지불가능가격 원칙잡기’와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주택가격’이라는 주제의 발제와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전은호 토지+자유연구소 시민자산화지원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지불가능가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주택가격을 정하는 기준을 크게 시세기준, 원가기준, 소득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시장논리에 따라 시세기준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세를 사람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없다면 결코 ‘합리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전은호 센터장은 ‘주거비용을 부담하고 난 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을 뜻하는 ‘잔여소득기준’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제 ‘사람을 중심에 둔’ 주택가격을 살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요즘에는 경제를 논함에 있어서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 생소한데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결코 아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 “사람이 항상 자신의 노동에 의해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면, 그의 임금은 적어도 그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충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임금은 이것보다 좀 더 많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자기 가족을 부양할 수 없을 것이며, 노동자 계급은 제1세대를 넘어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그의 저서 전반에 걸쳐 이런 기조는 변치 않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본론> 중간에 딱 한 번 언급된 ‘보이지 않는 손’만 왜곡된 ‘자유방임주의’로 변조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경제를 해석하면 토지 자체로부터 파생되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다. 토지는 인간의 노력이 아닌 자연이 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를 사유화할 철학적 정당성이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한 경제학자가 <진보와 빈곤>의 저자 헨리 조지이다. 그는 물질적 진보가 진행되어 생산량이 늘어나는데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는 현상에 대해 주목하였다. 이는 자본주의의 붕괴를 의미하는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연구 끝에 헨리 조지가 내린 결론은 ‘토지 자체를 매개로 하는 불로소득의 급격한 상승이 자본주의 붕괴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대의 경제학자들은 토지를 자본의 한 형태로 치부한다. 쉽게 말해서 1백만 원이라는 가격이 매겨진 토지를 1백만 원의 현금이나 1백만 원짜리 물품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의 특성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이런 가정이 매우 비합리적임을 간파할 수 있다. 앞서 서술하였듯이 토지는 천부적이다. 토지 자체는 인간의 노력으로 공급을 증가시킬 수도 없고 사용한다고 소모되지도 않는다. 즉 비탄력적이다. 또한 이동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부동산에 속한다. 그리고 토지를 대신할 수 있는 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토지의 특성으로 인해 경제의 3요소 중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요성으로 인해 토지를 소유하면서 얻게 되는 이익은 막대하다. 그런데 그 이익은 토지소유자의 노력이 아니라 그 토지를 빌려 쓰는 사람들의 노력에 기댄 것이다. 즉 경제활동의 과실을 토지소유자들이 가로채는 셈이다. 이렇게 불로소득으로 빠져나가는 손실이 커질수록 사회전체의 빈곤은 심화되고 자본주의의 발전이 지체된다는 것이 헨리 조지의 연구결과였다.

오래 전부터 기득권은 이런 연구를 뒤집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핵심은 ‘토지는 자본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따라서 토지를 통해 취하는 소득도 다른 소득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신고전학파로 분류되는 무수히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에 동조하여 현재와 같은 주류경제학을 만들었다. 결국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경제교과서에서 토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로 다루고 있지 않는 지경이 되었다.

토지의 불로소득으로 인한 경제 파탄을 절감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서민들이 도저히 부담할 수 없는 주택가격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정상적인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재화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수요와 공급에 따라 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지면서 균형가격에 도달해야 한다.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뜻한다. 주택가격이 그러하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여러 부조리와 적폐가 작용하였겠지만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주택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막대한 불로소득이며, 그 중 상당량은 토지가격에 해당한다.

주택가격을 이론적으로 분해하면, 토지원가, 건축원가, 매매비용, 이윤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 항목 중 토지원가와 이윤으로 지불되는 금액이 토지소유자 등의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건전한 자본주의를 지탱하기 위한 ‘정의로운’ 주택가격은 토지원가와 이윤이 최소한으로 감소된 가격이다. 그래야 주택을 건설하는 경제활동에 기여한 주체들에게 소득을 정의롭게 배분하면서 주택의 수요자들도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즉 정의로운 주택가격은 건축원가와 매매비용 수준에 근접하는 가격이어야 한다.

그런데 저소득계층의 경우에는 건축원가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의로운 가격만 내세우면 경제적 약자들은 품질이 낮은 주택에 거주하거나 주택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양질의 주택을 수요자의 경제적 수준에 맞추어 제공하기 위한 ‘합리적인’ 주택가격, 즉 지불가능한 주택가격도 고려하여야 한다.

국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의로운 주택가격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쓰이는 것은 ‘토지가치공유제’이다. 간단히 이해하자면 ‘공공이 토지사용권을 부여’하여 토지를 매개로 한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아직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토지임대부방식이 이와 유사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합리적인 주택가격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주거비와 건축비를 보조하는 정책이 쓰인다. 이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이 ‘토지의 소유를 통해 파생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토지가치세제’이다. 참여정부에서 도입한 보유세가 이와 유사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경제학계를 중심으로 의식화 된 인식이 쉽게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주택가격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우리의 경제도 기나긴 불황의 터널에서 탈출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