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감시 부재에 뒤따르는 비리, 언제까지 용납할 것인가
최근 드러난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에서 드러나듯이, 공공영역에 대한 사회적 감시 부재는 필연적으로 부패로 이어진다. 공공영역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견제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필수 요소이다. LH 직원들의 공공개발계획을 이용한 조직적인 투기행위가 드러난 후 전 국민이 분노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박빙이었던 보궐선거 후보자 간의 지지율이 크게 뒤집어져서 여당 후보는 야당 후보 누구와 견주어도 10% 이상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촛불혁명과 총선에서의 승리가 무색할 지경이다. 경중을 떠나서 공공정책을 집행하는 자들이 공공정보를 활용하여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운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이에 대한 주권자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분노로만 그쳐서는 이런 비리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익히 알 수 있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감시로 굴러간다.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에는 여말선초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군상이 등장한다. 그 [...]
마을공동체, 주민참여, 협치 – 새로운 시장에게 요구해야 할 기본가치
4주 후에 서울시와 부산시의 시장 보궐선거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광진구마을자치센터'에서 '우리가 원하는 서울'이라는 뉴스레터를 내었습니다. 46명의 주민의 소망을 담은 내용입니다.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인 '마을공동체, 주민참여, 협치 - 새로운 시장에게 요구해야 할 기본가치'를 공유합니다. 뉴스레터 전문은 광진구마을자치센터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전문 : https://blog.naver.com/gjmaza/222268603370 도시계획이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여겨지던 시절이 있습니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쓱쓱 그려낸 청사진이 그대로 빌딩이 되고 도로가 되고 공원이 된다고 생각하였지요. 하지만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몇몇 전문가가 끙끙댄다고 복잡한 도시문제가 풀릴 리 없지요. 한편 전문가의 합리적인 판단이라 여겨지던 것이 실상은 일부 기득권의 압력에 따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는 대기업, 중산층, 기타 기득권의 이익에 부합하는 개발정책을 펼치는 현상이 드러납니다. 직접적인 로비의 결과이기도 하고 지방재정 대부분을 재산세에 의존하도록 [...]
한국경제, 기저질환 치유 없이 미래 없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또 하나의 유행이 번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갖가지 예측과 상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좋은 일이다. 현재의 한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미래 상상은 인류 진보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엄격한 전제가 있다. 코로나19는 사람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용하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에게는 특히 치명적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평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고혈압 증상이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민경제에도 비슷한 작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국민경제가 기저질환을 품고 있다면 위험한 상황에 이를 확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경제는 3가지 기저질환을 앓아 왔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속된 질환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촉발시킨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완전한 왜곡에 불과할 뿐이다. 하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위기 4차 산업혁명은 노동의 기술적 [...]
민심이 간파한 진영 대결의 본질
얼마 전 총선 예비 후보로 나섰던 지인은 의외의 이이기를 전했다. 지인에 따르면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이야기는 애초 기대와는 상당히 달랐다. “제발 싸우지 말고 나라를 위해 일 해 주세요!” 오늘 날 한국의 정치는 서로의 존재를 쉽게 용남하지 않는 극단적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결은 악의 세력에 맞선 선의 전쟁이라는 진영 대결 형식을 띠고 있다. 한 편에서는 편협하고 무능력한 좌파에 맞선 우파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다른 한 편에서는 친일독재 후예 수구세력에 맞선 개혁세력의 전쟁으로 규정짓고 있다. 그럼으로써 각자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부각시킨다. 대북 정책에서처럼 간과할 수 없는 진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인이 경험했다시피 민심은 진영 대결 자체를 경계하고 심지어 혐오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왜 그럴까. 도대체 민심이 간파하기 시작한, 선과 악의 대결 포장지 이면에 존재하는 진영 대결 [...]
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은 이유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심각한 시선이 사태를 감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언가 간단치 않은 문제가 존재함을 감 잡기 시작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무언의 시각 변화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길을 걸음으로써 경제적 번영을 추구할 것으로 추측했다. 정확히는 그러기를 희망했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나 가까운 우방인 베트남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듯이 북한 역시 그러한 길을 걷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과 베트남을 북한의 미래를 점치는 텍스트로 간주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판단 착오는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중국과 베트남,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결정적 차이를 놓친 것이다. 북한 지도층에게 제일의 이해관계는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체제 유지’이다. 북한 지도층은 이 지점에서 [...]
지식인 수난 시대
얼마 전 국내 상위 그룹에 속하는 모 대학 사회대 교수 30여 명을 앞에 놓고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처음 꺼낸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요즘 참 많이 힘드시죠. 지식인 수난 시대입니다. 그동안 믿고 의지해 왔던 이론과 처방들이 잘 안 먹히고 있지 않습니까?” 이 대목에서 다수의 교수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왜 그럴까요. 누구나 직감하고 있듯이 진행 방향이 급격히 바뀌는 역사의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학 생활 10년 차 교수를 떠올려 보자. 그 교수는 학위를 받기 위해 해외에서 10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 국내에 들어와서는 10년 간 시간 강사로 전전한 뒤 겨우 교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지금 그가 가리치고 있는 이론은 길게 보면 30년 전에 배운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론 형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그 이론이 반영하고 있는 시대 상황은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