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복지정치가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 미래비전과 영역별 큰 틀의 정책방향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추진 세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선거가 되어야 한다. 세부 정책은 정책방향이 합의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며 시행안은 선거이후 완성된다. 대선을 앞둔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현 시기 가장 중요한 미래비전과 대전제에 입각한 영역별 정책방향을 국민들과 토론하고 정책별 지지세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 본 연구보고서의 일부는 새사연 <2017 대선 정책 vs. 정책 – 사회복지정책편>과 중복됨을 알려드립니다.
1. 저성장시대 해법과 사회복지정책
정책논의가 실종된 장미대선
2017년 대선은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에서 출발해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이 주요 이슈가 되는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토론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대 공약에 대한 피상적 비판을 넘어 한국사회가 나가아할 방향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 사회가 큰 전환기에 있다는 점은 모두 동의한다. 글로벌 차원의 장기불황과, 그 직격탄을 맞아 회복의 기미를 찾지 못하는 한국 경제, 저성장의 영향이 양극화와 맞물려 서민층의 삶이 매우 힘들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노후빈곤과 미래 불안으로 인한 심각한 저출산, 희망을 찾지 못하고 각종 고시에 몰두하고 있는 청춘들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매우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산적한 문제들의 해결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개별 정책이 아닌 포괄적 접근의 중요성
대선과정이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한국사회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정권확보를 위한 부동층 끌어안기 경쟁이 대선정국을 주도한다. 그 결과는 해법에 대한 치열한 검증보다는 다양한 계층을 끌어안기 위한 누더기 공약집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개개의 공약과 정책은 일관된 목표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의미가 있으며, 특히 한국과 같이 대개혁이 필요한 사회에서 일관된 방향성과 세부 정책들의 체계적인 결합은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최저임금제도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와 연계되며,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합리적 역할 조정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사회보험 비용, 사회서비스 분야의 노동 정책과도 연계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정책뿐 아니라 사회보험과 조세문제, 노동정책까지 같이 다루어야한다. 무엇보다 모든 논의에 앞서 저성장시대 성장해법에 대한 큰 틀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소득을 중심으로 내수를 통해 성장할 것인지, 대기업 수출주도 성장을 할 것인지 말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사회불안 감소를 위한 복지정책 역시 재정확보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조세와 사회보험 개혁과 서비스 제공 기관의 개혁, 그리고 노동정책이 연계되어야만 한다. 교육에서는 취업시장이 가장 중요한 상수임에도 교육정책에 노동정책은 포함되지 못하고 있고, 의료·보육·돌봄의 질은 재정확보를 넘어 공급자 시장을 합리화하는 것이 필수적임에도 함께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시대의 사회복지정책
2017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예상되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었다. 대외적으로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등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경향이 강화되고,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고속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성장의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7년 들어 세계경제가 약간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것이 장기 불황을 극복하는 시작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더구나 한국사회는 수출이나 대외경제 호조와 내수가 전혀 조응하지 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반도체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전통적 제조업인 조선업 등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세계경제 일반과 다른 한국사회 특성에 맞는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저성장 시대, 경제성장과 분배,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장론과 분배론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어느 수준인가?
저성장시대의 성장을 위해 한국의 전통적 발전모델인 대기업과 수출위주 그리고 낙수효과로 대표되는 성장이론과 임금과 내수의 증가로 경제성장을 견인하자는 소득주도, 공정성장론, 복지성장론 등이 크게 대별된다. 이 글은 저성장, 고령화 저출산 시대의 해법으로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이 선순환 해야 한다는 복지성장론이 현재 가장 올바른 해법이며 세부 정책은 이러한 기조에서 추진되어야 한다고 하는 경제-복지 선순환성장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글에서는 사회복지 분야의 정책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2. 사회복지 정책, 왜 중요하며 어떤 특징을 지니는가?
사회정책, 복지, 사회서비스, 동반성장, 공공부문 등 이들 분야는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칭하는 용어들이다. 이들 분야는 인간이 살면서 겪는 리스크에 대한 공동체의 대응이며, 국가가 국가답게 유지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구축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그뿐 아니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사회서비스의 본질
살면서 누구나 마주치게 되는 사회적 리스크는 임신출산육아, 교육, 질병, 노화, 실업 등이다. 사회서비스는 이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로 보건의료, 교육, 육아, 요양, 실업, 연금 등으로 구성되며 서비스를 직접 제공해주는 현물 방식과 수당 등 현금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크게 대별된다. 이런 사회서비스의 특징은 “①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지만 불시에 발생하게 되며 개인적 대응이 어렵다. ② 서비스 비용이 커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다. ③서비스 질이 중요하다.(서비스 질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달라진다.)” 등의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사회서비스의 목적과 특징 때문에 사회서비스는 국가 및 사회가 직접 개입을 하게 되고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 역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인프라 구축 지원과 서비스 이용 비용을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나뉜다. 국가개입의 방식과 수준, 서비스 구축과 제공과 보장범위, 질적 수준 등에 따라 사회복지제도의 성격과 정책방향이 달라진다.
커질 수밖에 없는 사회서비스
세부 방향은 다르지만 모든 산업국가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고령화로 인해 수명이 증가하고 노인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서비스 수요와 이를 반영한 공급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여성이 전통적 성역할로 가정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던 모델에서 벗어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확대되면서 사회서비스의 수요는 더 늘어나게 된다. 고령화는 돌봄과 소득보장의 수요를 크게 증가시키고,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진다. 또 하나 고려할 부분이 있다. 사회서비스의 질에 따라 사회의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서비스가 제공되느냐보다 어떤 수준의 서비스가 어떤 가격으로 제공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교육이나 육아 서비스의 질은 저출산을 막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뜨거운 교육열과 전국민 기초 무상교육은 한국 사회가 경제성장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의료나 돌봄서비스는 서비스에 대한 욕구 충족만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유지/증진하고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한다. 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경우 사회의 불안은 매우 커진다. 어린이집 학대사건이나 공교육 부실화, 요양시설의 수용소화 등등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은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사회서비스는 경제의 중요한 축
마지막으로 사회서비스가 갖는 특징은 서비스 수요와 이에 따른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와 노동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도 큰 비용이 소요되며 서비스 이용비용을 국가차원에서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조세와 사회보험 방식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하게 된다. 기업과 고용주는 노동자들의 사회보험과 복지의 일부를 담당해야 하기에 기업의 생산비용에도 복지관련 비용이 상당부분 포함된다. 또한 사회서비스는 노동집약적 서비스이며 대인서비스라는 특성상 소규모 다기업 형태를 지녀 사회서비스 기업과 노동, 총 매출 규모는 매우 크다.
3. 사회복지정책의 올바른 구성
사회정책은 합의와 조정, 연계 분야 시너지의 총합
사회서비스, 복지서비스는 위와 같은 특징으로 일반 서비스와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갖게 된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사회복지영역은 서비스 자체의 목적(위험대비)과 경제 한 분야로서의 의미 두 측면에서 강조되고, 개인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돈을 지출하기 때문에 형평성과 효율성이 중요해진다. 경제부분에서도 단순한 산업발전이 아닌 적정 비용 효율화의 가치가 동시에 존재한다. ①무작위적으로 발생하지만 누구나 겪는 위험에 대한 충분한 대비, ②경제 발전을 위한 서비스 산업 발전, 비용마련과 집행과정의 ③형평성과 ④효율성 등이 복지분야가 달성해야할 주요 목표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과제들이 상호 상충한다는 점이다. 위험의 충분한 대비를 위해 마련해야할 비용의 규모가 전체 경제발전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복지비용으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부담 증가와 저성장 우려) 산업발전을 공급자 중심으로 고려하면 지나친 수익추구로 인한 효율성 저하와 불평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서비스 민영화로 인한 양극화와 비효율성)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충분한 위험대비나 형평성이 축소된다(선별복지의 위험). 반면 위험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과도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효율성이나 형평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불필요한 입원 수술이 증가하는 경우, 사교육이 지나치게 발달하는 경우 등)
사회복지정책은 정책조합이 아닌 정치
모든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의 해결열쇠가 있을까? 복지분야 정책 출발점은 이런 만능해법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데 있다. 사회 복지정책의 위와 같은 현상은 정책을 잘못 추진해서가 아니다. 원래 복지정책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며,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은 이러한 다양한 가치들이 조화롭게 해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사회정책은 서로 상충되는 다양한 가치를 달성해야 하기에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해관계자들은 서로 충돌한다.
중요한 것은 경제상황, 인구구조, 역사적 경험 등에 기초해 현 시기 가장 필요한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일관된 정책 방향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전제들이 완성되어야 상호 연계된 세부 정책안을 구체화할 수 있다. 조세에 대한 기본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분야별 복지확대만이 선거전에 남발되면 공약이 공염불이 되거나 재정파탄이 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설득과 합의, 주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복지정치이다.
선거는 복지정치가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 미래비전과 영역별 큰 틀의 정책방향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추진 세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선거가 되어야 한다. 세부 정책은 정책방향이 합의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는 것이며 시행안은 선거이후 완성된다. 대선을 앞둔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현 시기 가장 중요한 미래비전과 대전제에 입각한 영역별 정책방향을 국민들과 토론하고 정책별 지지세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계속)
*표와 그림을 포함한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의 pdf 파일을 다운 받으시길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