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5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저성장 경제기조에 가계소득마저 불안정한 가운데 개인이나 가족의 안전망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욕구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육, 보건의료, 건강관리, 영유아에서 장애, 노인 돌봄에 이르기까지 돌봄서비스(사회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돌봄이 그동안 가족이나 여성의 몫으로 여겨져 저평가되어온 측면이 강하다. 이에 돌봄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이 분야 종사자의 전문성을 높여갈 방안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돌봄 욕구는 ‘상승’, 정부 투자는 ‘축소’

그러나 공적으로 준비된 돌봄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돌봄서비스를 위해 마련한 예산이나 규모는 사회적인 기대에 반해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제공계획을 살펴보면, 국가 예산은 2013년 3조4천억원, 2014년 4조원, 2015년 3조 8천억원이며, 그 대상규모는 2013년 191만명, 2014년 196만명, 2015년 183만명이다. 이는 사회서비스 제공계획을 종합한 결과로 실 집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부가 별도의 예산을 마련하지 않고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임신출산진료지원을 포함할 경우 대상규모는 조금 늘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전체적인 투자는 지난 몇 년간 변함이 없다. 오히려 올해 예산과 규모가 더 축소되는 경향마저 보여 우려된다(그림1 참조).

돌봄서비스를 더 이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현실도 밝혀지고 있다. 사회서비스 이용 비율과 희망 비율 간 편차가 적지 않다는 조사가 발표되었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이용자를 일부 포함한 전국 규모의 사회서비스 실태조사(2013년)가 있었다. 이를 보면, 사회서비스 이용 비율은 성인 돌봄 및 일상생활 지원서비스가 22.4%로 가장 높고, 아동 보육 및 보호 서비스 13%, 재활지원서비스 7.9%, 지역사회서비스 6.5%,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 5.2%, 교육 및 정보제공 및 역량 개발 4.9% 등이다.

한편 사회서비스의 희망 비율은 문화 및 여가 서비스 29.6%,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 19.4%, 아동 보육 및 보호 서비스 19.4%, 교육 정보제공 및 역량 개발 16.8%, 재활지원서비스 8.6% 등이다. 사회서비스 이용 비율과 희망 비율 간 편차가 문화 및 여가서비스 26.9%p로 가장 크고,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 18.2%p, 고용지원 서비스 13.6%p, 교육, 정보제공 및 역량 개발 11.9%p 등에서도 상당히 벌어지고 있다.

돌봄서비스 ‘사각지대’ 확대

돌봄서비스는 자격요건, 비용부담, 거주지역 내 서비스의 유무, 질적 수준 등에 따라 이용여부가 판단된다. 현재 정부가 책임지는 돌봄서비스는 영유아 보육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지는 대상은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자에 그쳐 있다. 사회서비스의 공적 대상은 월평균 가구소득 150%미만 가구까지로 정하고 있으나,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하고 소득별로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이용 시간이 제한되어 충분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 빈곤층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차상위계층과 실업이나 질병에 의해 언제든지 빈곤층으로 낮아질 수 있는 계층 모두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해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보더라도 최소한의 생활보장이 어려운데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거나, 긴급복지를 지원받기는 쉽지 않았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2013년)는 135만명이다. 그러나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규모는 정부 추산으로 103만명에 달한다(국민권익위원회, “기초생활수급자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2011). 재산기준을 초과해 최저생계비를 보장받지 못하는 대상 규모도 240만명이며, 빈곤층 경계에 있는 최저생계비 120% 미만 생활자도 70만명이나 된다. 이 모두를 합한 410만명이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로 파악되고 있다. 이 범위를 확대해 일차적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로 넓히면 1700만 명 규모로 확대된다.

사회보험과 기초생활보장에 이어 제3의 사회안전망으로 불리는 돌봄서비스의 사각지대도 위와 같은 규모로 생각해볼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하고는 공적인 돌봄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개인이나 가족이 서비스 부담을 전적으로 책임질 경우 비용부담 때문에 돌봄에서 방치될 수 있다.

돌봄서비스 ‘시장화’ 정책, 좋은 돌봄과 ‘동떨어져’ 

돌봄의 비용부담 이외에도 선뜻 이용하기 어려운 데는 서비스에 대한 불신도 크게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이용하고픈 좋은 돌봄이 불충분한 지금의 현실은 정부의 정책의 잘못된 방향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박근혜 정부는 시장방식의 하나인 바우처를 도입해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바우처를 도입하면 돌봄서비스 시장에 공급자간 경쟁이 생겨 가격이 낮아지고, 이용자는 공급자가 늘면 자연스럽게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주장해오고 있다.

2007년 도입된 바우처를 통해 사회서비스 공급자는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공급 실태조사를 보더라도, 2009년 이후 설립된 공급기관이나 사업체가 전체의 33.2%를 차지하고 있다. 본 조사의 결과 고용창출력 역시 높다. 사회서비스 전체의 23.1명으로, 관련 산업의 평균 고용창출력 13.6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대했던 좋은 돌봄과는 멀어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기대 공급을 늘려 공급자간 효율적인 경쟁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공급자간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하며, 이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기 보다는 질 낮은 서비스만 양산되는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비영리법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사회서비스였으나, 이젠 영리기관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 분야 영리기관의 비중은 23%로 증가했고, 비영리기관의 비중은 76.9%, 공적공급은 0.1%에 불과해졌다(표1 참조). 산모를 위한 돌봄서비스 공급은 절반에 가까운 45.5%가 영리기관이 담당하면서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개인의 비용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아래 조사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영유아보육서비스의 국공립 비중은 5%에 불과하며 90%이상이 절대다수의 민간어린이집이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서비스의 질에 대한 부모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보육료 지원은 전체 보육비 부담의 일부에 불과하다. 민간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을 중심으로 사교육이 극에 달하면서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의 교육과 보육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 매일 같이 아동학대나 먹거리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