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컸던 누리과정 예산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었다고는 하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듯 보이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현 상황이 부모들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예산안 합의대로 내년에 누리과정 전액을 편성하겠다고 반기는 지자체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국회 합의안에 반대하며, 지원되는 예산만큼 누리과정비를 집행하겠다는 입장에서 물러남이 없다. 예산안에 대한 불만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지방정부 의회와 교육청간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누리과정 파행에서 나타난 여러 의문점들을 되짚어가며 평가해 보겠다.

누리과정 파행, 왜 어린이집 예산만 문제 삼았나?

누리과정은 만3~5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이뤄지는 공통된 보육과 교육 과정이다. 어린이집은 표준보육과정으로 유치원은 유치원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되었으나, 2013년부터 유아 교육 출발의 형평성과 초등과정과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된 누리과정이 탄생되었다.

동시에 누리과정 재원 부담도 일원화하기로 정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2012년 초까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모여 유아 누리과정 도입을 계획하면서 2015년 내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합의한 이유는 교부금에 대한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27%로 자동적으로 산정된다. 당시 경제성장과 이에 대한 장기전망이 어둡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매해 증가분만으로 누리과정비 집행이 가능하리라는 정부 주장이 한마디로‘통했었다’. 정부가 누리과정을 합의할 당시에는 5%대의 경제성장을 전망하면서 세수 증가세도 8% 이상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올해의 경제전망은 정부 전망치보다 1~2%p 이상 떨어지면서 세수도 기대만큼 걷히지 않았다. 2011년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망에 따르면 2012년 39.2조원, 2013년 41.4조원, 2014년 45.3조원으로 증가세야 한다. 그러나 실제 교부금 규모는 2012년 38.3조원, 2013년 40.8조원, 2014년 40.9조원으로 전망치와 크게 어긋남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정부의 전망치와 비교해서도 2012년 9천억원 감소, 2013 6천억원 감소, 2014년 4.4조원 감소해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1년 교육과학부와 기획재정부의 ‘중기지방교육재정 전망’에 따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연평균 8.8% 성장으로 내다봤고, 올해 전국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반발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반박 보도자료 상으로는 교부금 성장은 연평균 6.3%이다(그림 1 참조).

지방정부의 재정 현실은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멀어지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누리과정 사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부담만 커졌다. 특히나 2015년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던 누리과정 어린이집 일부 예산이 지방교육재정 부담으로 전부 넘어오는 시기로,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히려 교부금 예산마저 줄여, 교육재정을 담당하는 교육감의 반발을 샀다. 전국 교육감은 기획재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된 직후 일제히 내년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집행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누리과정 합의안, 왜 불만족스러운가?

12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합의한 예산안에는 누리과정 명목으로 확보한 예산은 없다. 누리과정을 위해 우회지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된 특성화고 장학금, 초등돌봄교실, 방과후학교 지원 등 3개 사업에 대해 4730억원을 배정하고, 누리과정으로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의 이자로 333억원을 대신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에서 목적예비비로 5064억원을 마련했다.

이 같은 합의를 지자체가 반길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2015년 누리과정 집행예산으로 불충분하다는 평가에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추계에 따르면, 2015년 어린이집 누리과정으로 인해 발생할 총비용은 2조 1545억원 가량이다. 201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나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는 1조 6312억원이므로,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순증가분은 5233억원이다. 사실 여야 간 공방과정에서도 교부금 부담으로 넘어오는 순증액 5233억원은 최소한 국고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오갔다. 그런데 이번에 합의된 예산은 4730억원으로, 순증액과는 503억원 상당의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다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부담도 더해져 부담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표 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