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길찾기] 리터러티,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플랫폼

By | 2019-02-20T18:00:48+00:00 2019.02.20.|Tags: , |

지금부터 10년쯤 지나면 바다를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무려 두 배로 늘어날 것이란 끔찍한 소식이 들린다. 지난 24일 영국 과학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연구로, 다시 그 두 배로 늘어나는 데는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2060년이면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지금의 네 배가 된다는 뜻이다. 암울한 미래다.

BFFP(Break Free From Plastic)라는 행사가 있다. ‘플라스틱에서 벗어나다’는 뜻으로 세계 곳곳, 그러니까 거리와 공원, 강과 바다에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행사다. 지난 한 해 동안 6개 대륙, 42개 나라에서 239차례 열렸고 약 1만 명이 참여했다. 그린피스(Greenpeace)와 가이아(GAIA)를 비롯한 40여 개의 단체들이 주도한다.

지난 한 해 BFFP에서 모은 쓰레기의 양(조각)은 모두 18만 7851개. 이렇게 모은 쓰레기들 가운데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따로 모아 하나하나 개수를 세고 기록했다. ‘브랜드 감사(Brand Audit)’라고 이름 붙인 작업이다. 그렇게 42개 나라에서 모은 쓰레기들을 분석해보니 가장 많이 버려진 쓰레기 브랜드는 코카콜라(Coca-Cola)로, 9216개에 달했다. 뒤를 이은 건 펩시코(PepsiCo)와 네슬레(Nestlé)였다. 이들 세 기업의 쓰레기가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14%를 차지했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었는데, 북미에서는 64%, 남미에선 70%, 유럽에선 45%가 이 3개 기업이 만든 쓰레기였다.

참여자들이 이 번거롭고도 성가신 일을 마다하지 않는 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기업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을 줄이거나 없애지 않으면 그 어떤 다른 방안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글로벌 식품기업 다농(Danone)과 제과업체 몬델레즈 인터내셔날(Mondelez International) – 오레오 쿠키를 만드는 기업 – 이 네슬레의 뒤를 이어 각각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세 기업(3위~5위)은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의 포장을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몬델레즈 인터내셔날 기업 관계자는 2018년 10월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기업이 대응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리터러티, 다 같이 쓰레기 하나 씩 줍기

이런 데이터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 리터러티(Litterati)다. 리터러티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더 깨끗한 지구를 만들려는 기술 기업이자 플랫폼 앱(App)이다. ‘litter’는 쓰레기, 또는 더럽히다는 뜻이다.

미국 오클랜드(Oakland)에 사는 기업가 제프 키르쉬너(Jeff Kirschner)는 어느 날 딸과 함께 하이킹을 하다가 냇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고양이 욕조를 발견했다. 그녀의 딸은 “이건 여기에 있으면 안 돼요”라고 말했고, 제프는 어른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얼마 뒤 제프 키르쉬너는 문득 어릴 적 여름 캠프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캠프 마지막 날, 교관들이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아 캠프장에 버려진 쓰레기를 5개씩 주워오게 했던 일. 여럿이 힘을 합치니 너른 캠프장을 청소하는 일도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던 그 ‘사건’이 떠오르자, 그는 세상사람 모두가 하루 5개씩 쓰레기를 줍는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깨끗해질 것이란 데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길을 가다 눈에 띈 담배꽁초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어디에서 발견했다는 짧은 설명과 함께. 그 뒤로 틈 날 때마다 발아래 눈에 띄는 쓰레기를 찍어 올리는 일을 이어갔다. 그렇게 50개쯤 사진과 위치 그리고 간단한 설명을 올리자 다른 이들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똑같이 사진을 찍어 올리고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이라는 SNS와 해시태그가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2016년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iOS 앱을 만들고 그 뒤로 안드로이드 앱도 출시했다. 인스타그램보다 더 사용하기 편한 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GPS 위치 정보가 자동으로 따라붙고 가장 적합한 해시태그도 고를 수 있어 일이 한결 쉬워졌다. 그러자 참여자들이 빠르게 늘어갔다(물론 사진을 찍은 뒤에는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좋다).

사진을 올릴 때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양의 쓰레기를 처리했는지를 알려주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날마다 ‘오늘의 사진’을 선정해 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쓰레기를 찾아 사진을 찍고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착한 경쟁을 유도하는 셈인데, 네덜란드에 사는 어떤 참여자는 2016년 10월부터 약 2년 간 무려 14만 3341개의 사진을 올렸다. 어릴 적 여름캠프에서처럼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눈에 띄는 쓰레기를 주워 버리는 일이 정말로 가능해진 것이다. 이름하여 ‘크라우드소스-클린(crowdsource-clean)’이다. 리터러티는 “한 번에 하나의 쓰레기 조각으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서두르지 않되 모두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데이터의 놀라운 힘을 보여주다

리터러티가 놀라운 점은 또 있다. 어느 지역에 어떤 쓰레기들이 많이 발견되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가령, 어느 초등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 버려진 1만 2000개의 쓰레기를 모아보니 학교 카페에서 쓰는 플라스틱 빨대의 비닐포장지가 가장 많이 나왔다. 학교는 곧바로 카페에서 빨대를 쓰지 않도록 했다. 또 오클랜드 중심가의 어느 블록에선 근처 패스트푸드점이 제공하는 뜯지도 않은 소스가 많이 발견되었다. 패스트푸드점이 소스를 원하는 손님에게만 제공하거나 손님 스스로 꺼내가도록 서비스 정책만 바꿔도 이 블록의 쓰레기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주정부는 리터러티의 분석을 바탕으로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렸다. 리터러티의 데이터가 담배세 인상이 필요한 근거를 마련해준 셈이다. 주정부는 이 돈을 더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 데 쓰고 있다. 마치 BFFP가 날마다 벌어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리터러티라는 플랫폼이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세계 쓰레기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매개로 브랜드와 공동체를 연결할 수 있고, 도시를 더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아주 작은 본보기지만, 벌써 효과는 드러나고 있다.”

리터러티는 2017년 12월 킥스타터(Kickstarter.com)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5만 1432달러(약 5800만 원)를 모으는가 하면, 미국 국립과학재단(US National Science Foundation)으로부터 22만 5000달러(약 2억 5000만 원)를 지원 받기도 했다. 이런 자금으로 2018년 4월에는 참여자들을 잇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더했다. 여럿이 힘을 모으면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의 다른 그룹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지도로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번에 더 많은 태그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이제 범주(category), 용도(object), 재질(material), 상표(brand)를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다. 외우기 쉽게 앞 글자를 따서 COMB라 부른다. 이들 데이터는 지속가능한 해법을 만드는 데 쓸모가 있다.

2018년 12월 리터러티에는 전 세계에서 약 220만 개의 사진(데이터)이 올라와있다. 115개 나라에 약 6만 명이 힘을 보탠 결과다. 이 가운데 플라스틱이 28.8%, 담배가 10.1%, 종이가 7.8%, 알루미늄캔이 5.3%, 유리병이 3.3%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사진을 올린 나라는 미국,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독일 순이며, 우리나라는 뉴질랜드와 프랑스에 이어 11번째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나라다.

리터러티는 이 방대한 데이터를 잘 분석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장기적 재원으로 삼을 생각이다. 가령, 지방정부에겐 특정한 시기에 거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에겐 그들의 제품 포장 방식이 어떤 환경 발자국을 남기는지를 깨닫도록 할 생각이다. 제프 키르쉬너는 평범한 시민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더 큰 힘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다양한 참여 방법과 게임화 기술 그리고 보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8년 7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앞두고 리터러티는 UN과 함께 몇 달 전부터 팀을 꾸려 캠페인을 준비했다. 이 해의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을 물리치자(Beat Plastic Pollution)’였다. UN은 캠페인을 앞두고 참여자들에게 리터러티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해 각자가 모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브랜드를 기록해줄 것을 당부했다. 참여자들이 모아준 데이터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 브랜드의 순위를 매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리터러티도 세계 환경의 날을 지원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증거들이 법과 산업, 시민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플랫폼의 진정한 가치를 돌아보게 하다

세계 환경의 날에 맞춰 UN은 의미 있는 보고서를 한 편 발표했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뒤로 2015년까지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의 총량이 약 63억 톤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9%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 90%가 조금 넘는 쓰레기는 소각된 일부(12%)를 빼면 지구 위 어딘가에 그대로 버려져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보고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이면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120억 톤에 이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 위에 버려져있고, 또 지금도 버려지고 있는지를 구체적 수치로 처음 드러냈다는 점에서 값진 연구다.

영국 왕립통계학회(Britain’s Royal Statistical Society)는 2018년 12월, “이 통계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를 보여준다”며 이 연구를 ‘올해의 국제 통계’로 뽑았다. 데이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

“세계적인 쓰레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리터러티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그것도 세계 곳곳에서 매 순간마다. 그래서 리터러티의 데이터엔 다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힘이 있다.

흩어져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그 사람들이 다시 플랫폼을 떠받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리터러티는 인류에게 필요한 플랫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참고한 글]

– BRANDED In Search of the World’s Top Corporate Plastic Polluters(volume 1). Greenpeace USA(Break Free From Plastic)

– R. Geyer, J. R. Jambeck, K. L. Law, Production, use, and fate of all plastics ever made. Sci. Adv. 3, e1700782 (2017)

– 연합뉴스, “태평양 미세플라스틱, 2030년엔 2배로 늘어난다…2060년엔 4배↑”, 2019.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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