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브리핑(3) ‘포용적 금융의 첫걸음’, 더 나은 나라를 위한 부채 탕감 정책

By | 2018-06-29T17:02:31+00:00 2017.08.01.|

지난 10여 년간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을 잡자마자 여러 부분에서 민생정책 행보를 펼쳤다. 지난 7월 31일 금융위원회는가 <포용적 금융의 첫걸음>이란 이름으로 선보인 대규모 부채 탕감 정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소멸시효완성채권에 대한 대규모 탕감안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소멸시효완성채권은 이름은 매우 낯설다. 따라서 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논평에 앞서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두 사례를 통해 소멸시효완성채권 탕감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례 1) 학창시절 핸드폰을 할부로 구입했던 E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작은 치킨집이 폐업하면서 할부금 연체가 시작되었고, 이후 장기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연체상태가 계속되었다. E씨는 ㅇㅇ보증 연체채무의 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최근 판매직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E씨는 영업을 위해 스마트폰을 할부 구입하고자 했으나, ㅇㅇ보증은 시효 완성채권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연체사실을 이유로 완제하지 않을 경우 신규 핸드폰 보증서을 발급할 수 없다고 했고, 결국 현금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사례 2) B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18년전 연체하고 상환하지 못한 카드빚에 대한 지급명령 통지를 받았다. 법률 지식이 없는 B씨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추심업체 M대부가 다른 금융회사의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일괄 매입하여 법원의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한 지급명령을 실시한 것으로, 이 경우 법원은 소멸시효완성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지급명령을 실시한다. 지급명령을 받은 자가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10년의 소멸시효가 다시 부활하는바, B씨는 시효의 이익을 상실하게 되었고, M대부는 B씨에게 다시 강도 높은 추심을 실시하게 되었다.

 

두 경우 모두 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생활인들이 금융과 법률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금융기관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상법(제64조)에 따르면, 금융채권은 통상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인정하여 갚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이는 1979년 2월 13일 대법원 판결에 근거한 해석이다(대법원 1979.2.13. 선고 78다2157판결).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법원을 활용하여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통해 시효를 연장하기 때문에, 실제로 시효만료에 이르기 위해서는 15년에서 25년 정도는 지나야 한다.

또는 채무자가 일부 변제할 경우 변제 의사가 있다고 보고 시효완성이 된 채권도 시효가 다시 살아난다. 가령 1,000만원의 채무가 있다고 치면, 금융기관의 직원이 전화 연락하여 일부라도 갚는 게 어떠냐? 한 10만 원 정도라도 갚으라 하였을 경우 단돈 1천원이라도 변제하였을 경우 시효만료가 중단되고 1,000만원에 대한 변제가 다시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법에서는 이를 채무자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였으므로, 채무가 부활한 것으로 본다.

앞의 두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 모두, 국민 경제의 측면에서 소멸시효완성채권에 대한 대규모 탕감이 이로운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지기 이전에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나 빚을 낸 사람이 본인이니 내놓고 하소연할 수도 없으며 답답한 마음뿐일 것이다. 새 정부가 7월 31일 내놓은 <포용적 금융의 첫걸음>은 곤경에 처한 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고 이들로 하여금 건전한 경제적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일이라고 평가된다.

아래 표에서 자세하게 확인 할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조치로 답답한 마음이 풀리는 사람은 총 123만 1천명이 될 것이며, 다음 달 9월 1일에는 신용정보원 소각채권 통합조회시스템에서 개별적으로 조회도 가능하다. 이번 조치가 제도적으로도 의미 있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측면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신용회복기금을 만들었고 박근혜 정부는 이름만 바꾼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채무조정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은행에게만 이롭고 빚을 진 사람들은 여전히 곤란한 처지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구조였다. 즉 법에서도 이미 오래전 인정하고 있었던 소멸시효완성채권에 대한 탕감 조치를 단행하지 않은 것이다. 온갖 불법 추심 사례가 언론에 연일 오르내렸지만,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완벽하진 않지만 상당한 수준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만하다.

 

<표 1> 소멸시효완성채권 및 파산면책채권 소각 추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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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금융위원회(표는 필자가 정리하였음)

또한 이번 조치가 국민행복기금을 넘어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채권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금융공공기관들이 소멸시효완성채권을 대부업체 같은 추심업체에 헐값에 팔아 채무자들이 지독한 불법추심에 고통 받는 경우가 매우 빈번했다. 따라서 금융공공기관의 소멸시효완성채권까지 포함시킨 것은 금융공공기관들이 금융의 공공성이라는 제 역할을 찾아가는 첫 걸음으로 평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KB‧신한‧우리은행 등은 작년부터 자체적으로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소멸시효완성채권이 소각될 것으로 보인다. 규모로만 보면 약 4조원(2016년도 말 기준) 정도로 이번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21조7천억 원에 비해 소규모지만, 혜택을 입을 사람의 수는 91.2만 명으로 공공부문에서 구제되는 123만 명에 비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민간 부문의 소멸시효완성채권은 그 규모가 적으나, 사람이 많다. 이는 소액 대출이 많다는 의미이다. 소액 대출의 경우는 대부분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빌린 돈으로 보이며 따라서 민간 부분의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공공부분 소각보다 더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정부가 출범부터 줄곧 추진해온 적폐 청산 곧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대기업 불공정 관행 등 모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혁의 대상이지만, 이번 조치는 아마도 서민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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