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도드-프랭크법(월스트리트 규제 및 소비자보호법)을 무력화 시키고 대체법안으로 삼을 금융 선택법(Financial CHOICE Act)을 233대 186의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제 상원의 표결만 남았다. 그러나 상원을 통과하는 것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는데, 그 이유는 전체 100명 상원의원 중 60명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 상원 구성은 공화당은 52석, 민주당은 46석, 무소속이 2석이어서 민주당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상원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이 정부 예산안을 금융 선택법의 표결과 연계시키려 하고 있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드-프랭크법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난 금융위기 동안 금융기관들이 감독 기관의 눈을 피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골드만 삭스의 자기자본거래 사례가 있다. 자기자본 거래는 흔히 프랍 거래라고도 하는데, 금융기관이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하는 것 이외에 금융기관 자신의 자본을 운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권거래소가 골드만 삭스를 향해 소송을 제기했고 상원 청문회에서 골드만 삭스 관련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열기도 했던 바로 그 사건이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골드만 삭스는 고객들에게 자사가 파는 금융 상품이 아주 좋고 수익성이 높으니 믿고 돈을 맡기라고 하였다. 그러나 알다시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고객들은 금융 파생상품에 투자한 돈 대부분을 잃었다. 반면 골드만 삭스는 돈을 잃지 않고 오히려 많은 수익을 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진실은 의외로 간단하다. 즉 고객에게는 파생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하였으나 정작 자신은 파생상품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데 배팅을 한 것이다. 상원 청문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을 임원들과 직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속이고 계속해서 상품을 팔았던 것이다. 청문회에서 상원의원이 골드만 삭스 관계자에게 당신들이 소통했던 이메일에 이 상품은 ‘쓰레기’라고 하지 않았느냐? 고 밀어 붙인 상황이 모든 사정을 상징적으로 설명해준다.

금융위기 이후, 적어도 이와 같은 자기자본거래는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시민적 공감대가 일었고 정부는 이를 ‘볼커 룰’이라는 이름으로 법률화 시켰다. 또한 그동안 금융 감독 당국의 사각에 있었던, 이른바 그림자 은행(새도우 뱅킹)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국이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입법화시키기도 하였다. 나아가서 대마불사(大馬不死) 적용을 받을만한 거대한 금융기관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s)라고 지정하여 상시적인 감독의 대상이 되게 하였다. 이 세가지가 트럼프와 공화당이 무력화시키려하는 도드-프랭크법의 핵심 내용이다.

트럼프는 규제가 많기 때문에 기업하려는 사람이 대출 받기 어려우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규제 완화의 참 목적은 투기적 금융기관 활동을 다시금 불러들이려고 하는 속셈이다. 경우에 따라선 다시 금융위기가 들이 닥칠 수 있다. 금융 선택법은 ‘투자자, 소비자, 그리고 기업인에게 희망과 기회를 창조하는 법(Creating Hope and Opportunity for Investors, Consumers and Entrepreneurs)’이라는 번지르르한 이름으로 치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실상은 탐욕스러운 금융 로비스트들과 금융기관들의 이익을 위해 납세자들과 선량한 금융 소비자들을 다시금 금융위기의 끔찍한 지옥으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대단히 위험한 악이다. 지난 5일 CNN 인터뷰에서 버니 샌더스가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협잡꾼(fraud)’이라고 맹비난한 까닭이다. 전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 조차도 지난 6월 6일 더 힐(미 의회 전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드-프랭크법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한국은 아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 관련 주요 임명직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 하지 않았다. 부디 금융 선택법을 좋은 것이라 보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