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시장소득 분배(1차 소득분배)의 개선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소득의 재분배, 즉 복지국가로 표현되는 2차 소득분배에서도 서민들과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담한 재분배가 필요하다. 당장에 프랑스, 스웨덴 수준의 복지국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헬조선을 탈출할 수 있는‘거대한 전환’의 꿈과 희망의 국가비전을 제시하며,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5개년 단위의 계획을 함께 기획하고 토론해보자.

 

앞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을 통해 계산된 연 7.6조 원의 금액으로 우리나라 직장인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명백히 불가능하다. 그래서 장하성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또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

이는 제조업 대기업의 노동자들이 가져갈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중소기업 노동자의 몫으로 배분하자는 것이다. 즉 제조업 대기업 노동자들이 그 임금의 일부를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양보하는 방식이다. 만약 제조업 대기업 노동자들의 자기들 임금 몫의 5%를, 중소기업 하청 단가 인상 등의 경로를 통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사용하도록 양보한다면, 제조업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의 임금이 6.8% 상승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그는 제시한다.
 

제조업 대기업의 노동자 분배 금액의 5%는 전체 총수익의 0.4% 정도다. 따라서 대기업 총수익 중에서 노동자의 분배 비중이 7.7%에서 7.3%로 줄어든다. 이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연대와 특히 대기업 노동자의 양보가 전제되어야 할 만큼 당장의 임금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몇 년을 두고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인상분 일부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은 노동계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볼 만한 방안이다. (장하성, 《왜 분노해야 하는가》, 170쪽).

 

이렇게 확보할 수 있는 액수가 연 4.85조 원이다. 별로 많은 액수가 아니다. 장하성 교수 스스로 인정했듯이, 이 액수로는 전체 취업자가 아니라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취업자들의 임금을, 그것도 겨우 6.8% 올리는 데 그칠 뿐이다.

야권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재벌개혁과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의 경제민주화 정책이라고 역설해온 해법은 결국 2013년 기준 연 7.6조원 + 4.85조원 = 12.45조원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대통령 선거와 정권 교체를 준비하는 야권의 경제담론 대명사는 경제민주화이다. 온갖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의원을 더불어민주당의 구원투수 대표로 등판시킨 이유도 결국은 그가 경제민주화의 선구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연 12.45조 원의 액수는 그 요란함과 떠들썩함에 비해 참 소박한 액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태산 명동에 서일필”인 셈이다.

요약하자면, 야권의 경제민주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연 12.45조 원의 액수로 한국경제의 핵심적 불평등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계가 많은 주장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과 박영선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김성식 의원, 그리고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함께 하고 있다.

대자본 대 중소·영세자본의 대결이냐, 총자본 대 총노동의 대결이냐

정부의 공식 통계를 따르더라도 현재 전체 취업자의 1/3인 600만 명가량이 비정규직이다. 이들의 평균 소득을 월 150만 원, 연 1800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이들의 월 소득을 중소기업 정규직 수준인 월 300만 원으로 높이는 데 필요한 연간 비용은 약 110조 원이다. 다른 한편, 노동계 통계에 따르자면 전체 취업자의 절반인 900만 명이 비정규직인데, 이들의 소득을 월 300만 원으로 높이려면 연간 약 162조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어떻게 600~900만 명에 이르는 월급 150만 원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을 월급 300백만 원 이상 받는 정규직 중산층 노동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은 곧 연 110~162조 원의 근로소득이 비정규직 또는 중소기업 종업원들에게 분배되게 만드는 과제이다.

그런데 재벌그룹 개혁과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야권의 경제민주화 프레임은 불과 연 10조 내외의 금액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이 액수가 모두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분배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압도적 다수의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식당·카페 등에서는 인권과 노동권, 노동조합권이 야만적으로 유린되고 있으며, 그 10조 원 내외의 액수마저 고스란히 기업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말해주는 바는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중소·영세기업 종업원의 권리를 대폭 신장시키는 지역적, 산업적, 사회적 연대의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조직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그 운동의 권리를 법제도로 합법화하여 대기업-중소기업 기업주들 및 경영자들에게 노동권과 인권, 그리고 지역별 및 산업별 단체교섭권을 강제하는 법제정 및 재정 지원에 정치권이 나서지 않고서는, 나아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집권 세력의 정치적 구상과 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연 10조 원, 나아가 연 110~162조 원의 근로소득이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중소·영세기업 종업원들에게 새롭게 분배되는 세상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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