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는 불평등, 분배, 경제민주주의까지 총 3개의 대주제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경제구조를 낱낱히 파헤치는 연구 간행물입니다.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제1부 “천조국의 불평등 따라하기”는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 시리즈는 새사연 홈페이지에서 주 1회 연재될 예정이며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자본주의란 ‘돈이 돈을 버는’ 원리가 지배하는 경제이다. 만약 그 원리가 지배하지 않는다면 그 경제는 아직 자본주의라고 말하기 힘들다. 그런데 상당수의 야권 경제전문가들이 한국경제는 아직 자본주의가 덜 발전한 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성장의 초기 국면에 속한 경제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에서는 아직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지 않았으며 전근대적 중상주의와 그리고 봉건성의 원리가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아직 ‘돈이 돈을 버는’ 경제가 아니라는 테제를 증명하고자 시도한 책이 장하성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이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경제에서는 가장 부유한 상위 소득 계층의 경우에도 재산소득이 미미하다. 개인소득 상위 10%에서 재산소득이 치지하는 비중은 전체 개인 소득의 0.7%에 불과하다. 이렇듯 가장 부유한 소득 계층에서도 재산소득이 전체 개인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까닭에 장하성은 “오랜 자본주의 과정에서 자본을 축적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가계의 재산 축적이 의미 있는 재산소득을 발생시킬 만큼의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과감한 결론을 도출한다.

물론 장하성도 저소득층에 비해 고소득층은 재산이 많고 재산이 많은 만큼 재산소득도 많다는 명백한 사실을 쿨하게 인정한다. 실제 소득 상위 10%의 재산소득은 소득 최하위 10%의 재산소득보다 13배나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득 상위 10% 계층에서 재산소득은 그들의 총가계소득의 0.7%에 불과하며 근로소득이 95%를 넘어 압도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다음과 같은 과감한 단순화를 단행한다. :“재산과 소득의 관계를 보면 자본 축적의 초기에는 소득이 재산을 형성시키고 자본 축적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재산이 다시 소득과 재산을 높이는 인과관계를 갖는다. 논의를 과감하게 단순화시킨다면, 한국의 상황은 재산이 다시 소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재산을 이루는 자본축적의 초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경제는 아직 전근대적인 중상주의 또는 봉건적 자본주의이다’는 상당수 야권 경제전문가들의 평소 지론과도 일치한다. 그렇다면 1990년대 중후반 이래 본격화된 소득격차 심화는 무슨 이유로 발생한 것일까?

이들은 한국경제에서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의 소득격차 및 불평등 심화는 ‘돈이 돈을 버는 자들’ 즉 자산가들의 재산소득 때문이 아니라 재벌그룹 체제 때문에, 즉 ‘전근대적인 봉건적 기업구조’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장하성이 증거로 제시하는 통계 자료가 가장 돈을 잘 버는 소득상위 10~20% 계층의 미미한 재산소득이다. 실제 장하성이 인용하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가장 소득이 높은 소득 5분위(5천만 인구의 상위 20%인 1천만 명)의 총가계소득에 차지하는 근로소득의 비중은 71.4%이고 사업소득은 25.6%이다. 재산소득은 3.1%에 불과하다. (그림 1 참조). 통계청의 또 다른 조사인 <가계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더라도 가장 돈 잘 버는 소득 10분위(5천만 인구의 상위 10%인 5백만명)의 총가계소득에서 근로소득의 비중은 94.3%인데 반해 재산소득은 미미하다. (그림 2 참조). 이렇듯 가장 소득이 높은 상위 계층에서 근로소득이 압도적이며 재산소득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 장하성 등 야권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재산소득이 소득 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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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자본주의 – ‘돈이 돈을 버는’ 경제의 말기적 증상

 

물론 그가 제시하는 통계 자료는 그 자체로서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한계는 명백하다. 조사요원들이 집집마다 방문하여 얼굴을 마주보고 질의응답하여 조사하여야 하는데 부유층 주택과 아파트의 경우 방문조사원을 아예 문전박대하는 까닭에 그 재산과 재산소득을 조사하는데 한계가 명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계청 조사 자료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세계의 한 단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먼저 우리 주변의 일상생활을 둘러보자. 가령 영화배우 정지훈과 소지섭, 전지현 같은 이들이 개봉영화의 성공으로 수십, 수백억의 돈을 벌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목 좋은 곳의 빌딩과 상가를 구입하는 일이다. 임대수익을 평상시 얻을 수 있고 더구나 잘만 하면 건물가격 상승으로 양도소득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일을 신문과 TV에서 일상적으로 접한다. 다음은 요즘 TV에서 자주 보는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에 관한 한 신문기사이다.

“방송인 서장훈이 건물 임대료와 관련된 루머에 대해 해명했다. 16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서 배우 신소율은 “여기서 키가 제일 큰 사람이 건물을 많이 갖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이상민은 “임대료를 반 밖에 안 받는다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서장훈은 “큰일 난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진짜 반값을 받냐고 물어본다”며 “진짜 농담 아니다. 일반적인 가격에서 조금 덜 받는거다. 반값이 말이 되냐. 자꾸 반값이라고 하는데 그거 아니다. 심각한 얘기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서장훈은 반값 임대료를 받는 착한 건물주로 조명됐다. 한 매체는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서장훈은 흑석동이랑 서초동에 빌딩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보증금 7억에 월세 3000만 원 정도로 인근 시세보다 약 50% 정도 저렴하게 받고 있다. 임차인의 사정을 봐주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00년 외환위기 시절 약 28억원에 매입한 서초동 빌딩 시세는 약 150억원으로 올랐고, 약 58억원에 매입한 흑석동 빌딩 시세는 약 100억원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장훈은 현재 200~300억원대의 자산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제신문 201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