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은 가계부채 증가의 핵심적인 집단대출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 가계부채 문제는 신규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존에 실행되었던 대출의 부실화, 그리고 이로 인해 부정적 경제 효과가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국민들의 경제생활을 옥죄고 있는데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현재 가계부채 문제는 신규 대출이 증가가 아니라 기존 대출이 부실화되어 국민경제와 가계에 부정적 영향의 확대에 있다.

빚은 증가하지만 갚을 돈은 말라붙고 있다

가계부채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가계소득 중 생활에 드는 비용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이 부채상환 금융비용을 감당할 정도가 되어야한다. 따라서 가계부채 증가율과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우리 가계가 빚을 갚을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은 2007년에서 2015년까지 1년 단위로 가계부채증가율 대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증가율을 나타낸 그림이다. 2010년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가계부채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관계는 증가(↑)와 감소(↓)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빚을 갚을 수 있는 가계의 여유 자금이 빚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2007년 처음부터 그랬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진 아직 최악의 상태는 아니다. 두 지표 사이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갚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있었으므로 지금처럼 가계부채 망국론이 대두될 시점은 아니었다. 몰론 건축·인 허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 가격 오름세를 부추긴 책임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ea%b7%b8%eb%a6%bc1

가계 부실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문제는 이명박 정권부터 시작되는데 성장률 지표, 고용 지표, 비정규직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거의 자유낙하 한다. 2010년 이후 동반 하락한 가계부채가 2012년부터,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시기가 2007년과 다른 것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제로에 가까운 마이너스였다는 사실이다. 갚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 명백한데 가계부채 증가율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지금처럼 경제망국의 원인으로 작용 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기우만은 아니라는 것은 2014년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가시화된다. 현재 가계부채 증가율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분명 빚을 갚을 여력이 2008년 경제위기가 한참이던 시기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는 경제 위기 이전과 이후 그 어느 때 보다 더 높게 증가하고 있다.

지금이 2008년 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따라서 문제는 신규 대출이나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칭찬해 줄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기존 가계부채가 부실화를 막는 것이다.

과연 정책당국이 이를 인식하고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난 7월 28일 금융위원회는 “월세입자 투자 풀”이라는 걸 내놓았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전세에서 월세로 많이 변경되는 추세다. 그러니 월세로 돌리고 난 후 전세보증금이 좀 남았을 것 아니냐, 그럼 그걸 묵혀두지 말고 투자해라. 투자는 정부에서 알아서 해주겠다.’

금융위에서 타깃으로 잡고 있는 전월세 전환에 따른 잉여자금은 사실 생활비 충당으로 들어가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생활비가 올라 여윳돈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듯, 투자처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잉여자금을 관리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위원회의 주장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잉여자금이 있을 턱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주택 통계에서 보증금은 평균 2억214만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과 견줘 62%나 올랐다. 또 전세에서 순수 월세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보증부 월세 형태로 넘어가서 전세자금이 온전히 내 손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또 연평균 수익률을 3년 만기 예금금리 +100bp(1%) 이상으로 해주겠다고 하였으나, 원금손실을 떠안고 다른 투자처보다 높지도 않은 기회에 미래를 맡길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By |2018-06-29T17:02:47+09:002016/09/12|Categories: 새사연 연구, 이슈진단|0 댓글

댓글 남기기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