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동 방과 후 정책

학령기 아동에게 ‘방과 후’는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난 이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 가와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는 방과 후에 아이들은 간식을 챙겨먹고 교육활동이나 바깥놀이를 하면서 오후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의 유무와 활동 프로그램이 학령기 아동의 방과 후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맞벌이 가정에서 불가피하게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아이들을 사교육 학원에 맡기는 풍경도 이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 때문에 대다수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없거나, 맞벌이를 하더라도 돌봄공백으로 인해 사교육 학원을 전전하거나, 나 홀로 아동이 늘어나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학교 안에서는 ‘방과후학교’와 초등학생의 경우는 ‘초등돌봄교실’이라는 정책이 제안되어 현재 운영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방과 후에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영어나 수학 등의 과외교육을 받거나 원하는 취미활동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선택사항으로 일정한 비용이 든다. ‘초등돌봄교실’은 가정과도 같은 역할을 담당하며 기본적으로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방과 후 활동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학교 안 방과 후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 또한 별도의 비용이 든다.

사실 많은 아동이 ‘방과 후’ 시간을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서 보내게 되기까지 여러 과정들이 있었다. 지금의 ‘방과 후학교’는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방과 후 교육활동이 도입되었다. 1996년 ‘방과 후 교육활동 활성화 방안’이라는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학교에서 시행되면서 이전까지 의무적으로 해오던 보충수업을 폐지하고 학교 밖 과외를 학교 안에서 저렴하게 시행할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특기적성 계발보다는 사교육 경감에 강조점을 두면서 교과활동 위주로 전개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1999년 ‘특기적성교육 활동’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또다시 사교육비 부담이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되면서 2004년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주요 대책으로, 교과 보충학습을 다시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되고,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보육 프로그램 도입이 제안되었다. 당시 ‘보충자율학습’을 썼으나 대통령 보고 과정에서‘방과후학교’로 바뀌어 오늘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안에서 돌봄 기능이 들어온 것은 2004년부터다. 이때 방과후교실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초등보육교실을 운영하다, 2009년 야간시간으로 확대해 종일돌봄교실로 개편, 2010년 초등돌봄교실로 명칭을 변경하고 확대하였다. 2013년에는 오후와 저녁 돌봄으로 나눠, 초등1~2학년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시행하다, 2014년 전체 1~2학년으로 확대했다.

이처럼 우리의 ‘방과 후’ 활동이나 돌봄은 사교육의 대안으로 제안되고 발전해온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보니 활동의 방향이나 내용이 ‘학습’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발전과정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교육활동 욕구를 충족시키고 저소득 계층이나 맞벌이 가정을 지원한다는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방과 후, ‘학습 중심 활동, 돌봄 환경 열악’

방과후학교는 초중고 대다수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13년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 비율은 초등학생이 73.3%로 가장 높고, 중학생 65.8%, 고등학생 76.6%로 초중고 전체 72.2%로, 2009년 57.6%에 비해 14.6%p 증가했다.

방과후학교의 발전과정에 나오듯, 사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흡수한다는 취지가 컸다. 그 때문에 2013년 교과 중심의 프로그램이 56.8%로 주를 이루고,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43.2%다. 초등 과정에서는 교과와 특기적성의 비율이 32:68로 특기적성이 2배 이상 높은 반면, 중고등 과정에서는 교과 프로그램이 2배 이상 높은 특징을 보인다.

현재 대다수 학교에서는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초등 저학년으로 확대되는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오히려 돌봄 환경이 더 나빠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당시 돌봄교실은 한 학교 당 1.1교실에 불과했으나, 2014년 현재 1.8교실로 양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한 교실 당 학생 수는 2009년 16.7명인데 반해, 2014년에는 20.2명으로 많아져, 돌봄 공간은 오히려 협소해졌다.

실질적으로 2013년과 2014년의 초등돌봄교실을 비교했을 때, 돌봄교실이 증가했으나 아동과 부모, 돌봄교사들이 느끼는 학교 환경은 더 후퇴되었다는 비판이 크다. 1년 사이에 한 교실 당 아동 수는 25명으로 5명이상 많아졌다. 한 학교당 전담 돌봄교사도 1명으로 정해지면서, 지난해 대비해 전담교사의 행정업무도 3~4배는 늘었다. 이 같은 여건에서 아이들의 체험활동이 어려워진데다, 부모의 비용 부담은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가다. 김형태 의원 보도자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초등돌봄교실인가?”, 2014.4.
즉, 좋은 돌봄 환경과는 더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돌봄교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예산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에 초등돌봄교실에 배정할 예산이 없다며 못 박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3~4학년으로 돌봄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년도 대선 공약도 헛구호가 될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