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현장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인터뷰, 현장 답사 및 관찰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실에서 연구 방향을 찾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연구 목적을 찾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바로 새사연이 지향하는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본 글은 새사연 정회원 황서연님이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이사로서 청년, 주택, 소비자협동조합으로 분류되는 일선 협동조합의 고민에 대해 다룹니다.  – 편집자 주

 

* 이 글은 협동조합 내부에서 합의된 의견이 아닌, 글쓴이 개인의 의견임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지난 2017년 3월 12일 일요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하 민쿱)의 정기총회가 있었습니다. 창립총회를 포함하면 이번이 네 번째 정기총회였는데 총회에 참여하면서 글쓴이는 민쿱이 밟아온 지난 3년간의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민쿱의 발기인이자 조합원으로서 한 때 사무국에서 근무했고, 이번에는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민쿱은 구성원 다수가 청년으로 분류되는 청년협동조합이자, 주택(주거)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협동조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쿱의 고민거리는 각각의 분야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총회 후기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1. 간략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소개

민쿱은 집이 없는 청년 스스로를 민달팽이라고 빗대어 부르는 이들의 협동조합입니다. 정관은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으로 되어있지만 실제 운영되는 방식은 소비자협동조합에 가깝습니다. 정관을 만들 때,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과 소비자협동조합의 차이점을 분명히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로 추후 정관 개정 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아무튼 요컨대 민쿱은 민달팽이 청년들이 주택(임대서비스)을 공동구매하기 위한 소비자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쿱은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 2014년 2월에 창립총회, 3월에 설립등기를 마친 올해 4년차 협동조합입니다. 업종은 부동산업·서비스업으로,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조합원의 출자금과 민간 차입금,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등으로 빌린 주택을 조합원에게 셰어하우스 형태로 공급하는 달팽이집이 있고, 다음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가 소유한 공공임대주택(매입임대주택)을 위탁관리하며 조합원에게 셰어하우스로 공급하는 ‘LH달팽이집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년주거와 관련된 다양한 용역사업이 있습니다. 2016년 12월을 기준으로 조합원은 200명이 넘었고, 출자금은 1억원에 육박합니다. 그 중 실제로 입주한 조합원은 달팽이집 50명, LH달팽이집 58명 총 108명이고, 누적 입주조합원은 131명입니다.

2. 2017년 정기총회 안건과 고민들

이번 정기총회의 안건으로 여느 협동조합과 비슷하게 전년도(‘16년) 활동보고와 결산안 승인, 올해(’17년) 활동계획과 예산안 승인이 있었고, 임기가 만료된 임원의 선출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민쿱의 이사장으로서, 동시에 민달팽이유니온 대표(‘15.03까지),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16.10까지)이었던 권지웅 이사장이 퇴임하며 조합원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협동조합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언급하고자 합니다.

1) 소비자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의 참여 체계 구조화

이번 총회가 지난 총회들과 두드러지게 달랐던 부분은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민쿱은 조합원보다는 사무국에서 주도하여 운영하는 측면이 컸습니다. 불과 몇 해 전에 조합원이 100명을 넘긴 시점에도 입주가 가능 규모는 20여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입주를 기대하기보다 민쿱의 실험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차원에서 출자한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총회에서도 조합원들이 조합운영과 관련된 의견을 내기보다는 곁에서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부동산업의 특성상 정보에 대한 비대칭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반 조합원이 조합운영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한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총회는 이전과 달랐습니다.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조합원이었고, 그동안 사무국에서 헌신적으로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힌 결과 조합원들은 조합운영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부분까지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예컨대 집집마다 운영되는 월간 반상회 현황에 대해 공유하며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공동체 규약 제정과 조합원 교육매뉴얼 작업에 조합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운영뿐만 아니라 사업구조에 관한 내용인 지역 청년공동체와 게스트하우스 협업에 관련된 의견도 있었습니다.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쿱이 점점 진정한 의미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글쓴이가 지금까지 경험했든 청년운동단체든 사회적경제공동체든 소수의 강력한 리더십이 각광받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세상의 변화가능성이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많은 것을 바꿔준다는 상상이 매우 매력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오히려 근본적인 변화를 방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변화는 삶의 토대가 변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민쿱의 발전과정이 불과 3년밖에 진행되지 않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토대를 변화시키는 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매우 기뻤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들었습니다. 조직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참여체계를 시스템으로 갖춰 놓지 않는다면 쉽게 동력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6년 2월에 발표된 2015년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서울 협동조합 486곳 중 소비자협동조합은 불과 13곳(3.1%)에 불과합니다. 협동조합의 대다수는 사업자협동조합(82.5%)인데, 주로 자영업자의 공동구매 등의 이유로 설립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참여를 구조화하는 시도는 흔치 않고 쉽지 않은 작업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대의원제도, 소위원회 등 구체적인 방안이 있겠지만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2) 새로운 이해관계의 등장 : 기존 달팽이집과 LH달팽이집의 다른 이해관계

현재 사업방식과 관련된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기존 달팽이집과 LH달팽이집의 조합원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기존 달팽이집은 민쿱 내부의 정관과 내규를 따르지만 LH달팽이집은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국토교통부 훈령)을 따릅니다. 그렇다보니 LH달팽이집 조합원의 경우 민쿱 조합원으로서 정체성을 갖기보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로서 정체성이 더 강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총회에서 LH달팽이집에 거주하는 조합원은 기존 달팽이집과 다른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 사무국에서 이에 대해 해설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는 기존 달팽이집과 LH달팽이집, 두 곳에 입주한 조합원의 규모가 비슷하고 비입주 조합원의 대부분이 기존 달팽이집부터 함께 만들어온 이들로서 조합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큰 갈등이 생긴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봤을 때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LH달팽이집이 확장속도가 더 빠를 수 있고, 이에 따라 LH달팽이집의 조합원 규모가 나머지 조합원 규모보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조합원들 간에 이해관계 충돌은 물론이고 조합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사무국에서 달팽이집과 LH달팽이집을 별개의 서비스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 1인 가구가 갖고 있는 주거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을 민쿱 공통의 이해관계라고 할 때 달팽이집은 세입자로서 갖고 있는 지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 특화된 서비스로, LH달팽이집은 가격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데 특화된 서비스로 특화하는 것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두 서비스를 같은 서비스로 인식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총회에서는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2인 이상 가구에 대한 주거소요에 관련된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의사결정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최대한 단일할 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청년 1인 가구 이외의 이해관계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게스트하우스나 2인 이상 가구의 주거소요가 발생한다면 해당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새로운 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이처럼 민쿱에서는 기존에 발생하지 않았던 조합원 이해관계의 충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계속)

*표와 그림을 포함한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의 pdf 파일을 다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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