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시는 사회주택 정책 재구조화에 나서며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직접 사회주택 사업을 실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특히 다양한 사회주택 사업유형 중 공공이 소유한 매입임대주택(공공임대의 한 유형)을 사회적경제 주체가 수탁운영하는 ‘사회적 주택’은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 변화에 보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임차인의 주거불안을 공공이 직접 공급‧운영하는 공공임대를 통해 해결하는 데 익숙한 탓에 사회주택을 SH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것이 일면 타당한 듯 보인다. 그러나 사회적 주택 사례에서 SH가 소유한 주택의 운영‧관리를 굳이 사회적경제 주체에게 맡겼던 것은 SH가 혼자 주택을 운영할 때보다 장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적 주택은 도대체 어떤 주택이기에 이런 논란이 있는 걸까.


사회적 주택의 등장

사회적 주택은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등을 활용해 매입임대주택에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 ‘차별적인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거 공동체 구성까지 지원’하기 위해 2016년 9월 도입되었다. 정부에서 사회적경제 주체를 활용해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주택 정책인 사회적 주택을 도입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정책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주택이 생겨나기 이전인 2016년 4월, 정부는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대책은 전세의 월세 전환과 임대주택 수요의 증가를 배경으로 공공임대 공급 확대, 민간 참여를 통한 임대주택 확충, 전월세 지원 강화, 주거 서비스 전문화를 위한 주택임대관리업 육성 등을 제시한 것이었다. 좀 더 이전으로 가보면 정부는 2015년 1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에서 영리 민간주체를 활용해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주택 정책으로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도입을 추진하였다.

박근혜 정부 시기 등장한 ‘사회적 주택’과 ‘주거비 경감방안’, 그리고 ‘기업형 임대주택’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한 ‘민간’의 활용과 물리적 주택 공급을 넘어 ‘주거 서비스’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의 임대주택 정책 변화다. 물론 사회적 주택과 기업형 임대주택은 공급 주체, 사업구조, 주택의 공공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이미 2010년대 중반, 우리사회의 주거정책 패러다임이 ‘민간주체의 활용’과 ‘주거 서비스 제공’으로 넘어왔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임대주택 공급‧운영에서 공기업의 개인플레이를 지향하거나 임대주택 정책을 ‘월세 난민’ 양산 정책으로 비난하는 최근의 논란들과는 매우 다른 관점의 정책 흐름이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온 것이다.


사회적 주택의 정책구조

‘민간 활용’과 ‘주거 서비스 제공’이 임대주택 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된 흐름 속에서 그러면 사회적 주택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구조를 통해 이 과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을까. 앞서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적 주택은 ‘공공주택사업자(LH, SH 등)가 매입한 주택 또는 개량한 주택을 비영리법인 등이 무주택자인 저소득층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기존주택등 매입임대주택 업무처리지침 제38조)이다.

그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주택은 공공부문이 주택을 공급하고 사회적경제 주체의 신청을 받아 주택 운영기관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진다. 처음에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만 공급되었으나 2020년 12월 관련 지침이 개정되면서 매입임대주택이 입주대상으로 삼고 있는 일정 소득 및 자산 이하의 주거취약계층,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다자녀가구 등을 대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매입임대주택은 시세 대비 30~40%의 임대료(공공전세 주택, 신혼부부Ⅱ 매입임대주택,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리츠주택 제외)로 공급되는데 사회적 주택은 운영기관이 시세 대비 50% 이하의 임대료 범위에서 주택을 공급하여 운영한다. 이때 운영기관은 시세 대비 30%의 임대료는 위탁기관인 공공주택사업자(LH, SH 등)에게 지급하고 시세 대비 20% 이하의 임대수익으로 주택을 운영하고 주거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적 주택의 발전과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2016년 9월 LH가 서울, 수원, 부천 등 수도권에서 시범사업으로 사회적 주택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GH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산도시공사, SH에서도 사회적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확산이 나타났다. 이처럼 여러 공기업과 사회적경제 주체가 협력하여 공급‧운영하는 사회적 주택은 2021년 12월 기준 사회주택 재고의 48.1%(한국사회주택협회 데이터)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2020년 상반기에는 사업을 기획하고 주택을 설계‧시공하는 단계부터 주택운영 단계에 이르는 주택사업 전단계에 사회적경제 주체가 참여하는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이 도입되었다. 이는 2021년 ‘테마형 매입임대’로 변화하였고 현재 사업자 공모 및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은 주택건설 이전부터 1인 가구, 비혼가구, 예술인, 연구자, 육아가구 등 다양한 수요자를 기획하여 맞춤형 주택을 제공하고 입주 후에도 맞춤형 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정책이다. 공공부문과 사회적경제 주체가 협력해 보다 밀도 높은 수요자 맞춤형 공공임대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신속한 주택공급 대책으로 주목받은 호텔 리모델링 사회주택 역시 대표적인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의 하나이다.


기존 매입임대주택의 한계와 사회적 주택의 장점

사회적 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 기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존의 공공임대 정책에서 취약했던 ‘주거 서비스 제공’ 기능을 사회적경제 주체를 활용해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공공임대 정책은 LH, SH 등 소수의 공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물리적으로 주택을 건설해 공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입주자들이 가진 특성에 맞춘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입퇴실을 신속하게 관리하기 어렵다.

반면, 사회적 주택을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는 임대주택의 각종 물리적 하자의 수선부터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 적극적인 입주자 모집을 수행한다. 입주자로부터 누수, 싱크대 불량, 벽면 곰팡이 등의 하자보수 요청이 오면 운영기관은 공공주택사업자 및 시공사와 소통하여 이를 신속히 대처함은 물론 입주자가 퇴실한 이후 사업자의 홈페이지 및 공공기관의 홈페이지(SH, 서울시 사회주택플랫폼 등)에서 입주자를 빠르게 모집하여 더 많은 정책대상들이 정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반상회, 각종 교육, 운동회, 옥상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입주자들에게 제공한다. 사회적경제 주체의 이러한 주거 서비스 제공은 사회적 주택 입주자의 주거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공공주택사업자에 의한 매입임대주택 운영과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한 사회적 주택 운영을 보다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기 위해서 양자 간 공실률을 비교해볼 수 있다. 2021년 4월 감사원이 SH를 정기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SH 공사가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의 공실률은 24.1%, LH가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의 공실률은 11.5%(2020년 6월 기준)였다. 이와 비교하여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 동안 한국사회주택협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주택의 평균 공실률은 3.8%로 나타났다.

공실률 수치는 SH, LH, 사회적 주택 운영기관 간에 통일된 계산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사회적경제 주체 대상 설문조사의 경우 그 응답률이 낮아 제한적인 의미로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간에 보이는 공실률 수치의 현격한 차이는 사회적경제 주체를 매입임대주택의 운영기관으로 활용할 때 보다 효과적으로 주거복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 낮은 공실률은 공공임대 사업에 발생하는 손실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TMC, RMC, TMO 사례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이처럼 임대주택 정책에서 ‘주거 서비스 제공’을 위한 운영기관을 마련하는 것이 특정 정부만의 정책기조 혹은 사회적 주택만의 특이한 사례인가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주택과는 다소 다른 사업구조이지만 주택의 운영과 관리를 위해 임대주택 소유자 외에 별도의 운영주체를 두는 경우는 해외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임차인관리회사(Tenant Management Corporation; 이하 TMC) 및 입주민관리회사(Resident Management Corporation; 이하 RMC), 영국의 임차인관리조직(Tenant Management Oragnisation; 이하 TMO)이 그 사례들이다.

미국의 TMC는 공공부문이 소유한 공공주택(public housing)의 슬럼화를 방지하기 위한 주민자치활동으로 시작돼 이후 포드재단의 지원 하에 연방주택도시개발국(HUD)의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었다. TMC는 공실관리 및 임대차계약 관련 소통, 주민교육‧훈련, 시설관리, 탁아시설 제공 및 방과 후 교육 등의 활동을 하였다. 레이건 정부 시기 연방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기 위해 입주민들의 ‘자립’을 강조하며 임차인 뿐만 아니라 분양전환 주민까지 포함하면서 TMC는 RMC로 변화하였다. 관련 법은 연방정부에게 RMC의 교육 및 사업개발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TMO는 1975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사회주택(social housing)의 관리권한을 임차인 집단이 결성한 TMO에게 이양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제도화되었다. TMO는 주택관리 및 월세수납, 자원봉사 프로그램 운영, 청년 임차인 재정관리 지원 등의 활동을 한다. TMO에는 임차인관리협동조합(Tenant Management Co-operative)과 주택관리위원회(Estate Management Board; 이하 EMB)가 있는데, 공공부문은 EMB의 직원을 행정적으로 지방정부가 고용토록 하는 방식으로 EMB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TMC와 RMC, 영국의 TMO 사례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에서 물리적 건축물을 제공하는 것 외에 민간주체를 활용해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비교적 국제적 공감대가 있는 정책방향임을 보여준다. 다만, 해외사례들은 임차인들이 주택 운영‧관리의 중심 주체가 되도록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주택의 운영기관 중 협동조합은 입주자 조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영국의 사례와 부분적으로 유사하다고도 하겠다.


현재 사회주택 생태계에서 사회적 주택의 의미

이제까지 사회적 주택 정책의 개괄적 내용과 공공임대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는 정책적 의미, 해외의 유사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사회적 주택은 ‘민간주체’ 중 특히 ‘사회적경제 주체’를 활용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러한 사회적경제 주체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사회주택’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즉, 사회적 주택은 매입임대주택의 한 유형이라는 점에서 특수한 공공임대인 동시에 사회주택의 한 유형인 것이다. 그러면 사회주택 생태계에서 사회적 주택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사회주택은 2015년 서울시에서 사회주택 조례를 제정하면서 제도화되었는데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사회적경제 주체의 협력 하에 다양한 사회주택 모델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사회주택 사업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주택의 재고량은 사회주택과 유사하게 공공주체 혹은 영리 민간주체가 공공지원을 받아 공급하는 공공임대 및 공공지원민간임대의 재고량보다 낮다. 2019년 기준으로 공공임대는 1,660,128호, 공공지원민간임대는 15,462호(기업형 임대주택 제외, 2021년 주택업무편람)의 재고를 보이는 반면, 사회주택은 2021년 12월 기준으로 4,389호(한국사회주택협회 통계)의 재고를 보이고 있다. 사회주택 생태계는 아직 그 범위가 작으며 성장을 위한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발아기에 있는 사회주택 생태계에서 사회적 주택은 토지매입 및 임대비용, 건축비의 지출없이 사업자가 주택의 운영‧관리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사회적 주택은 사회주택 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사회주택을 활성화해나가고 있다. 이 정책은 공공주택사업자가 겪는 매입임대주택 운영‧관리에서의 어려움을 사회적경제 주체를 활용해 보완하는 동시에 공공이 소유한 임대주택 운영을 통해 사회주택 생태계가 성장해갈 수 있는 상생구조의 정책인 것이다.


사회적 주택에서의 보증금 보호 문제

사회적 주택 정책은 이러한 장점과 정책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입주자 보증금 보호 문제가 있다.

우리는 주택임대차 계약관계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증금 반환을 보장받는다. 관련하여 사회적 주택은 그 사업구조 상 ‘임대인인 공공주택사업자-임차인인 사회적경제 주체’, ‘임대인(전대인)인 사회적경제 주체-임차인(전차인)인 입주자’라는 2가지 임대차 계약관계가 결합된 전대차 계약관계를 구성하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대차 계약의 경우에도 원래 임대인인 공공주택사업자가 전대차 계약에 동의한 경우 전차인인 입주자가 원래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전대인인 사회적경제 주체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대상이 아닌 법인이기 때문에 전대차 계약에서 전차인이 원래 임대인에게 가지는 보증금 반환 청구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순수한 의미의 법률관계 관점에서만 해석하면 사회적 주택에서 운영기관인 사회적경제 주체가 입주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입주자는 제도적으로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방안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회적 주택 정책에 적합한 보증금 보호 제도가 법률 상 미비하기 때문이지 이 정책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회적 주택 정책의 가치를 살리면서 입주자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지 이 정책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주택 운영기관을 선정하는 공공부문이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한 보증금 반환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접 입주자 보증금을 관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하여 국토교통부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및 한국사회주택협회와 협력하여 사회적 주택에서의 보증금 보호를 위한 보증보험 상품 마련을 논의 중에 있다.


‘협력’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사회적 주택

사회적 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를 활용해 물리적 주택 제공을 넘어 입주자들에게 맞춤형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 공공임대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사회적 주택 사업에 참여하며 사업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사회주택 생태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사회적 주택은 ‘공공부문’과 ‘사회적경제 주체’가 ‘협력’하여 ‘임차인’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며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는 윈-윈(win-win) 정책인 것이다.

임대주택 정책에서 ‘민간’과 ‘주거 서비스 제공’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은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정책기조가 아니며 미국과 영국의 TMC, RMC, TMO 사례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흐름이다. 공공주택사업자와 사회적경제 주체의 ‘협력’이 만든 시너지 효과를 버리고 공기업의 개인플레이로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은 정책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 될 위험이 크다.

누군가는 매입임대주택에서 입주자가 부담하는 임대료보다 사회적 주택 입주자가 부담하는 임대료가 다소 높은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는 ‘주거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못한 오해라고 생각된다. 사회적 주택의 임대료가 적정한지는 단순 임대료 수치 비교로 평가할 수 없으며, 매입임대주택에서의 높은 공실로 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임차인 문제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하여 평가해보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TMC, RMC, TMO, 사회적 주택 운영기관이 제공하는 주거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임대주택 정책에서 필요한 지출이었으나 이제까지 지출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우리의 고민 방향은 이러한 ‘협력’을 더 다듬어나가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시설관리 책임은 어디까지 공공주택사업자가 지고 어디부터 운영기관이 져야 하는가. 각종 교육‧반상회‧소모임 등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입퇴실시 관리사항 등 운영기관의 서비스 업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러한 주거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이 매뉴얼로 마련되어야 하고 모범사례는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TMC, RMC, TMO 사례에서 보이듯이 주거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주체가 보다 입주자 중심으로 구성될 때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는 않을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입주자의 주체성을 강조하더라도 입주자가 가지는 대표성에 임대 및 주거 서비스 전문성을 보완해줄 실무자들도 필요하기 때문에 대표성과 전문성을 아우를 수 있는 운영기관의 조직구조는 무엇일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적 주택 운영기관을 바라보면 세입자 조직화의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협력’을 통해 우리사회의 주거문제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사회적 주택의 정책적 의미를 되돌아봄으로써 사회적 논의의 방향이 이 정책을 더 개선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