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정부 당국은 강력한 규제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출입기자 송년회에서 비트코인은 정상적인 금융거래로 볼 수 없으며, 투기라고 못 박았다. 강력한 규제 도입을 금융위원장이 직접 시사하고 있다는 면에서 전자 가상 화폐로 인한 문제가 사전에 차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는 것은 추후에 다른 사람이 더 후한 값에 사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 때문이기에 실물경제적 근거가 전혀 없는 가상 화폐는 값이 치솟더라도 그 자체로 투기일 뿐이라고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으나, “그럼 증권이나 주식 거래도 다 똑같은 기대 때문에 매입하는 것인데 금융위원장이 자본주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취지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상화폐 소식이 연일 들려오는 와중에 사건이 발생했다. 조금 배운 지식으로 고등학생이 친구들 몇몇과 함께 만들었던 가상화폐 거래소가 50억 원짜리가 되었다. 학생들은 무서운 나머지 발을 뺐고,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는 소식이 기사로 들려왔다. 뒤늦게 들어온 전문가들도 손을 털고 나갔다고 한다.
만일 월급이나 빚을 내 가상화폐를 매입하거나 거래한 당사자가 나온다면 그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금리생활자에겐 더 없이 좋은 기회지만, 결국 맨 마지막에 더 후한 값으로 사 줄 사람이 나서지 않는 순간이 오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그동안 키워온 거래 규모뿐만 아니라 빌린 돈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물자본의 이윤 생산 능력이 저조한 이 때, 금융투기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매번 그랬다. 조금 딱딱하게 말하면, 자본주의 생산의 성과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면, 투자자는 바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된다. 자본주의 역사는 매번 금융 쪽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거래 규모가 커지고, 커진 거래 규모만큼이나 거래 속도도 빨라져 실물자본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크게 이윤을 얻어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것의 근본적인 원칙은 최종구 위원장이 지적했던 것처럼, 내가 구입 한 다음 추후에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으로 사줄 것이라는 믿음이 결정적이다. 이 믿음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다.
The Economist는 연말을 맞아 2017년 교훈이 될 만한 10대 사건을 간추렸다. 비트코인도 그 중 하나이다. The Economist가 전하는 교훈은 “2017년 우리가 얻었던 교훈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이 더 후한 값에 사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비트코인을 산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경제학이론에서는 이를 두고 “나보다 더 바보 이론”이라고 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