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발생기와 컴퓨터, 어떤 발명이 경제성장에 더 중요한가?

굳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니었어도, 세계경제는 이미 성장을 멈춘 듯 보인다. 오늘, 뚜렷한 이정표가 베일 밖으로 나오지 않은 가운데 시대를 이끌어갈 길잡이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이 지금의 최장기에서 경기 침체를 걷어내고 새로운 시대로 도약 할 수 있는 발판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로버트 고든의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이 번역 출간되어 회자되고 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고든 같은 경제 성장론의 원로급 주류 경제학자가 4차 산업력명은 미몽일 뿐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 토론 거리가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고든은 전력발생기와 컴퓨터(Dynamo/Computer)가 경제성장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주장한 폴 데이빗의 주장을 환기시키며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다. 고든은 데이빗의 논문이 발표된 1990년의 몇 해 후인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총생산성의 증가가 1972년부터 1996년까지 증가율의 거의 두 배에 달할 정도 였다고 지적하며, 전자기기의 발명이 기술혁신과 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주장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2004년 이후는 더 이상 데이빗의 예측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고든에 따르면, 2004년 이후 평면 모니터를 장착한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이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결국 노동생산성이 1972년~1996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고든이 말하고자 한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전력발생기 같은 기기와 그것에 기초한 내연기관의 발명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이 주된 요지이다. 자동차나 트럭과 같은 내연기관의 발전은 트럭기사와 배달인력을 비롯한 운수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여주었으며 이는 커다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든은 오늘의 4차 산업혁명이 집중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정보통신기술에 관련된 인간 활동의 좁은 영역은 성장을 이끌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주목 해야 하는 부분은 음식·의복·주택·운송·건강·가전제품·근로 조건과 관련된 산업이라고 한다. 1970년대 이래 이 부분에 대한 소홀함이 결국 질적 양적 측면 모두에서 경제성장의 속도를 늦췄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성장에 그치는 진단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경제성장에 근거한 시민들의 생활수준의 향상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장기에서 경기침체를 극복하지 못하며 경제성장에 일정정도 도달하더라도 그 혜택이 시민들의 생활수준의 향상과 복지의 확대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우리는 그 모든 비극을 지켜봐야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 트로이의 마지막 왕비 헤쿠바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