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현장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인터뷰, 현장 답사 및 관찰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본 글은 새사연 정회원 황서연님이 작성한 보고서입니다. 저소득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적정 주거지를 발굴하기 위해 부흥주택, 1세대 아파트 등의 현장을 답사했습니다. – 편집자 주
이 탐험기는 작년(2016년)에 일어났던 실화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임산부나 노약자 및 심신이 불안정하신 분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대부분의 세상일들이 그렇듯 마음같이 되진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청년뿐만 아니라 서울 등 대도시에 사는 저소득 1인 가구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니 자신이 청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는 마시고 그냥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이 탐험이 왜 시작되었는지 배경을 설명드리기 위해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대학 진학을 위해서 상경한 후 조금 있으면 10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 상경 이후 하숙, 고시원, 잠만자는 방, 학교 기숙사, 얹혀 살기, 자취 등 끊임없이 옮겨다니며 청년들의 주거빈곤을 스스로의 문제로 경험하게 되었고, 이 문제가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않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껴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예컨대 청년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란 단체의 결성과 초기활동에 직접 참여했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주거관련 사회적기업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청년들의 주거빈곤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사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십수년간, 아니 그 이상 아무도 제대로 풀지 못한 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도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기존에 진행한 활동도 있었지만, 대학원 입학 이후 새로운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다 ‘소득을 당장 높일 수 없다면, 주거비를 싸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이 탐험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참고한 사례는 오늘공작소라는 단체가 마포구 망원동의 부흥주택을 개조하여 청년 1인 가구의 주거지로 활용한 ‘부흥주택 프로젝트’였습니다. 해당 부흥주택은 총 4개동 107세대 규모로 1977년에 준공되어 2014년 당시에는 지어진 지 40년이 다 되었지만, 재건축 추진이 중단되자 절반 이상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오늘공작소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사무실 바로 옆에 있던 이 부흥주택을 주목하고 세대 당 보증금 100만원, 월세 10만원 수준에 임차하고 세대 당 재료비 150만원으로 수리하여 총 4세대를 스스로의 거주공간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이는 오늘공작소의 ‘50만원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는데, 지역에 기반하여 생활최저선만 벌고 공유지 안에서 “그 순간 재미있는 일”을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비록 2016년 이후 재건축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임대인의 요구로 4세대 모두 철수하여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오늘공작소의 ‘부흥주택 프로젝트’는 주거빈곤 문제에 접근하는 방향이 다양할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기존에는 청년 주거지 조성 방안으로 신축하거나 대규모 리모델링을 하는 것 중심으로 사고했는데, ‘부흥주택 프로젝트’는 신축이 아니더라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직접 부딪치면서 수리하는 방식으로도 청년들의 주거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고른 탐험지는 망원동 이외의 다른 지역 부흥주택이었습니다. 인터넷과 문헌자료를 뒤져보니 청량리 부흥주택이 가장 대표적인 곳임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고 바로 현장으로 찾아갔습니다. 청량리 부흥주택의 첫 인상은 일단 망원동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문헌조사를 통해 1955년, 1957년에 지어졌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앞서 1977년에 준공된 망원동 부흥주택보다 겉보기에 상태가 좋아 보였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증·개축과 수리가 계속 이어져, 세대별로 구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에는 대략적으로 세대별로 보증금 200~500만원에 월세 20~35만원 수준이면 임차할 수 있어 가격적인 면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청년 주거지로 활용하기에는 망원동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띄었습니다. 먼저, 망원동의 경우 부흥주택 주변 대부분이 현대식 건물이고 최근 ‘망리단길’(망원동과 이태원 인기 상권 ‘경리단길’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만큼 청년들에게 인기있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청량리의 경우 부흥주택 단지의 규모 자체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청량리에서 부흥주택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인근에 고려대를 제외한다면 청년들을 유입시키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망원동과 달리 대부분의 주택에 기존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비어있는 곳을 활용했던 망원동 사례와는 달리 청년 주거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원주민들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2015년도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실제로 당시 청년 10여명이 청량리 부흥주택에 들어가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려다 원주민의 삶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걱정하며 시도를 포기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계속)
*현장 사진을 포함한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의 pdf 파일을 다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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