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2017 대선 정책 vs. 정책> 시리즈를 통해, 촛불시민혁명 이후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자 합니다. 각 후보들의 정책 비교를 통해 생활인들의 삶에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력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이은경/ 새사연 이사
오늘날 한국 보건의료가 가지고 있는 기본 구조와 당면 과제는 다음과 같다. 과도한 민간중심 공급구조, 불균형한 재정지원과 그에 기반한 비급여,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과도한 치료서비스 중심 의료이용, 건강불평등. 이런 문제들이 한국 보건의료가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이고, 여기에 고령사회 빠른 진입과 경제 저성장은 대외적 상수이다.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고, 국민들의 실질적 건강수준을 높일 수 있어야 저성장사회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보건의료 개혁 과제는 어떤 원칙과 정책방향으로 진행해야 할까?
현 시기 한국 보건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중심으로 의료시스템을 개편하고, 건강을 중심으로 건강정책을 다시 구조화하는 것이다. 현재 노인 및 취약계층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기초 위험(빈곤)에 대한 기본적 소득보장을 충분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보건의료 분야는 건강형평성과 시스템 효율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하지만 진보 영역에서 사회서비스의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다. 반면, 보수정권에서 보건의료는 미래먹거리, 차세대 성장 동력 등 산업발달 영역만 강조되었다. 그 결과는 매우 불균형하게 제공되는 의료와 발전하지 못한 건강증진, 매우 심각한 건강불평등을 초래했다.
단순 서비스 확대는 답이 아니다.
한국 보건의료가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시기별 중요 과제는 달라져왔다. 빠른 시간 내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본비용 보전을 해주는 과제에서 이제는 의료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담보해야하는 과제로 넘어가고 있다. 의료정책을 넘어 보건의료정책, 건강정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물론, 낮은 보장률을 개선하고 의료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지만, 이는 단순히 건강보험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보건의료 구조가 지나치게 민간화 되어 있고, 경쟁이 심하며, 비급여 및 의료제공, 이용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2000년대에 집행되었던 재정확보정책은 “재정확보 ⇒ 보장성 확대 ⇒ 비급여 및 실손보험 이용확대 ⇒ 불필요한 서비스 오남용 및 의료비 증가 ⇒ 다시 개인 의료비 부담확대 및 불평등”으로 이어져왔고, 단순한 재정확대는 이 과정을 증폭시킬 뿐이다.
지금까지 보건의료 정책은 “인프라 확대, 재정확보, 보장항목 확대”라는 정책방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시기 공약 1순위는 재정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자, 국민, 정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 공급시스템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부활시켜 일차보건의료를 확대하며, 비급여 및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통제하고 필수 의료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는 포괄적 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우려, 거의 고려되지 못해왔다.
후보 별 보건의료 공약 비교
이번 대선 공약 역시 위의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고민은 대부분의 대선공약에 포함되어 있고, 비급여 부분에 대한 언급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 정책은 거의 담고 있지 못하다.
1) 문재인 후보
문재인 후보는 전체 공약집을 가장 늦게 내놓았으며, 보건의료에 관한 내용은 각 영역에 세분화되어 기술하고 있다. 크게 건강보험 보장확대, 공공부분 역할강화와 의료민영화 반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시스템 개혁, 건강증진 사업 확대 등이 큰 카테고리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내용과 서비스 확대부분에 대한 내용은 자세하나, 상대적으로 비급여 관리방안,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통제방안은 부실하다. 그러나 생애주기별 보장확대 내용, 특히 노인 보장확대 부분에 충실하다.
공약집 제출 이전에 언론에 보도되었던 보건의료 행정체계 개편, 부과체계 개편 등의 내용은 삭제하여 시스템 개선 분야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부분에서 한국 보건의료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한 주요 과제인 주치의제도가 없고, 대형병원 집중을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부재하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 추계와 부과체계 개편, 재정정책(보험료, 국고지원, 사용자 부담률 등)이 부재하다.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요 행정 기관과 건강보험보장성심위원회 등 보건의료 논의구조에 대한 공약도 없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총평은 다음과 같다. 선거 시기 유세 등에서 강조했던 시스템 개혁 내용은 더 후퇴했고, 보장항목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함. 민주적 결정구조와 재정마련, 시스템 개선, 민간공급자 및 비급여 통제 등에 대한 내용이 부재하다.
표1. 문재인 후보 의료보건 정책
2) 안철수 후보
안철수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항목중 노인에 대한 보장확대 내용을 가장 앞에 두고 강조하고 있으며, 그 외 생활안전에 관한 부분이 구체적이다.
건강보험 영역에서는 보장확대와 재정확충(국고지원, 부과체계 개편)을 같이 언급하였고, 의료시스템 영역에서는 주치의제도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가 눈에 띤다. 다른 후보들과 차이점은 보건산업 육성 부분이 자세하게 포함되었다는 점인데, 산업육성과 이를 위해 과도하게 규제를 푸는 기존 의료민영화정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나와 있지 않다.
안철수 후보의 총평은 노인, 생활안전, 보건사업에 관한 부분이 강조되어 있으며 재정, 공공분야, 주치의 등 주요 요구사항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반면, 민주적 결정구조와 시스템 개선, 민간공급자 및 비급여 통제 등에 대한 내용이 부재하고 규제완화나 산업발달이 영리화로 이어질지 우려된다.
표2. 안철수 후보 의료보건 정책
3) 심상정 후보
심상정 후보는 행정체계, 의사결정구조, 시민참여 방안, 건강영향평가 등 건강정치 활성화 방안이 가장 돋보인다. 또한 부과체계 개편 등 재정정책, 주치의 제도 도입, 상병수당 도입, 학교보건‧산업보건‧지역사회 보건 등 세부 정책이 충실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확대, 대형병원 쏠림, 근거가 불충분한 서비스 오남용에 대한 통제 기전 등 공공기관 확대와 민간공급자 통제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표3. 심상정 후보 의료보건 정책
4) 유승민 후보
유승민 후보의 보건의료 분야 공약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노인 정액제와 노인 장기요양 본인부담금 폐지, 치매관리정책 등 노인 분야 정책이 대다수를 이룬다. 그러나 비급여 포함 본인부담금 단계적 인하 정책 등은 의미가 있다.
유승민 후보에 대한 총평은 노인정책 이외 민주적 결정구조와 재정마련, 시스템 개선, 민간공급자 및 비급여 통제 등에 대한 내용 등 구조적 부분과 일차의료강화, 공공부분 발전, 재정대책 등 주요 내용이 거의 부재하다.
표4. 유승민 후보 의료보건 정책
보건의료 정책 공약 총평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가장 선두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노인 보장확대 내용이다. 그 외에도 아동, 임신출산 등 표를 의식한 서비스 확대가 가장 눈에 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지금까지 나왔던 보건의료 분약 개혁 방향을 가장 구체적으로 담고는 있으나 시스템 개선, 민간공급자 및 비급여 통제 등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문재인 더민주당 후보의 경우, 민주적 결정구조와 재정마련, 시스템 개선, 민간공급자 및 비급여 통제 등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 빠진 것은 선거 막판에 여러 논쟁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선거를 위한 공약은 국정운영방향과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이 정치영역의 과제만은 아니고, 사회정책 분야에서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타 사회복지 분야와도 다르게 오랜 시간 제도가 구축, 발전되어 오면서 경로의존성으로 인한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중첩되어 가고, 환경(고령화와 저성장)은 매우 나빠지고 있다. 보건의료분야에서 핵심 과제는 서비스 확충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인 것이다.
이런 시기의 보건의료정책은 표를 위한 선심성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확한 진단과 대안을 내놓고, 지지세력을 확보하는 과정 없이 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 보건의료영역에서는 매우 강력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한국 의료인은 가장 강력하게 형성된 전문가 정치 집단이며, 제약회사·보험회사·병원 등 산업영역의 파워도 매우 크다. 경제영역에서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강력한 입장 없이 경제민주화와 노동개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처럼, 의료분야에서도 극복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대안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를 얻지 않으면 단 한걸음도 나갈 수 없다.
그 과정이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속되어온, “재정확보 ⇒ 보장성 확대 ⇒ 비급여 및 실손보험 이용확대 ⇒ 불필요한 서비스 오남용 및 의료비 증가 ⇒ 다시 개인 의료비 부담확대 및 불평등”이다.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며, 근본적 개혁에 대한 고민이 선거시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줄 정책] 생활인이 바라는 정책 한마디2017 조기 대선! 새로운 대통령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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