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2017 대선 정책 vs. 정책> 시리즈를 통해, 촛불시민혁명 이후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자 합니다. 각 후보들의 정책 비교를 통해 생활인들의 삶에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력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2015년 민중총궐기와 고(古) 백남기 농민 사망으로 촉발된 국민 촛불 항쟁이 마침내 박근혜 탄핵을 이루어내고 조기대선의 국면을 열었다.

국민 촛불은 작년 11월 5일 백남기 농민 영결식이 치러진 직후부터 광화문 광장을 밝혔다. 당시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은 한 목소리로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외쳤다. 고령의 농민을 살인적인 물대포를 직사하여 죽음으로 내몬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저항은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구호로 모아졌다. 농민들도 ‘전봉준투쟁단’을 결성하여 사상 처음으로 수백 대의 트랙터를 몰고 서울로 상경하는 투쟁을 벌이면서 국민 촛불 항쟁의 당당한 주역으로 함께 했다.

백남기로부터 타오른 국민 촛불 항쟁이 만들어낸 조기 대선 국면을 바라보는 농민은 각 정당과 후보에게 ‘백남기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새겨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함께 슬퍼했다. 그리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박근혜 정권에 분노했다. 또한 그 분노는 그동안 켜켜이 쌓여진 울분을 터트리는 도화선이 되어 너도 나도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백남기 농민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무엇이 고령의 농민으로 하여금 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서도록 만들었는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생각해 보았을까? 농민은 이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대선에 나서는 후보와 정당에게 ‘백남기를 생각하라’는 말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은 이렇게 말한다.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직접 책임은 박근혜 정권에게 있지만 백남기 농민을 그 자리에 서도록 떠민 것은 김영삼에서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라고. 그래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폐기하는 것이야말로 백남기 농민의 뜻을 진정으로 이어받는 길이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야말로 농업의 케케묵은 최대의 적폐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농업 적폐의 몸통인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부터 벗어나 농업•농촌•농민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각 대선후보들은 이러한 농민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가는 살펴보도록 하자. 특히 유력 후보인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는 농민의 눈높이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겠다.

‘백남기를 생각하라’는 농민의 말은 「농민의길」이 제시한 농업혁명을 위한 10대 과제에 압축되어 나타나 있다. ‘백남기대책위’에서 전봉준투쟁단‘에 이르는 농민투쟁의 중심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농민단체 연대조직인 「농민의길」이었다. 「농민의길」은 4월 10일 신자유주의 개방농정 철폐를 농업혁명의 첫걸음으로 삼는다면서 백남기를 생각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농업혁명의 수많은 요구를 다음과 같은 10대 과제로 압축하여 발표하였다.

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로 최저가격 보장 ② 농민수당으로 농가소득 보전 ③ 대북 쌀 교류로 쌀부터 통일 ④ 밥쌀 수입중단과 쌀값 보장 ⑤ 농지는 농민에게, 농지투기 원천 차단 ⑥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⑦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 ⑧ 농부병 무상의료 등 농업노동복지 강화 ⑨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시행과 공공급식 확대 ⑩ GMO 개발 상용화 중단과 완전표시제 도입

 

사진. 2017년 4월 10일, 전국농민대회

4월특집칼럼_농업_장경호(2)

© 한국농정신문

 

이 10대 과제 중에서도 농민의 관심이 가장 모아진 것은 ①~④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농민수당, 대북 쌀 교류, 밥쌀 수입중단 및 쌀값 보장 등이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는 농산물의 가격안정 및 최저가격 보장에 관한 제도장치이고, 농민수당은 농민 기본소득 혹은 농가단위 직접지불제도와 같은 직접 소득보전에 관한 제도이며, 대북 쌀 교류와 밥쌀 수입중단 및 쌀값 보장은 쌀값을 정상적으로 회복하여 쌀 농가 소득안정에 관련된 요구들이다. 결국 이 네 가지 사항은 농산물 가격정책과 농가에 대한 직접 소득정책으로 더욱 압축할 수 있으며, 이를 하나로 묶으면 결국 ‘농가소득’으로 귀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대부분이 농산물가격과 직접 소득보전을 농가소득을 위한 양대 축으로 삼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농민의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수준을 보장하고 있다. 결국 위에서 나타난 농민의 요구는 농업•농촌•농민을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삼아 왔던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철폐하고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 및 농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새로운 농업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식량주권(food sovereignty)과 먹거리 기본권(food right) 그리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과 공익적 가치(public value)를 유지하는 것이 농업정책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농민의 요구를 각 후보와 정당은 얼마나 받아들였을까? 4월 16일까지 각 후보와 정당이 발표한 자료 및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수집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략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이후에 추가로 농업정책이나 공약을 발표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제시하는 내용이 최종적인 정책이나 공약이 아닐 수도 있다.)

 

표. 대선 후보 주요 농업 공약

4월특집칼럼_농업_장경호(600)

 

문재인

문재인 후보는 대북 쌀 지원, 농업노동재해보험제도,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시행과 공공급식 확대, GMO 완전표시제 도입 등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가장 핵심이 되는 농가소득 문제에 대해서는 농가소득을 보장하겠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는 모르지만, 현행보다 강화된 농가소득 정책이 나올 것으로 추측해 볼 수는 있다. 민주당 농촌지역구 의원들은 밥쌀 수입중단과 쌀값 보장에 적극 찬성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분명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이외에 농촌주거환경 개선, 청년 귀농인 지원, 농촌 공공병원 설립, 가축 전염병 방역체계 강화, 농생명산업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안철수

안철수 후보는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시행과 공공급식 확대, GMO 완전표시제 도입 등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농산물 가격정책과 직접 소득정책에 대해서는 농산물 수급안정, 쌀값 안정, 농가소득 감소분 소득보조금 지급 등과 같이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당 공약을 고려할 때 안철수 후보 역시 모호하지만 현행보다 농산물 가격정책과 직접 소득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외에 대통령 직속 농업발전위원회 설치, 중장기 식량수급계획 수립 및 식량자급률 제고 등과 같은 보다 진일보한 공약도 제시했으며, 농어업 기초인력 육성, 어르신과 여성을 위한 맞춤형 영농지원서비스. 식품산업클러스터 전국 확대. 농촌마을 생태•환경보전형 직접지불제도 신설, 식품안전위생 일괄관리시스템 구축 등도 제시했다.

심상정

심상정 후보는 농민수당, 대북 쌀 교류, 밥쌀 수입중단과 쌀값 보장, 여성농민 전담부서, 농업노동복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시행과 공공급식 확대, GMO 개발 상용화 중단과 완전표시제 도입 등을 받아 들였다. 이외에 식량자급률 60% 달성, 청년농업인 정착지원금 지급, 농어촌 고교 대학특례입학 확대, 마을 공동생활주택 보급 및 마을 공동급식 확대 등과 같은 정책도 제시했다.

김선동

김선동 후보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농민수당, 대북 쌀 교류, 밥쌀 수입중단과 쌀값 보장, 농지제도 전면 개혁,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여성농민 전담부서, 농부병 무상의료 등 농업노동복지 강화,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시행과 공공급식 확대, GMO 상용화 중단과 완전표시제 도입 등 10대 과제를 모두 받아 들였다. 특히, 농가소득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농산물 가격정책과 직접 소득정책을 모두 반영했다는 점에서 농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가장 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유승민, 홍준표

반면에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10대 과제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정책기조로 삼았던 박근혜 정권 출신답게 백남기와 촛불을 이어가고자 하는 「농민의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일부 농민들의 이해관계에 주목하여 김영란법을 개정하여 농수축산물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업정책자금 금리를 약간 낮추고, 쌀 대신 다른 작물로 정책을 바꾸고, 청년농업인 직불제를 도입하는 등 그저 선거철에 반짝하는 단편적 시책 몇 가지를 제시한 것이 전부다.

총평: 농업 10대 과제로 본 대선 후보 공약

전체적으로 보면 「농민의길」이 제시한 10대 과제를 모두 받아들이고, 특히 농민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정책과 직접 소득정책을 모두 제시한 김선동 후보가 농민의 눈높이에 가장 부응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농지제도 전면개혁,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등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주요한 정책의 상당부분을 받아들인 심상정 후보도 나름대로 농민의 기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력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농업공약은 상대적으로 농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시행과 공공급식 확대, GMO 완전표시제 도입 등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가장 중요한 농산물 가격정책과 직접 소득정책 부분에 대해서는 둘 다 원론적이거나 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두 당의 총선 공약 등을 고려할 때 박근혜 정권 보다는 농가소득 측면에서 좀 더 나은 정책이 나올 것으로 추측되기는 한다. 전반적으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농업공약에서 크게 두드러진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북 쌀 지원, 농업노동복지 등 일부 항목에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비해 농민의 눈높이에 약간 더 다가선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결과를 놓고 볼 때 이번 대선이 ‘백남기를 생각하라’는 농민의 기대와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런 예상은 농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갈망하는 모든 진보세력에게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는 연 인원 1,600만 명 이상이 참가한 촛불이 스스로 정치의 중심부로 진입하지 못하고, 또한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하지 못한 채 그저 제도 정치권내 정당과 후보가 중심이 되는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한 순간부터 예정된 결과이기도 하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이번 대선의 현 주소이다.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

 

[2017 대선 정책 vs. 정책] 시리즈 읽기

  1. 노동: 장미대선주자들의 노동정책
  2. 부동산: 5대 정책요구안과 후보 별 부동산 정책
  3. 농업: 대선 농업공약, 백남기를 생각하라
  4. 남북관계: ‘안보’에 질식당한 채 ‘평화’와 ‘통일’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5. 경제: 대통령 선거의 경제학
  6. 사회복지정책: 성장과 복지를 위한 사회정책 가능한가?
  7. 보건의료: 보건의료 정책과 방향

 

 

[한줄 정책] 생활인이 바라는 정책 한마디

2017 조기 대선! 새로운 대통령에게 말한다!!
생활인 여러분이 살고싶은 대한민국, 일상의 변화를 위한 정책 한마디를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