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광장을 지킬 것이고, 끝내 이길 것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2017년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
늘 상투적으로 썼지만 이번만큼 우리 모두에게 이처럼 들어맞는 말은 없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가계, 일터, 세금, 주택 등 많은 경제 영역에서 우리는 고통을 겪어야 했고, 보여지는 수치는 양극화와 절망을 드러냈습니다. 나라의 통일과 중소기업의 안정을 꾀하고자 했던 개성공단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폐쇄되었고, 정권은 자신들의 친일, 독재의 과거를 감추고 미화하면서 사람들에게 획일적인 역사를 주입시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시도했습니다.

통일부 장관은 반통일 전선의 수장이 됐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식민지와 독재의 역사를 주창하는 선봉에 섰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 등을 밀어붙이며 재벌기업들의 돈벌이에 나섰고, 문화체육부 장관은 편 가르기로 순수한 문화와 체육계 사람들을 농락했으며, 심지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련자들의 마음에 못을 박았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어떤 안전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성평등을 보호해야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존재 이유조차 모호해지고, 노동부 장관은 반(反)노동 정책을 앞장서서 만들어 나갑습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세상의 어떤 정부가 이처럼 사람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반민중적 정책을 펼치고, 무소불위의 힘으로 밀어붙이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거짓된 강변을,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었을 때뿐만 아니라 많은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들어야 했습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
수많은 어려움과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던 글입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했고,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능력조차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누르고 올라가는 경쟁도 더 이상 죄가 아닙니다. 도덕심은 땅에 떨어진지 오랩니다. 민중들은 그렇게 여러 해를 지냈습니다.

올해 뜨거운 여름이 지나갈 무렵, 우리는 그 모든 불의와 부정에는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의 추잡한 연결이 있으며, 주변 모두가 공범자가 되어 나라를 절단 내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습니다. 1,000년 전 역사의 뒷이야기로만 전해질 법한 것들이 모두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은 가슴을 치며 경악해했습니다.
‘왜 진작 몰랐을까? 왜 저들을 끌어내지 못했을까?’

과거, 민중들이 죽음으로써 얻어낸 4.19 혁명의 성과는 위정자들에게 농락당했고, 그 후과(後果)는 5.16 쿠테타로 넘어가 버립니다. 뜨거웠던 1987년 6월 항쟁은 김대중, 김영삼으로 얘기되는 정치세력들의 분열로 우리들의 피땀을 고스란히 군사정권에 되돌려주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우리들에게 혹독한 시련도 주지만 우리를 길들이기도 합니다. 2016년 11월, 민중들은 하나 둘 손잡고 광화문 거리로 모이기 시작했고, 함성은 전국 구석구석 울려 퍼졌습니다.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또한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경험들을 거리에서 하게 됩니다. 백 만이니, 이백 만이니 하면서 거리에 모인 숫자을 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십 년의 역사에서 우리는 학습을 했습니다. 추위에 떨며, 손을 후후 불어가며 지켜 낸 촛불을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그리고 그 촛불의 영광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눈빛에서 우리는 쉽게 그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난 시절과 다른 지금의 내용입니다. 결국 우리는 광장을 지킬 것이고, 끝내 이길 것입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가족 여러분, 올해의 인사는 비장할 수밖에 없음을 용서해 주십시오. 지금 추위가 절정에 달하는 이 순간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키는 청년들과 광화문 광장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는 몸짓들이 있기에 무거운 마음과 의지를 담고 인사를 하게 됩니다.

2017년도 여러분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연구와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19대 대통령 선거나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경제와 정치적 방향을 잡아나가며 민중들과 함께 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각자도생, 다사다난이라는 각박한 한자성어가 아닌 시민혁명, 민중승리라는 말로 대체시킨 2017년을 만들어 나갑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고병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