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 vs 듣기
사례연구처럼 누군가에게 말을 들어 무엇을 풀 때, 연구자의 태도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연구자가 사전에 다양한 이론과 선행연구들을 참고하여 ‘개연성이 높은 줄거리’(가설)를 만들고 그 내용이 맞는지 문답하는 방법이다. 설문조사가 가장 흔한 방식이다. ‘예나 아니오’로 대답하라는 심문이나 취조도 이에 해당한다.
둘째, ‘무엇에 해당하는 사람’(연구대상)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연구자가 그것을 꼼꼼히 들어 이해한 후 줄거리로 풀어 정리하는 방법이다. 연구자로서는 지루하고 소모적인 작업일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설문보다 흥미로울 수 있으며, 연구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구체적이고 역동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주로 둘째 방법에 따라 마을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
2015년,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는 ‘마을과 학교 상생 프로젝트’라는 지원사업을 펼쳤다.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모니터링 및 사례연구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여섯 갈래의 마을학교로 가는 길」(이하 사례보고서)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에 담겨 있는 이야기 중에서 <목2동> 사례의 일부를 세세하게 살펴보려 한다.
줄거리의 정리방법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2조제2호에 “마을공동체란 주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며 상호대등한 관계 속에서 마을에 관한 일을 주민이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민자치 공동체를 말한다.”고 정의 되어 있다. 이 문장에 담겨있는 서울시 지원정책의 여러 키워드 중 주로 ‘관계’에 초점을 두어 정리하고자 한다.
정리방법을 간략히 요약하면, 1) 사례보고서를 순서대로 읽고, 2) 관계가 서술된 단락을 뽑은 후, 3) 기재된 관계주체들을 등장 순서로 정리하고, 4) 정리된 주체들이 맺는 관계 역시 기재 순서로 정리하였다.
첫째 이야기 : 사례보고서 131쪽 2단락
“가장 먼저 이 지역에 자리를 잡은 것은
위 기록에서 [번호]가 달려 있는 것이 관계주체이며 번호는 등장순서(일련번호)이다. 관계주체는 1) 주민(개인, 개별 단체 등), 2) 마을(다양한 주민의 모임, 협력체 등), 3) 공간(마을카페 등 공동체 공간), 4) 공공(지자체 등)으로 구분하였다.
이야기에서 줄거리(관계)를 정리하는 기준
주민과 마을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일정한 제도적 틀(사업자등록, 법인 등)에 따라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주민으로 분류하였다. 하지만 어떤 단체를 마을공동체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에는 마을로 분류하였다. 위 네 가지 유형 이외에 경제적 거래관계까지도 고려하여 마을 내부‘업체’, ‘외부’업체를 따로 구분해 볼 필요도 있다(각각 업체, 외부로 표기).
한편 마을에서 공동체공간이 차지하는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공간을 별도로 분류하였으며, 이 경우 해당 공간을 운영하는 주민이나 마을의 일련번호를 동일하게 부여하였다. 예를 들어 [공간?]은 [주민?]이나 [마을?]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첫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체
인용한 첫째 이야기에서 위 기준에 따라 관계주체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제일 먼저 등장하는 <나무도예방>은 마을공방이므로 [주민1], [공간1]로 분류
[2] 지역아동센터인 <나무와 숲>은 복지서비스라는 구체적 목적을 지니는 법인이므로 [주민2]로 분류
[3] 종교단체인 <마리아와 딸 수도회>는 [주민3]으로 분류
[4] 수도회(주민3) 지하에 만들어진 문화공간인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은 [주민4], [공간4]로 분류
[5] <영일고등학교>의 경우
(a) 학교라는 공간을 고려하여 [공간5]
(b) 교육기관임을 고려하여 [공공5]
(c) 학교 구성원 중 주민으로 분류할 수 있는 교사와 학생의 경우 각각
교사는 [주민5a], 학생은 [주민5b]로 분류
(d) 영일고등학교 학생활동을 마을에 결합하였으므로 [마을5] 등으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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