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졸업=취업”이라는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청년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의 부모님 세대 중에는 노동시장 밖에 머물러 있는 청년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이들도 많다.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일자리를 찾고 졸업 전부터 혹은 졸업과 동시에 출근을 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하지만, 점점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도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학점도 높고, 어학연수도 갔다 왔고, 토익점수도 높은데 서류도 통과 못 하더라고요.” 지원했던 딸을 서류심사에서 떨어뜨린 대기업에는 화가 나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를 바란다는 어머니는 그런 실패들이 딸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가 가장 큰 걱정이다. 친구들의 자녀들을 봐도 대학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 졸업 후 학원에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대학 졸업장이 좋은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경쟁하는 청년들이 가끔은 안쓰럽게 여기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청년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학교 졸업했으면 빨리 일자리를 찾아서 결혼을 해야지. 언제까지 부모님 걱정하게 할 거냐?” 명절날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충고하는 삼촌, “우리 아들은 내가 어디 일자리가 났더라고 해도 거들떠도 안 봐. 지 고집만 있어가지고. 대학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학교에 가더라고. 걘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어”라며 한숨 쉬는 아버지는 이런 청년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있어 문제는 이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청년들이 최근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대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고용율 역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는데, 이는 청년층 취업자 수의 감소가 인구 감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의 의미한다. 노동시장 밖에 머물러 있는 청년들의 비중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경향이 지속되면서 청년의 고용문제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왜 청년들은 노동시장 밖에 머물러 있나?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노동시장 밖에 머물러 있을까? 지난 정부는 교육 수준은 향상되었지만 오히려 노동시장 밖에 머물러 있는 청년들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현상의 이유를 “높은 눈높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기도 한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는 이전까지 청년들이 내어 왔던 목소리와 상관없이 노동시장 밖의 청년들을 이해하지 못 했던 많은 이들을 설득시켰다. “그래. 요즘 애들은 너무 편하고, 좋을 일만 하려고 하니까 그래”라고 이해되기도 하는 청년들의 높은 눈높이와 관련된 주장은 사실 경제학에서 노동공급 규모를 설명하는 이론과 관련된다.
(매우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경제학에서는 개인이 스스로 받고 싶은 임금(Reservation wage), 소위 눈높이 임금 또는 유보임금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실제 노동시장에 나가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임금보다 낮을 경우 취업을 하고, 높을 경우 취업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씨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원하는 시간당 임금은 1만 원이지만, 실제 주어지는 임금은 7천 원이라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않고 있는 김씨에게 이를 적용하면 “월 300만 원을 받으려고 하지만 노동시장에서 제시되고 있는 임금은 월 250만 원이기 때문에 취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김씨에게 월 300만 원 받으려 하지 말고 월 250만 원을 받는 일자리에 눈높이를 낮춰 취직하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다. 눈높이 임금, 유보임금을 사회적 임금보다 낮추도록 유도하면 노동시장 밖의 청년들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정부는 눈높이를 낮추라는 충고와 함께 청년인턴제 등을 통해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청년고용문제를 완화시키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전 정부의 청년고용문제 관련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은 기존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대통령과 같은 당의 대선후보조차 말이다. 정부와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결국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지 않았기 때문에 청년고용문제가 심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결국 “편하고, 쉬운 일만 하려는 청년들이” 청년고용문제 심화의 주요 이유인 것이다.
높은 눈높이가 문제라는 주장에 청년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청년들과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많은 이들은 청년층 일자리의 상당수가 경제위기 이후 늘어난 좋지 않은 일자리로 채워지게 된 현실을 청년고용문제의 원인으로 꼽는다. 양질의 일자리들이 많지 않은 가운데 그 일자리로 진입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벌어지면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은 점점 늦어지고 있으며 일부는 아예 포기해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정부가 주장하는 “높은 눈높이”가 문제가 아니라, “낮은 임금, 일자리 수준”이 문제라는 것이다. 경제학의 노동공급 관련 이론을 다시 가져와 보면, 교육 수준의 향상과 이전 세대와 비교되지 않는 높은 수준의 스펙들, 그리고 물가 상승 등은 청년들이 받고 싶은 임금, 즉 눈높이 임금, 유보임금을 어느 정도 상승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경제위기 이후 비정규직 일자리 등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임금 수준이 하락했기 때문에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청년층 일자리 중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은 편인 것이 사실이다. 2015년 8월 현재 20대 청년층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45.9%로 50대 48.7%보다는 낮지만, 30대 30.5%, 40대 37.6%보다 높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45.0%이다. 또한 임금 수준으로 보면 30대, 40대, 50대에 비해 월평균 임금이 낮은 것은 당연하지만, 임금 상승률에 있어서도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는 2005년 8월의 연령대별 월평균 임금을 100으로 해 그 변화를 나타낸 것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20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상승 수준이 상대적으로는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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