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2030 청년 주택 공급

서울시는 지난 3월 23일 악화되고 있는 2330 청년 세대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세권 주변 토지의 용도를 상향하여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였다. 새로운 정책은 교차역세권과 30m 이상 도로 역세권의 용도지역을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상향하여 청년들에게 공급되는 소형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로 최장 8년간 연 5% 범위에서 임대료가 제한되는 준공공임대주택과 주변 시세의 60~80% 이하로 임대료가 제한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주거면적에서 공공임대주택의 건립 비율은 상업지역의 20~25%준주거지역의 경우 10~15%로 계획되어 있다. 또한 서울시는 개발 사업을 촉진하기 사업시행자에게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면제하고 건설을 위한 대출금 이자에 대하여 2% 범위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의 새로운 청년임대주택 정책은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하여 토지소유자들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을 확대시켜주고, 확대된 개발이익을 유인 책으로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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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익 확대를 통한 임대주택공급

서울시가 발표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정책은 개발이익 확대를 통해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것으로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방안이다. 2010년 서울시가 도입한 역세권 시프트정책은 역세권 반경 250m 이내 지역의 용적률을 최대 500%로 상향하고 늘어나는 용적률의 50%를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용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세권 시프트구역은 Give & Take 전략에 따라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로 완화하는 Incentive가 적용되고, 완화되는 용적률의 50%를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용하게 된다. SH공사가 매입하는 장기전세주택은 부속토지는 무상으로 양여 되어 표준건축비로 매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의 역세권 시프트계획은 사업대상지의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로 개발이익을 확대하고 확대된 개발이익의 일부를 장기전세주택(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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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시가 2010년 발표한 역세권 시프트계획은 6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보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역세권 Shift계획에 따라 132,000호의 시프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실제 공급물량은 2010년 7,271호, 2011년 3,429호, 2012년 706호, 2013년 5,338호, 2014년 842호, 2015년 1,709호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이미 공급되었던 시프트 주택도 대부분 발산, 장지, 강일, 천왕, 우면, 세곡 지구 등 서울시가 공급한 택지지구에서 공급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가 역세권지역의 용도지역을 상향하여 Shift주택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였지만 실제로 용적률 상향을 통해 공급된 Shift주택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서울 도심지역에서 용적률 상향과 같은 개발이익을 확대하여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일부 재건축∙재개발구역의 용적률 상향에 기여하였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공급에는 실효성이 없는 정책으로 귀결되고 있다.

2016년 서울시가 발표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공급계획은 2010년 발표한 역세권 시프트계획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다만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계획은 전체 공급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적용되는 용적률을 500%에서 최소 680% 이하로 대폭 완화하여 개발이익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 차이이다. 또한 Shift계획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세금감면과 건설비용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다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개발이익을 확대를 통하여 임대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본적인 발상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대동소이한 방안이다.

 

시장원리에 맡겨진 임대주택공급

개발이익을 확대하여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은 실현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유효하지 않는 방안이다. 우선 용적률 완화를 통하여 확대된 개발이익은 토지소유자와 개발업자에게 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동산개발사업에서 개발이익은 분양(임대)수익에서 사업에 투입된 비용을 제외한 금액으로 구성된다. 또한 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토지비, 건축비, 부대비용으로 구성되는데 서울시와 같은 대 도시에서는 토지비가 가장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상향과 같은 정책은 토지의 잠재적 가치를 상승시켜 토지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용도지역 상향과 같은 개발이익 확대에 따른 토지가격은 거의 실시간으로 시장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용적률 상향 정책은 실시간으로 토지가격 상승을 가져오게 되고 높은 가격으로 토지를 매입한 개발사업자는 더 높은 분양가와 더 높은 임대료를 책정하여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개발업자는 높아진 토지가격을 분양가격과 임대료에 반영하여 충분한 사업성이 검증되었을 때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개발이익을 확대하여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최초 사업을 구상할 시점의 토지가격으로는 사업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업진행에 따라 상승하는 토지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공급계획은 잠재적 대상지의 토지가격 상승만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용적률 상향을 통하여 청년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계획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방식이다. 다만 분양주택은 주택 완공 시점에 개발사업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반면 임대주택은 임대기간 종료 이후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임대주택의 경우 임대기간 중에는 임대료를 통하여 사업에 투입된 자금에 대한 이자와 개발사업자의 이윤을 충당하게 된다. 다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토지를 확보하여 선분양으로 자금을 회수 할 수 없게 되어 사업의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토지가격 상승과 자금회수 기간이 길어지면서 늘어나는 위험은 모두 임대료 상승으로 귀결된다. 서울시는 역세권 2030 청년주택 계획에서 용도지역 상향을 통하여 공급되는 주택을 대부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준공공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에서 “일반형임대사업자가 8년 이상 임대할 목적으로 취득하여 임대하는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로 정의되어 있다. 즉, 준공공임대주택은 8년 이상의 임대의무기간만 적용되는 주택으로 임대료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결국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은 사업이 진행된다 하여도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고가의 임대주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한편 청년주택으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의 10~25%로 규정되어 그 비율이 낮고, 임대의무기간이 5~10년인 공공임대주택으로 임대의무기간의 1/2이 경과되면 대부분 분양주택으로 시장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서울시의 역세권 2030 청년주택 공급계획은 개발이익을 확대하여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실패한 정책을 재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서울시의 이러한 정책은 역세권 주변의 토지 가격만 상승시키고 실제 필요한 임대주택 공급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설사 서울시의 희망처럼 사업이 진행된다 하여도 주변 시세와 동일한 임대료가 책정되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 청년세대가 거주하는 주거공간으로 그 기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의 목적을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과 경제적 빈곤 속에서 고시원 같은 임시 거주지를 전전하며 도심 속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이 안정된 주거공간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박원순시장은 “청년은 우리 세대를 지탱하는 기반이자 우리가 지켜야할 희망인 만큼 청년 주거문제 해결은 우리사회가 당면한 최우선적 과제” 라고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였다. 하지만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은 개발이익을 확대하여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시장원리에 기초하고 있어 저소득 청년세대를 위한 저렴 임대주택 공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책이다. 오히려 토지소유자들과 개발업자들에게 충분한 개발이익을 마련하기 위하여 청년세대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탐욕이 숨어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서울시의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정책을 “박원순판 역세권 고밀도 개발”로 규정하고 있는 보수언론의 시각은 정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최악의 청년 실업률과 경제적 빈곤 속에서 고시원을 떠돌고 있는 이 시대의 청년들의 이 안정된 주거 문제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과거에 실패한 정책을 이름만 바꿔 재탕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청년세대를 위한 저렴임대주택 공급을 우리사회가 당면한 최우선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면 서울시나 SH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에서 청년세대를 위한 저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에 착수하여야 한다. 서울시나 SH공사가 다른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임대주택용지로 전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가용 토지가 없다면 중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토지 재고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개발이익에 기대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토지소유자들과 개발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가난한 청년들의 곤궁한 삶을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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