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청춘(靑春)이어야 한다

청춘이라는 말은 한자어로서 푸를 청(靑) 자와 봄 춘(春) 자를 쓴다. 청춘은 보통 청년시기인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데,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안타깝게도 이런 의미와는 사뭇 다른 무채색의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 취업과 고용형태, 주거의 환경,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 정도 등 여러 분야에서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고, 공통적으로 밝은 미래전망이 없다는 우울함이 근저에 깔려있다. 청년을 푸른 봄에 비유하는 이유는 꽃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는 가능성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전을 갖지 못하는 사회를 사는 청년들에게 청춘은 사치이다.

왜 청년은 청춘(靑春)이어야 하는가? 청년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청년이 무채색이면, 미래도 무채색이다. 청년에게 희망이 없으면, 미래에도 희망이 없다. 그래서 청년은 곧 청춘이어야 한다. 절망 속에서 제자리걸음 하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그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이에 새사연에서는 기획 연재를 준비하였다. ‘청춘의 가격’이라는 제목으로 청년들이 청춘이 되기까지 필요한 요소들과 그것들을 획득하기 위한 비용을 들여다보는 시도를 하고자 한다.

즉, 한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투자된 사회 ․ 개인의 자본의 양을 유추해 보고, 이후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임금과 소득으로 돌려받는 정도를 계산해 청년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나타낼 것이다. 격주로 연애 및 결혼, 주거, 여가, 노동시장 및 노동환경에 대한 주제로 새사연의 연구진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새사연 회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또한 공유된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소모임 혹은 토론회를 통해 청년들이 원하는 청춘의 모습과 도달하기 어려운 점에 대한 목소리를 모아 책으로 출간하여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청년들의 문제가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의식을 확산시켜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끌어내고자 한다.

 

청년은 누구인가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할 때 ‘청년의 정의’는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청년의 범위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보는지에 따라 추이가 달라지므로 청년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린다. 간단하게 연령별로 보았을 때 OECD 기준으로 청년은 15세에서 29세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국내에서도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서 청년을 OECD와 동일하게 15세 이상 29세 이하의 사람으로 규정하여 관련법의 시행 대상으로 보았다. 다만 지방공기업은 15세 이상 34세 이하의 사람을 대상으로 보아 청년의 범위를 확대 시켰다.

통계를 벗어나보면 청년의 범위는 축소되기도 하고, 확대되기도 한다. 청년실업 관련 이슈를 대할 때는 만학의 영향으로 15세에서 19세까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를 청년으로 보기도 한다. 정계에서는 청년위원회에 속할 수 있는 나이를 만 45세로 규정하면서 청년의 범주를 늘렸다. 농촌지역에서는 고령화 문제와 맞물리며 50세도 청년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같은 30대 초반이라고 해도, 막 취업을 한 신입사원과 결혼 및 출산 ․ 육아의 과정을 거친 사람을 같은 범주에 넣기는 심리적으로 어렵다.

이처럼 청년은 다양하게 정의내릴 수 있다. 문학계에서 청년은 열정과 불안을 동시에 상징하곤 하며, 이 때 청년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역경을 거쳐, 자아를 자각하고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숫자로 표현되는 청년과 의미로 표현되는 청년 양쪽 모두 사회진입부에서 가능성과 불안함을 동시에 내재한 존재이다.

 

청춘이의 하루

새사연이 ‘청춘의 가격’에 담고자 하는 청년은 앞서 정의내린 모습들을 다중적으로 갖고 있는 인물이다. 가상인물 청년 ‘청춘’이의 하루를 통해 ‘청춘의 가격’이 나타내려는 청년의 모습을 보자.

청춘이는 아침 8시에 일어난다. 오전에는 토익학원을 가고, 오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저녁에는 자취방에서 인터넷강의를 들으며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하고 있다. 청춘이의 이런 생활은 벌써 1년째이다. 계약직에 취업한 적이 있었는데, 재계약이 어렵고 임금이 충분히 높지 않은데도 업무량이 적지 않아 1년 정도는 취업에 ‘올인’하여 안정된 일자리를 얻는 것이 목표이다. 대학 졸업반일 때부터 총 4번의 공채 시즌을 겪으며 거절당하는 일에 익숙해진 청춘이는 이력서를 들어다 보며 더 채울 수 있는 것이 없는지 찾아본다.

지방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 청춘이는 2형제 중 맏이인데, 중․고등학교 시절 학원도 다니고 부족한 과목은 약간 무리해서라도 과외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한 결과,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하였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청춘이와 아르바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비싼 학비와 지방에 비해 높은 수준의 주거비는 부모님께서 지원을 해주신다 하더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청춘이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 및 부수비용을 벌어 생활하였다.

청춘이는 성실한 사람으로 대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취업에 대한 생각에 어학공부 및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하였다. 청춘이가 보기에 학점도 좋고 인성적으로 훌륭한 선배들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할까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뛰어 들 수가 없었다. 이에 남들보다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자격증 취득 뿐 아니라 인턴십과 봉사활동도 참여하는 등 긴 시간 노력 하였다.

졸업 후에 이런 청춘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적은 수의 정규직과 많은 수의 비정규직 일자리였다. 비정규직의 경우 1년 계약인지 2년 계약인지에 따라서 경쟁률은 상이했고,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한 줄에는 대기업 정규직 신입 공채만큼의 열띤 지원이 있었다. 청춘이는 청춘이의 부모님과는 달리 낭만보다는 준비만이 가득한 대학생활을 보냈지만, 기회는 너무도 적었고 모두가 간절하고 준비된 취업준비생이었다.

공채시즌에 여러 번의 고배를 마신 청춘이는 작은 규모지만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있다는 1년 계약의 무역회사 사무직을 지원하여 첫 직장을 갖게 되었다. 첫 직장에서 청춘이는 무역 업무를 배우기보다는 잡다한 사무보조업무를 주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재계약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곧 부담이 되어 자기 업무가 끝났는데도 곧잘 야근을 하곤 했다. 그런데도 정규직 전환은 커녕 재계약조차 되지 않았고, 청춘이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

청춘이는 나의 이야기이자 나의 후배들의 이야기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대학 재학 중 취업을 위한 휴학 1년이 기본덕목처럼 되었다. 안정된 직장 중 최고라는 공무원 및 교사임용에 대한 경쟁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청년들이 안정성에 매달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비정규직 및 불안정한 직업은 임금이 낮은 편인데, 이는 수도권의 생활비를 겨우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빚을 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부모님께서 나에게 해주신 뒷받침을 할 자신이 없다. 만약 전공 분야가 예술이라면 안정된 일자리로 가는 문은 바늘구멍보다도 좁아진다. 하루나 한 달, 혹은 1년에서 2년, 길지 않는 계약기간을 버텨내는 청년들에게 근시안적 태도를 버리고 멀리 보라며 독촉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청년은 당연히 힘든 시기이니 더 힘든 상황들을 보면서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누리라는 위안은 포기하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청년들은 왜 현재를 포기해야만 하는가? 청년들은 ‘이제 그만하면 됐다’라는 위안에 왜 그렇게도 환호하는가? 그 이유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호황시기에는 젊은 시기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청춘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현재에는 가진 것을 아등바등 지켜내기만 해도 힘든 때이다. 잃지 않으려, 더 불안해지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청춘을 느낄 여유가 없다.

새사연은 응당 누려야 할 청춘을 잃어버린 청년들의 이야기를 ‘가격’에 빗대어 풀어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청춘을 얻는 데 드는 비용, 유지하거나 근접하는데 드는 비용을 보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용이 아닌 관계적 방법으로 청년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공동체들의 활동모습도 살펴보며 청년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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