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엄마들 간 싸움으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정부가 전업맘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7시간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미취업모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이 6시간 42분으로, 12시간 보육을 원칙으로 하는 어린이집 운영을 맞벌이 자녀를 중심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위 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업맘만 ‘차별’한다는 반론이 거세지면서 전업맘과 직장만 간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전업맘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며 국가 예산을 축내는 ‘맘충’으로까지 왜곡되면서 각 층의 분노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 입장 “보육필요에 따른 것”?
정부는 현재 전업맘의 이용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긴급보육바우처 15시간도 제공되므로 기존 이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보건복지부, “맞춤형 보육정책” 보도설명자료, 2015.9.13.). 엄마들이 모인 카페에서도 아이를 아침에 보내, 오후 간식 먹고 데려오니 6~8시간 이용이면 ‘괜찮다’는 반응도 더러 있기도 하다. 그럼 정부의 이 정책이 정말 “보육필요에 따른 것”이었나?
지금부터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과 다른 이야기를 할까 한다. 사실 이 문제는 2016년 예산안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미리 예산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복지를 짜 맞추는 예산편성이 올해도 반복되었다. 그렇다보니, 보육 예산 안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방안이 나온 것이다.
이번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맞벌이 자녀가 다닐 어린이집이 부족하고 보육의 질이 문제라면, 직장어린이집이나 국공립어린이집을 수요에 맞게 늘리고, 보육교사 임금을 올리고, 양육수당을 인상해 어린이집 이용에 견줘 형평성을 높이면 될 문제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위해 돈을 쓸 생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한 무상보육 원칙과 어린이집 종일반 체계를 깨뜨리고, 어린이집을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나눠 정부지원금을 다르게 정했다. 전업맘 자녀의 이용시간을 제한해 정부 보육료 예산을 줄여보자는 심산이 컸을 테다. 물론 그 돈의 용도를 다르게 정하기는 했다. 기존 보육료를 올리고,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늘리고, 양육수당을 현행보다 인상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돈의 출처를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외면한 문제들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세대 내 갈등까지 부추긴 정부가 간과한 몇 가지 지점들이 있다. 가정에서 돌보던 영아들이 왜 어린이집으로 가게 됐을까? 영아 무상보육이 어린이집 이용을 높인 측면도 있지만, 이는 근본이 아니다. 전업맘이라도 아이를 하루 종일 돌보기 어려운 지금의 환경에서 이유를 찾게 된다. 저출산으로 형제자매도 흔치 않은데다,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 기회나 공간도 부족하고, 이웃과 어울려 지낼 만남 자체도 낯선 우리 사회 환경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전업맘 자녀의 이용 시간을 제한할 경우 실제 사각지대에 놓일 가정도 많다는 점이다. 보통은 전일제 직장맘의 반대 개념으로 전업맘을 상정하기 쉽다. 그러나 전업맘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일의 형태도 많아지고, 일 시간대도 다양해졌다.
가장 큰 비판은 정부가 최근 시간제 보육 시범사업의 결과와 다르게 맞춤형 보육 정책을 제안한 문제다. 시간제 보육에 대한 시범사업의 결과에서 이용 가정의 90%이상이 종일반을 선호했음에도(남인순 의원, “
앞으로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종일반 80%, 맞춤반 20% 비율을 억지로 맞춰야하는 억지 행정이 벌어질 판이다. 예상하건데,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가짜 서류들이 판을 치거나, 이를 가려내기 위한 행정일 하나가 더 늘 수밖에 없다.
국가 예산 세입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고령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예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피부에 와 닿는 복지 예산은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 위험하다는 문제만을 제기하고 있을 뿐, 경제 위기에 더욱 절실한 ‘복지 예산 확대’를 외치는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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