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5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경기전망 : 소비에 대한 과도한 낙관

지난 12월 22일 정부는 “2015년 경제전망”, “2015년 경제정책 방향”, 그리고 “참고자료”까지 200쪽이 넘는 문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2015년에 3.8% 성장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금년의 예측이 얼마나 그럴듯한지 따져 보기 전에 2014년의 전망과 실적치를 비교해 보자. 표1.에서 보듯이 2013년 말에는 3.9%의 경제성장을 전망했다(그리고 2014 예산은 4.0%에 맞춰서 짰다).

4/4분기의 전망을 포함한 2014년 실적치는 3.4%다(표1. 0.5%p의 차이는 주로 민간소비에 대한 과도한 기대(3.3->1.7)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민간소비가 GDP 지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1.6%의 차이는 GDP에서 약 0.8% 감소를 가져 온다. 반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전망보다 약간 더 높아서 현재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내년에도 민간소비가 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정부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놓고, 따라서 긴축 정책을 제시했던 KDI가 이번에는 정부나 한은보다 낮은 성장률을 제시했다(표1.). 정부와 KDI 전망의 가장 큰 차이는 민간소비인데(정부는 3.0%, KDI는 2.3%), 이 0.7p%의 차이가 둘 간의 성장률 전망의 격차를 거의 모두 설명할 수 있다. 나는 KDI의 수치도 상당히 과장된 수치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양호한 고용증가세, 임금, 소득개선, 복지예산 증액, 가계소득 증대세제, 가계흑자율 등을 소비 증가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소비증가의 유력한 증거로 든 아래 그림을 보더라도 가계실질구매력 증가율은 2012년 이래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소비 또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용율이 증가했는데도 실질구매력이 감소한 것은 주로 50세 이상의 노년층과 파트타임 여성의 고용이 증가해서 1인당 실질임금은 더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계부채의 양이 이미 한계상태에 도달했는데 거기에 더해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정책으로 인해 주택 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소비가 더 이상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역시 정부의 “전망”에서 따온 <그림2>는 LTV, DTI 규제완화 이후 가계 빚이 급증하고 있으며(가계신용), 동시에 이자부담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정부의 가계소득 증대 정책 중 하나인, 국민연금까지 이용한 배당소득 증대도 민간소비의 증가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 혜택은 주로 소비성향이 낮은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민간소비가 감소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수출과 투자에 비해서 소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급증이나 급감 현상은 잘 나타나지 않고 장기적인 흐름을 이어간다는 얘기다. 그림1.에서 금방 알 수 있듯이 민간소비는 2010년 이래 계속 하락세이다. 따라서 금년도 민간소비가 1.5% 이상이면 다행일 것이다.

수출과 투자

수출과 투자는 비교적 큰 폭으로 변화하고 특히 수출은 기본적으로 해외 수요에 의존하므로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1장에서 본 바대로 세계경제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오로지 미국만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또 작년 하반기 한국의 대미수출은 10% 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또한 낙관할 수 없는데 첫째는 미국의 성장이 양적완화와 달러화 환류 등이 만들어낸 자산 가격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주가와 부동산 가격 반등은 아주 작은 충격만으로도 급반전할 수 있다. IMF보고서가 이력현상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는 현재 성장의 과실이 대부분 상위 10%에게 귀속되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리라고 예측하긴 어렵다.

셋째, 중국의 산업정책으로 인해 대 미국 수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부품 등 중간재의 국산화를 꾀하는 산업구조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림3.에서 보듯이 2014년 들어 중국의 수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이 2000년대 초반 50%에서 최근 30%까지 낮아지고, 전기전자 등에서 생산력 격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LGE 리포트, p18). 수출 부문에서 더욱 주목할 것은 원화표시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그림4.는 달러 기준 수출 증가율이 미미하나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원화기준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수출기업이 원화절상의 충격을 달러화 가격 인상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원화가 10% 절상되었을 때, 미국에서 달러가격을 10% 높여도 예전처럼 판매된다면 원화기준 수출은 변함이 없지만 현재의 경쟁력으로는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2015년에는 달러화 가치가 높아질 것이므로 이 현상이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원화기준 수출의 감소는 기업의 영업이익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수출대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기업의 영업이익은 설비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림5. 참조).

뿐만 아니라 2010년 이래 제조업의 재고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팔리지 않아서 쌓아둔 제품의 비율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조정압력은 거의 없다(그림6. 참조). 따라서 설비투자가 극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14년에 기업들이 연초의 계획에 비해 투자 실적이 4% 가량 적은 것도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 볼 때 내년도의 경제성장율은, 세계경제의 하방리스크가 현실화하지 않는다 해도 3%를 넘기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이 강한 영향을 미치는 건설투자 부문(GDP의 약 15% 차지)에서 어느 정도 만회해서 3%를 약간 넘기는 수치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