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 주택가격동향 : 연일 고공행진 중인 주택가격 ▷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중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은 0.2% 증가하여 상승세를 지속하였으나 10월 중 0.29%가 상승한 것에 비해 상승폭은 둔화되었다. 지역별 상승세는 수도권 0.12%(전월 0.29%), 5개광역시 0.37%(전월 0.38%), 기타 지방 0.2%(전월 0.29%)로써 상승추세가 유지되었으나 상승폭은 축소되었다.

이제는 오르는 것이 당연하고 주택임대시장이 선진화되고 있다는 신호라는 정부의 평가를 받는

[ref]10월 마지막주 정부는 ‘서민주거비 부담을 완화’라는 제목의 ‘10·3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다. 시장에선 급등하는 전셋값을 완화할 대책이 아닐까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월세부담을 완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런 맥락에는 사실상 정부가 전세시대의 종말을 인정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으며 전세가 버거우면 차라리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다(정부, 전세 아닌 월세대책 내놓은 이유 [이데일리 2014.11.1. 인터넷]). 한편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송도·연세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추세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서승환 “부동산시장 회복 초기단계 진입”[서울신문 2014.11.22. 10면]).[/ref] 주택전세가격의 경우 11월 중 상승세가 전국 0.28%(전월 0.33%), 수도권 0.33%(전월 0.4%), 5개광역시 0.29%(0.28%), 기타 지방 0.12%(전월 0.2%)로 상승추세를 이어갔으나 다행스럽게 상승폭은 둔화되었다.

지난 6개월 간 아파트매매가격동향을 살펴보면 그림1과 같다. 이 기간에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주요 정책이 7월 24일과 9월 1일에 두 차례 발표되었다.

[ref]7월 24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 첫 정책으로써 LTV와 DTI 등 주택담보대출 기준완화를 포함한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었으며, 9월 1일에는 주택재건축 사업의 기준인 재건축연한을 30년으로 낮추는 등의 규제완화가 발표되었다.[/ref] 일각에서 초이노믹스라고까지 찬사를 들었던 이러한 정부의 노력 덕분에 서울의 아파트가격이 모처럼 들썩거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ref]7월 28일 이후 아파트매매가격은 전국 1.1%, 서울 0.75%, 서울 강북 0.57%, 서울 강남 0.9% 상승하였다.[/ref] 이런 규제완화 이전에도 전국의 아파트가격은 꾸준한 상승세였는데 서울의 아파트가격은 큰 변동이 없던 상태에서 7월 28일 이후에는 전국의 주택가격 상승세와 유사한 추세를 보일 정도로 촉진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완화가 발표된 9월 1일 이후에 서울의 주택가격이 더욱 촉진되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10월 들어서는 상승세가 꺾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파트매매가격동향

주간 아파트매매가격동향 (2014.6.2~11.24)

한편 지난 1년간 아파트전세가격동향을 살펴보면 그림2와 같다. 2014년 2월 26일 정부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대부분의 내용이 임대시장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가운데

[ref]향후 3년간 신규 주택구입 후 준공공임대로 활용시 양도세 면제, 민간자금(리츠, 연기금 등) 유치하여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ref] 임대차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간 법적 근거만 있을 뿐 시행되지 않았던 2주택 이상 보유한 사람의 월세임대소득에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조치 때문이었는지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으나 아파트전세가격의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대자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조치는 3월 5일 발표된 방침에 따라 2주택 보유자 중 임대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분리과세, 6월 13일 발표된 방침에 따라 임대소득이 2천만 원이 넘는 경우에만 과세하는 것 등으로 점차 후퇴되었다. 그리고 7월 24일과 9월 1일에 발표된 규제완화 이후에 다시 아파트전세가격의 오름폭이 증가한다.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조치에 전세가격만 들썩인 것이다. 7월 28일 이후 아파트전세가격은 전국 1.31%, 서울 1.5%의 오름세를 보인다.

정부정책동향 : 다음 목표는 주택투기 보장 ▷ 박근혜 대통령은 11월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적정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주거도 안정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이른바 <부동산 3법>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하였다.

[ref]朴대통령 “적정 수익구조 만들어야 주거도 안정”…부동산법안 처리 촉구 [뉴시스, 2014.11.25. 인터넷][/ref] 전 세계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택 투기를 부추긴 정부가 존재한 적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주택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공급자 못지않게 수요자의 편익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주택의 수익은 결국 주택의 최종 수요자인 세입자들의 부담이다. 좀 더 여유 있는 계층의 이익을 위해서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더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10월 30일 전세대책은 쏙 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

[ref]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해 규제개선, 준공공임대 지원 강화, 공공건설임대는 공사기간이 짧은 다세대, 연립을 확대, 보증부 월세가구 지원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ref]을 발표한 정부가 현재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동산 3법>은 분양가상한제 폐지 또는 완화(주택법 개정안), 주택재건축사업 조합원에게 현재 주택 수만큼 분양 허용(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현재는 조합원 1인당 1주택만 분양허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및 유예(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 및 개정)이다. 현재의 시장상황에서는 큰 실효성이 없지만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상징이다. 조합원 1인당 1주택만 분양하는 것은 1가구 1주택 기조를 유지하고 주택재건축사업구역에서 무분별한 주택투기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무분별한 주택투기를 방지함과 동시에 불로소득을 방지하여 공평한 사회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정책기조를 주택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권을 반영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동산 3법>의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빅딜을 제안하고 있다. 세입자 보호장치를 먼저 만들고 나서 주택시장의 규제를 풀겠다는 명분이다. 문제는 <부동산 3법>의 개정이 불러올지 모를 재앙을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야당의 안대로 통과되더라도 최장 4년 동안 현재 수준의 임대료가 보장될 뿐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대료 폭등을 우려하여, 또 다른 전문가들은 시장의 자유를 해친다는 이유로 계약갱신권 도입에 회의적이다. 이런 현실론을 떠나서 원칙적으로 주택임대차 보호는 확실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 도입되어야 한다. <부동산 3법> 처리의 대가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떨어질 줄 모르고 고공행진 중인 전세가격이 그 증거이다.

여론동향 : 여전한 투기유혹, 위험한 가계부채 수준, 정신 못 차리는 정부 ▷ 주류 경제학에서는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가격이 결정될 수 있는 근거로 인간의 합리성을 가정한다. 일부러 손해 보는 일을 할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니 시장원리를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언론에 ‘부동산은 심리’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이 상황에 가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모두가 느끼는 그런 시기인 것 같습니다. 부동산은 심리라더니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는 대중들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부동산은 심리 게임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ref]전혀 달라진 청약 열기.. 역시 부동산은 심리? [헤럴드경제 2014.11.2. 인터넷][/ref]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잘 못 휩쓸리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이르기도 한다. 여중생을 포함한 일가족 3명이 생활고를 비관해 숨진 사건이 인천에서 발생했다. 처음 듣고는 또 다른 ‘세 모녀 사건’인가 했는데 이 가족이 소유한 주택이 15채나 된다는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경매를 통해 과도한 빚을 지고 주택을 사 모은 결과 지니고 있는 주택을 모두 처분해도 수억 원의 빚이 남는 하우스푸어가 되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ref]부동산 15채 있었는데…일가족 참사 부른 ‘과욕’ [SBS 뉴스, 2014.11.5. 인터넷][/ref]

이쯤 되면 정부정책이 서민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될 텐데 정작 대응이 필요한 전세가 폭등에는 손을 놓고

[ref]정부, 전세 아닌 월세대책 내놓은 이유 [이데일리, 2014.11.1. 인터넷][/ref] 부동산을 살려서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ref]여야 “부동산 살려 내수 활성화… 관련법안 통과 청신호 [동아일보, 2014.11.7. 인터넷][/ref] 허튼소리가 정부와 국회에 난무하고 있다. 여당의 대표적 경제전문가인 이한구 의원도 현재의 정부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있고
[ref]이한구도 최경환 부동산 대책 비판 [레디앙, 2014.11.4. 인터넷][/ref] 세계적 민간투자회사의 전문가도 단기적인 부양책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ref]앤디 셰 “한국 부동산경기, 단기책으론 부양 안돼” [연합뉴스, 2014.11.12. 인터넷][/ref] OECD는 11월 25일 발표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을 통해 정부는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을 신중하게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ref]http://www.oecd.org/eco/outlook/korea-economic-forecast-summary.htm[/ref]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을 주택시장 활성화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간절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ref]서승환 “부동산시장 회복 초기단계 진입”[서울신문, 2014.11.22. 10면][/ref] 실제 시장상황은 그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ref]부동산 경기, 거래도 경매 열기도 더블딥 조짐 [서울경제, 2014.11.11. 인터넷][/ref] 실제로 최경환 장관 취임 후 가계부채는 급속하게 늘었지만 목표로 했던 거래활성화를 이루지 못했으며
[ref]한 달 사이 가계대출 4조 증가…부동산 경기도 침체 [JTBC, 2014.12.1. 인터넷][/ref] 이는 현재의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ref]부동산 시장 핵심 ‘너무 높은 가격’[산업일보, 2014.11.9. 인터넷][/ref] 주택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없다면 정부의 적절한 조치는 소득을 높여서 주택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것이라야 할 것이다.
[ref]부동산대책, ‘소득 재분배’ 없이는 ‘백약무효’ [머니위크, 2014.11.17. 인터넷][/ref]

우리가 진 막대한 빚은 누구에게 흘러들어갈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힘입어 모처럼 대형건설사들이 웃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