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산업통산자원부가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연구용역 발주를 보도자료로 돌렸다. 정부가 일년에 수백, 수천 건의 정책연구를 발주하면서 특정 건을 언론에 알렸다는 건 그만큼 특별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는 작은 물건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자동차, 빈집과 같이 커다란 자산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사적 독점소유 방식의 기존 시장경제와는 다른 새로운 경제영역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유경제를 지지하는 논자들은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적인 소비의 경제가 이미 저성장 기조에 빠진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경제를 구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세계 공유경제에서 주요 기업들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빈집 서비스의 에어비앤비(AirBnB), 카쉐어링 서비스의 집카(Zipcar) 등이 대표적인 기업이며 전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매년 80%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유경제는 언급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공유기업은 약 30개이며 이들의 절대 다수는 자본금 1억원 이하, 직원수 5명 내외의 영세업체이다. 이들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할 지는 예단할 수 없으나 한국경제의 구원자로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공유경제가 기반해야 할 ‘사회적 신뢰’의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유경제는 개인 간 거래를 기본으로 하고 이를 기업이 지원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간 신뢰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2011년 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인관계 신뢰 비율은 46.2%로 OECD 평균 58.8%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공유경제와는 같은 듯 다른 용어, 사회적경제가 있다. 시장경제와 공공경제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것에서 둘은 공통점이 있어 보이고, 새로운 형태의 생산-분배 방식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둘은 공히 ‘대안적’이다. 그렇다면 둘의 결합, 이른바 ‘사회적 공유’ 경제는 불가능할까?

현재 공유기업이 주도하는 공유경제는 생산 방식의 변화에 강조점이 있고 분배 방식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인다. 반면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World wide web이나 오픈소스 운동 혹은 자유 소프트웨어는 극단적인 분배 방식-완전 무료-를 취한 바 있다.

필자가 보기에 향후 공유기업과 사회적경제 조직 상호간에 침투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기업들은 사회적경제 조직에, 사회적경제 조직은 공유경제 비즈니스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공유기업 입장에서는 정책적 지원 제도를 활용하기 위함이고, 사회적경제 조직 입장에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함이다.

정리하면 사회적 신뢰, 적극적 분배 그리고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교류 등 현 시기에 한국은 공 유경제의 인프라 자체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공유기업의 빠른 성장도 담보될 수 있다. 산업만을 다루어 온 산업통상자원부가 과연 ‘사회적 공유’라는 개념을 적극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 이 글은 뉴미디어 매체 칼라밍(http://www.columning.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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