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 415호 : 이번에도 농업을 버리고, 국민을 포기하는가?

‘수입쌀의 관세화’는 해답이 되어줄 수 없다 장마같지 않은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만 더해가는 요즘, 전국의 농민들은 땡볕아래 논을 갈아엎고 있다. 마늘밭도 갈아엎고, 배추밭도 갈아엎었는데 이제는 논이다. 지난 7월 18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도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며 올해 9월까지 관세율을 정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전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의무수입 vs 관세화 1994년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이후 우리는 20년 간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대신 의무수입물량의 수입쌀을 들여오고 있었다. 올해 의무수입물량은 약 40만 톤이다. 이제 협정에서 약속한 시간이 모두 지났다. 기존처럼 의무수입물량 도입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쌀 시장을 개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대뜸 관세화를 선언했다. 정부의 생각은 이렇다. 수입쌀에 최소 300% 이상의 관세를 붙일 경우, 우리쌀보다 수입쌀이 비싸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사먹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국내 농가에 주는 피해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1kg당 가격은 우리쌀이 약 2200원, 중국쌀이 약 1100원, 미국쌀이 약 800원 정도이다. 관세를 붙이면 수입쌀이 비싸지니 괜찮다? 그러나 관세가 그렇게 튼튼한 장벽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FTA와 TPP 등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에 방해가 되는 각종 장벽을 없애려고 할 것이고 당연히 관세도 낮추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사라는 것이 그렇듯이 생산 현황이 매년 달라질 수 있고, 그러면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만약 수입쌀의 가격이 확 떨어질 경우 300% 정도의 관세를 붙인다고 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관세를 붙여서 수입쌀을 비싸게 만들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쌀 시장이 변화할 수도 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WTO와 끈질기게 협상을 해서 우리쌀을 지키려는 시도조차 하지않는 정부의 태도에 화가 난다. 무역과 관련된 대외협상에서 농업은 언제나 피해를 감수하는 쪽이었다.

정부는 대신에 자동차 등을 많이 팔 수 있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수출되는 자동차 중에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물량은 극소수이다. 올초 한캐나다 FTA가 체결되었고, 이 덕분에 자동차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지만 캐나다에 수출되는 자동차 중 국내 생산물량은 5%에 불과하다. 농업 내주고 얻어왔다는 자동차, 국내 생산량은 극소수 개방은 대세이고 어쩔 수 없는데 무조건 반대만 하면 어쩌냐고 말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개방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야말로 비현실적이고 순진하며 우리의 선택지를 축소시킨다. 필리핀은 2017년까지 쌀 개방을 미루고,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려서 지속하는 길을 택했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4월 WTO에 쌀 개방 유예화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처음 필리핀의 요청은 거부당했지만 계속해서 협상을 했고, 결국 6월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필리핀과 한국의 상황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리핀을 통해 개방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말이 틀렸다는 것을, 그리고 정부는 국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