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 410호 : 모든 시민은 연구원이다
6월 27일 새사연 분노의 숫자 강연회&잡담회 후기 세월호의 학생들이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금요일. 부끄러웠던 후보 문창극의 사퇴와, 썰렁했던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탈락이 확정된 금요일. 군내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전국민의 애도와 분노가 가득했던 금요일.
시끌벅적한 홍대를 지나 함께 일하는 재단의 작은 강당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그들은 술 냄새 가득한 “불금” 대신, 날카로운 온기로 “분노”를 말하고 싶었다. 1부는 새사연의 신간 [분노의 숫자]를 중심으로 한 강연회였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수준의 자살률, 가장 오래 일하면서도 가장 가난한 노인들. 최근 우리를 놀라고 하고, 슬프게 한 여러 크고 작은 사건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평등한 수치들을 이은경연구원은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녀가 말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분노의 숫자를 몇 개만 살펴보자. -아이 낳아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평균 양육비가 3억 1,000만 원.-삼성전자 임원 연봉은 노동자 평균 연봉의 137배나 높지만 208만 8,000명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으며, 여성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저임금 노동자.-100명 중 35명이 빈곤을 경험. 연구원이 던진 불평등한 사회의 숫자들이 행사 참여자들의 경험과 만나면서, 불편했던 화두는 자연스럽게 불꽃 튀는 잡담회의 주제가 되어갔다. 그들은 할 말이 많았다.
2부는 40여명의 참여자들이 함께한 잡담회였다. 복지사회, 주거, 청년, 고용으로 나눠 이루어진 대화는, 행사를 기획할 때 생각했던 예정시간을 훨씬 넘어 설만큼 분노와 희망에 대한 이야깃거리로 풍부했다. 한 테이블씩 옮겨가며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자. <복지사회>“요즘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하고 답이 없죠. 사교육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교육을 안 시킬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가장 안 좋은 것은 고립되어 있는 거죠. 육아에서도 그게 가장 안 좋아요. 공동육아도 어렵지만 아무것도 안 해보는 것보다 낫죠. 제도에 기댈 수 없다면 공동체적으로 노력해봅시다.” <주거>“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니까 답이 없죠. 하지만 기성세대의 생각은 바뀌지 않아요.” <청년>“회사에 10분 지각했는데, 야근은 11시까지 했어요.”“1등이 되지 못하면 채용이 안 되는 거죠.”“팀장·임원들도 1년짜리 계약직이고 밑에 사람들도 그렇게 하길 바라는 거죠.
결국은 패러다임 싸움인데, 그걸 건들지 않으면 누구나 힘들게 살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고용>“정규직도 힘들어요. 사회가 욕망을 버리면 저임금 정규직도 좀 낫지 않겠어요?”“취업 준비를 2년 했는데, 아직도 취업을 못했어요.”“공유를 하면 더 많은 것들을 창출한다는 믿음을 교육에 적용시켜야 사회가 바뀔 것 같아요. 우리 모두 협력을 이야기 하지만 배신에 대한 두려움도 그만큼 큰 거잖아요. 많은 사회문제가 있지만, 우선 자본주의의 경쟁문제를 약화시켜야 고용이 되고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잡담회에는 가정에서, 마을에서 생활의 어려움을 가장 깊이 느끼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당면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시민들 대부분은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저마다 혼자 아픔을 싸매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경쟁하고 있을 뿐이다. 아픔을 함께 나눌 이웃이 없고, 친구가 없고, 고통을 하소연해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소외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지 못하는 것도 소외이다. 금요일 밤, 소외 가득한 도시 한 가운데 분노한 시민들이 옷고름을 열고 모였었다. 그들은 분노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했고, 타인의 분노와 대안에 대해 경청했고, 희망을 만들어갈 힘과 의견을 모았다. 그들은 새사연보다 더 새사연 같은 연구원이었다. 경품으로 나눠준 연구원과의 식사권을 들고, 다시 새사연을 찾을 당신에게 우리는 배울 것이다. 그대가 생각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어떤 의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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