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자영업자 의식
사적 영역에서 일하며 자영업자로 성장하도록 교육받은 한국 의사들… ‘기업가주의’에서 ‘전문가주의’로 변화해야 개원의인 나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지난 몇 년 사이 주변에 동네의원 몇 개가 더 들어서 환자가 줄어 마음이 편치 않은데, 포괄수가제 문제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부딪치며 분위기가 험악하기 때문이다. 처음 개원한 12년 전에는 의사협회의 방침에 동조했지만, 이제는 상황을 좀더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왜 이렇게 정부 정책마다 반대의 기치를 들며 반발하는 걸까? 한국 의사들은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이 이기주의로 가득 찬 의료인이고, 국민의 건강을 영업으로만 바라보는 파렴치한들일까?유신독재 위세에 의료보험 반대 못한 의료계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것은 의사가 된 이후에 본 것만 여럿이다. 김영삼 정부가 추진하던 ‘주치의등록제도’가 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됐고, 김대중 정부 초기에 야심차게 준비하던 ‘단골의사제도’ 역시 시작도 못해보고 묻혔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부와 의사들의 대화가 잘되는가 싶더니 [...]
통합진보당의 마지막 선택
6월 마지막 주에 통합진보당은 당대표 선거를 치른다. 내 보기에 이번 선거는 이 정당의 ‘마지막 선택’이다.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뻔한 죽음의 길을 계속 갈 것인지만 남았다. 지난 3주간 통합진보당 사태를 다룬 ‘착한경제학’의 고통스러운 일탈도 이번이 마지막이다.우리는 유일한 활로가 현재의 ‘치킨게임’을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꿔서 협동을 택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것은 곧 현재의 ‘퇴행적 정파주의’를 ‘협동의 정파주의’로 바꾸는 일이다. 영국의 정치학자 부체크(Boucek)는 퇴행적 정파주의 구도에서 각 집단은 당 전체의 가치보다 개별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 골몰하므로 당의 공유자원(무엇보다도 진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을 파괴하고 결국 당은 분열과 붕괴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한다.그동안 각 정파가 서로 적대하면서 퇴행적 정파주의로 치달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만일 선거의 승리가 물질적 이익(지대)과 당직 등의 독점으로 이어진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려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점점 심해진 고질적 병폐인 [...]
무상보육은 선거용 ‘정치쇼’?
0-2세 무상보육이 시행 넉달만에 ‘중단’ 위기에 처하며 뜨거운 논쟁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재정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책임공방, 애꿎은 전업맘과 워킹맘의 갈등, 보편복지 흔들기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정부 신경전에 부모 속 터져 지방정부는 0-2세 무상보육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이 예산을 매칭해 시행되는 무상보육사업이라 지방정부는 이대로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7월 충북과 충남, 8월 서울을 비롯해 올 연말까지 전국 지자체 예산이 고갈될 위기라고 해요. 현실적으로 지방정부가 무상보육 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보니, 여러 설만 오갈 뿐이죠. 정부가 예상치 못했던 신규보육수요에 대해 지자체에 최대 24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자, 정부는 공식적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공방에 부모들 속만 타들어 갑니다. 전업맘에 불똥, 직장맘과 갈등 양상 0-2세 무상보육 확대는 분명히 정치권과 정부 여당의 [...]
그리스 위기의 시한폭탄은 다시 작동한다
“유로존 탈퇴 공포가 긴축정책에 대한 분노를 이겼다.” 지난 17일 그리스 총선 결과를 본 ‘월스트리트 저널’의 평가다. 투표에 참여하는 그리스 시민들의 마음의 일단을 표현하고 있다. 2008년 이후 5년째 이어진 경기후퇴와 2010년 이후 3년째 계속되는 강도 높은 긴축의 악순환으로 더 버티기 어려워진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 것인지 세계가 초조하게 지켜봐야 했다. 아마 그리스 선거 역사상 세계의 관심을 이렇게 끌었던 경우는 없었으리라. 동시에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의 폭발을 두려워한 금융시장과 독일 등 유로 핵심 국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리스인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를 선택하면 그리스가 마치 즉시 끝장날 것처럼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선전했다. 심지어 투표 전날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은 ‘그리스 국민들에게’라는 사설을 싣고 선거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협박해 물의를 일으켰을 정도였다. 좌파연합 시리자는 긴축 재협상을 원했던 것이지, 한 번도 유로존 [...]
유럽중앙은행, 아르헨티나를 배워라.
다시 부상한 유로위기 2010년 봄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위기가 또 다시 부상하고 있다. 벌써 몇 번째인가? 이미 유로위기의 본질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A currency without a country! 그리고 자가면역질환처럼 유로 자체의 파괴를 우려할 정도로 ‘긴축’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로.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이하 ECB)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지난 해 여름부터 시작된 위기도 12월 3년 만기 장기대출 1조 달러를 민간은행에 풀고서야 겨우 진정되었다. 사실 ECB가 직접 국채시장에 1조 달러를 개입하였다면 지금처럼 위기가 확산될 까닭이 없다. 민간은행에 대출한 1조 달러는 어디로 갔는가? 일부는 단기 대출이 장기로 차환되고 나머지는 신용경색에 대비하여 ECB에 초단기 예금으로 예치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ECB는 또 다시 벼랑 끝에 내몰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눈을 돌려 아르헨티나를 보자. 지난 3월 말 아르헨티나 대통령인 페르난데스는 중앙은행법 개정안에 서명하였다. 이로써 [...]
부끄러운 세계 1위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 삼성의 광고 문구다. “부자 되세요!”와 함께 희망차게 맞은 새 밀레니엄의 첫 10년 한국 사회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카피는 없었다. 이들이 부추긴 ‘죽음에 이르는 경쟁’의 결과 한국은 자살률 세계 1위이고, 더구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이외에도 한국이 1등을 기록하고 있는 수치는 많다. 특히 성차별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그렇다. 남녀 임금격차는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5배이고 여성 임금 근로자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42.7%로 역시 1위다. 대체로 가사 및 돌봄노동 시간을 의미하는 무급노동 시간은 여성 135분, 남성 45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격차가 크다. 여성의 비중이 큰 노인 빈곤율 또한 세계 1위다.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각종 성평등 지수에서 100위 밖에 머무르는 것은 당연하다. ‘다이내믹 한국’에서 다이내믹하게 자신의 지위, 특히 발언권이 위축되는 걸 체감하는 남성들로선 이 수치 자체를 믿을 수 없다. 단칸방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