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425) 예산 전쟁, 부모 불신만 키운다
“예산 갖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거예요” 내년부터 보육료 지원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잠시 술렁이는 듯 했으나, 부모들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혔다. 지난 몇 년간 보육료 지원을 둘러싼 내홍을 겪은 바 있어 부모들은 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부처 간 예산을 둘러싼 기 싸움으로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교육감협의회 “누리과정 지원 중단” vs 정부 “위협” 사실 이번 사태는 지난달부터 예고되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9월 18일 열린 총회에서 결의문 “2015년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져라!”를 통해 내년부터 만3~5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급기야 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0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부금 예산으로 누리과정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은 편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해 논란이 커졌다. 갑작스런 기자회견이 이뤄진 다음날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통 보육과 교육 과정인 '누리과정' 제도는 2012년에 합의해 [...]
위클리펀치(424) ‘저녁도 휴일도 없는 삶’…역행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재검토되어야
최근 새누리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새로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1주일을 7일로 명시하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서 현재 주당 68시간 허용되는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을 하되, 노사 간의 서면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일주일에 8시간 연장 근로를 허용하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성동 의원은 새로운 개정안에 대해 현재 최대 68시간인 주당노동시간을 원칙적으로 52시간으로 단축하되, 중소기업 등의 사정을 고려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8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안으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개정안에 야당, 노동계 반발 하지만 개정안이 발표되자 야당과 노동계 모두 지금까지 추진되어온 노동시간 단축 기조에 역행하는 잘못된 개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히려 현재보다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대해 은수미 의원은 “법적으로 52시간인 노동시간을 60시간으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도 법정근로시간은 52시간으로, [...]
위클리펀치(422) “풍선은 가득 찼다”고?
바야흐로 세금정국이다. 사회보장 기본계획안, 세법개정안, 사회투자활성화방안,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담배세·자동차세·지방세 증세 등 박근혜 정부의 중장기 경제·사회·재정 계획이 앞 다퉈 발표되는 와중에, 공무원 연금 개편과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세정책이라는 비판이 우세하지만, 복지에 대한 부담이 합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 역시 존재한다. 복지로 인한 재정파탄 박근혜 정부는 복지를 하기도 전에 복지로 인한 재정파탄을 먼저 우려한다.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서구의 복지제도가 ▴높은 경제성장과 안정적 고용에 기초해 ▴기업과 고소득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전체의 합의가 성숙하면서 발전한 반면, 한국은 복지제도가 정착하기도 전에 낮은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그로인한 임금소득 하락의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서구 국가들이 직면한 ▴고령화 충격과 ▴신자유주의 확대로 초래된 기업과 고소득층 부담의 급격한 하락이 동시에 닥치고 있다. 즉, 복지제도 성숙 이전에 복지제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위클리펀치(421) 현대판 ‘민란의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이 여름철 극장가를 강타했다. 1700만 관객을 넘었다는 <명량>에서, 강동원의 외모만 빛이 난다는 평을 받은 <군도>, 산적들의 해적되기 모험기를 다룬 <해적>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계는 조선시대가 점령했다. 배경은 조선시대 후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민란으로 이어지는 시대다. 건국 초기,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안정적 산업구조와 행정시스템 하에서 번영했던 조선이라는 국가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해 갔던 시대이기도 하다. 이때를 우리는 "삼정의 문란", "민란의 시대", "아이를 팔고, 부모를 내다버리고, 굶어죽던 시대"로 배웠다. 당시, 두 차례의 전란으로 어려워진 경제에 국가의 경제-행정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내몰렸던 민중들이 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동학혁명으로 이어지던 민중의 반란은 외세를 등에 업은 지배층의 매국행위로 좌절되었다. 식민지배와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 비운의 배경인 것이다. 오버랩 되는 삼정의 문란과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 삼정의 문란에서 삼정(三政)이란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곡(環穀)을 가리키는 것으로 조선시대 국가 경제시스템의 [...]
위클리펀치(420) 돈이란 무엇일까
지역화폐가 던지는 의문 “한 여행자가 황폐해진 시골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경기 침체로 마을의 상황은 무척 안 좋았다. 마을사람 대부분이 빚더미 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여행자는 하룻밤 묵을 호텔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호텔 주인에게 100달러를 주면서, 묵을만한 방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호텔 주인은 한번 둘러보라고 하며 여행자를 2층으로 안내했다. 여행자가 호텔 복도를 지나며 방들을 살펴보는 동안, 호텔 주인은 부리나케 계단을 내려가 호텔을 나가더니 이웃의 정육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여행자가 준 100달러로 정육점 주인에게 밀린 외상값을 갚았다. 그러자 정육점 주인 역시 100달러를 들고 부리나케 뛰어나가 이웃의 돼지 농가로 가더니 밀린 외상값을 갚았다. 돼지 농가의 농부 역시 100달러를 들고 부리나케 뛰어나가... 이런 식의 뜀박질이 몇 번 계속되고 나서 결국 또 다른 마을사람이 100달러를 들고 호텔직원에게 찾아와 그에게 밀린 외상값을 갚았다. 마침 그 때 호텔 [...]
[정태인시평] “규제, 눈 딱 감고 풀어라?”
안녕하세요? 경제의 흐름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새벽 공기가 제법 쌀쌀해지는 걸 보면 계절이 바뀌는 모양입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물러가면 "이제 좀 살겠다"라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법이지만, 이번엔 시름만 깊어집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 되라"던 오랜 덕담도 추석을 길 위에서 맞아야 하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선 꺼내선 안 되는 말이 됐습니다."눈 딱 감고 다 풀어라"긴 탄식이 나올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다소 주춤했던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군사작전이 일제히 재개됐습니다. "눈 딱 감고 풀어라". 9월 3일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이 지시는 모든 걸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부작용 걱정하지 말고 기업이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라는 얘깁니다. 이런 걸 말 그대로 '맹목'이라고 하는 거죠.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