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펀치(531) ‘위기 보고서’는 많으나 ‘미래 보고서’는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미래 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는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한국 국가신용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으로 평가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에스앤피(S&P)와 무디스(Moody’s)는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지만, 피치(Fitch)만은 신용등급을 올리지 않았다. 피치의 이런 결정의 배경 하나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 때문이다. 2015년 한국의 출산율이 1.25로, OECD 40여개국 합계출산율 평균 1.68보다 낮은데다, 급속한 인구고령화라는 도전에 직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기획재정부 보도자료, “기획재정부,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재확인”, 2016.10.20.). 일본이 지난 20년간 겪은 장기 불황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불황의 시작은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였지만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미래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 탓에 장기화된 측면이 크다. 이처럼 저출산과 고령화를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만 최소 20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위기’, 진단은 많으나 대응안은 빠져 지금도 저출산과 고령사회 위기를 진단하는 수많은 글과 보고서들이 쏟아지고 [...]
위클리펀치(530) 반민특위 설치부터 4.13총선까지…역사를 바꾸는 것은 엘리트가 아닌 시민
지난 봄, 4.13총선을 앞둔 야권 지지자들의 얼굴은 매우 어두운 편이었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온 4.13총선 예측은 예외 없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180석 이상을 새누리당이 쓸어가거나 개헌 가능선인 200석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실제 결과는 모두의 예측을 뛰어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전멸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의 압승으로 제1당 위치에 올랐다. 거꾸로 압승을 예상했던 새누리당은 참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여기까지가 모두가 알고 있는 4.13총선 전후의 일들이다. 여기서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 보자. 과연 4.13총선은 누가 기획한 결과인가. 4.13총선을 이렇게 되도록 기획한 정치 지도자는 없다. 정치 그룹도 없다. 그 어떤 정치 엘리트도 4.13총선을 제대로 기획한 적이 없다. 귀신 곡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굳이 답을 찾자면 하나의 가능성 밖에 없다. ‘집단 지성에 기초한 대중의 선택’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
위클리펀치(529) 총파업, #불편해도괜찮아
총파업에 대한 ‘진짜’ 여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반대하여 9월말부터 연달아 시작된 파업들이 화물연대 파업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지면서 공공부문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월 23일 금융노조가 하루 총파업을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4일 뒤 27일부터 서울메트로 및 도시철도 공사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서울메트로는 29일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하며 파업을 공식 종료하였지만, 철도공사는 3주째 파업 중이다. 여기에 10월 10일부터 화물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동참하여 누적 6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정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금융노조와 10월 3일부터 7일간 파업을 벌이고 11일 복귀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은 각각 2차 총파업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이 시민들이 자신의 SNS에 ‘#파업지지, #불편해도괜찮아’ 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파업 지지를 선언한 것이었다. 대자보와 손글씨 등으로 파업을 존중한다는 의견이 은행 및 공공장소에 게시된 [...]
위클리펀치(528) 백선하 교수님, ‘전문가 정신’으로 돌아오시기를 빕니다.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는 국정감사도 새누리당 당대표의 단식도 아닌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건이다. 300여일 넘게 사경을 헤매다가 돌아가신 것도 억울하거늘 서울대학교병원 측은, 아니 서울대병원의 백남기 농민 담당 의사 백선하씨는 잘못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고, 이는 유족들이나 국민들뿐 아니라 학교 선후배들까지도 분노하게 만들고 말았다. 결국 서울대학교 의대생들,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성명서를 냈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도 뜻을 같이 하기에 이르렀다. 어디 그뿐인가? 국정감사 이전에 급하게 만들어진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특위)에서조차 위원들 모두가 사망진단서의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같은 의사인 나는 기자회견 내용을 몇 번이고 보면서 절망감을 느꼈다. 비단 나뿐일까? 회견 내용을 보면서 한탄했을 의사들이 많았을 것이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이 동료인 의사들의 공분을 일으킨 게 아니다. 전문가로서의 자세에 대해서 한탄을 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기에..... 사망 원인은 분명 소위 물대포에 맞아 [...]
위클리펀치(527) ‘국가존폐위기 3요소’, 한반도에 한꺼번에 닥치고 있다
누구나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위기의 징후는 다양하며 강도 또한 느끼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위기에 임하는 최선의 태도는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위기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거시적인 역사의 흐름을 통해 그 맥을 짚어 보도록 하자. 중국의 대표적 고전인 삼국지는 ‘천하는 합쳐졌다 갈라지기를 거듭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중국 역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구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역사는 한족과 북방 민족 사이의 쟁투와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분열의 시기에 북방 민족은 중국 대륙으로 진출해 패권을 다투었다. 남북조 시대의 5호16국과 거란족의 요, 여진족의 금, 몽골족의 원, 여진족의 청이 그에 해당했다. 북방 민족의 진출은 중국인들에게 상당한 시련을 안겨다 주었지만 자칫 정체 상태에 빠질 수도 있던 대륙 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고 [...]
위클리펀치(526) <가치살기②> 협동조합의 의사결정 : 민주주의는 어렵다.
<가치살기>는 ‘같이 사는 가치 있는 삶’이라는 의미로, 필자가 신정동 청년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에 살면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을 다룬 일기 같은 칼럼입니다. 칼럼 <가치살기>는 새사연 홈페이지에 월 1회 게재될 예정입니다. (필자 주) 깨달음 1. 다수결과 과반수 “그럼 총회 날짜 24일 25일 둘 중에 가능한 날짜를 손을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25일이 24일 보다 더 많음으로 다수결에 의해 25일로 선정되었습니다. “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는 다수결이 아니라, 과반수가 넘어야 합니다.” 본 내용은 총회날짜를 선정하는 3회 신정동 청년주택협동조합 준비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대통령선거에서부터 삶의 많은 부분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구조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 내 의사결정 방식은 익숙한 다수결이 아니라 과반수의 찬성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많은 의견이 채택되는 것이 아니라,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의 의사결정과정은 복잡하다. 총회만 하더라도, 총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