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기실업자는 과연 4천명 뿐일까?
현실과 괴리된‘장기실업자’ 숫자 고용문제와 관련된 아주 오래된 쟁점 하나. 바로 현실과 괴리된 실업률 지표 문제이다. 공식적인 실업률 지표의 적정선에 대한 비판은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가열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논란만 있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예를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 기간이었던 2009년을 보면, 취업자가 7만 명 넘게 감소하고 (연 평균 기준) 고용률이 -0.9%p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표 실업률은 불과 0.4% 포인트 증가한 3.6%에 그친 바 있다. 정부 통계로는 이는 공식 실업자가 약 89만 명으로 체감 경기의 침체와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실업률이 현실과 괴리를 나타내는 이유는 취약 노동계층이 공식 실업자 신분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비공식 부문 취업자 규모가 크고 이들이 저임금 취업 상태와 비경제활동 상태 사이에서만 빈번하게 오고가는 특징을 보인다. 실업자 신분에 있어 보았자 공적인 지원을 기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업률 지표 문제에 대한 [...]
독일 통일 20주년에 돌아보는 남북 관계
지난 10월 3일은 독일이 통일된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국내에서도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이를 기념하는 학술대회도 많았다. 이 중 한 학술대회에 참석한 독일 교수 한분이 독일에서조차 통일 20주년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서보다 높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감탄 아닌 감탄을 표했다. 그렇지만 전철복 후철계, 앞바퀴가 넘어지면 뒷바퀴는 조심한다고 했다.독일은 통일문제에서도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서독지역이 동독지역에 2조유로(약 3000조원) 이상을 ‘퍼준’ 결과 동독지역의 생활수준은 서독지역의 80% 수준까지 상승했고 생활양식은 완전히 동질화되었다. 그렇지만 생활수준의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가 처음 10년 동안에는 빠르게 진행되었으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동서독 간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고 독일 헌법에 규정된 “대등한 생활수준의 확보”가 전국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게 최근의 현실이다.갈수록 많은 독일인들이 통일을 자신들의 위대한 업적으로 기리고 있는 것도 맞지만 [...]
‘쥐사냥꾼’ 이 기륭전자에 간 까닭
싸울아비, 쥐사냥꾼, 백련강, 횃불…짐작했겠지만 촛불 시민들이다. 나 같은 먹물들이 글줄이나 쓰고 있을 때, 그들은 2008년 촛불항쟁 이후 지금까지 촛불을 끄지 않았다.2010년 10월17일, 그들이 기륭전자에 나타났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농성하고 있는 터전을 밀어버리려는 저 ‘불도저’ 앞에서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쥐사냥꾼’을 비롯한 촛불들이 곰비임비 모인 까닭이다.서울 금천구에 자리한 기륭전자의 황량한 마당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지금 이 순간도 진행 중이다.비정규직 노동자들 농성장 밀어 버리려는 불도저“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이렇게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단식 중인 한 여성노동자의 울분이다. 그랬다. 2005년 7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200여 명이 무더기 해고될 때부터 시작한 싸움은 옹근 5년을 넘어 6년째 접어들었다.1800일 넘도록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는 저 굶주린 여성노동자의 절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무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하지만 아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800여일은 결코 짐승 같지 않았다. [...]
황장엽의 죽음, 이진선의 권총
황장엽. 2010년 10월10일 운명한 그가 오늘 국립묘지에 묻힌다. 이명박 정부가 고인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할 때부터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황장엽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온전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이 흘러 그와 관련된 정보가 모두 공개된 뒤에 가능할 터다. 다만,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평가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도 있다.가령 소설『아름다운 집』에는 황장엽의 오랜 ‘친구이자 동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신문기자로 살고 있던 이진선이 그에 대해 쓴 일기 대목이 제법 많이 나온다. 『아름다운 집』의 이진선은 황장엽이 이남으로 ‘망명’했다는 소식을 평양에서 듣고 일기에 다음과 같이 쓴다.1997년 2월 15일참으로 느닷없이 황장엽 동지가 남쪽으로 날아갔다. 공화국에서 그나마 그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홀연히 서울로 간 그를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용서할 수는 없다.황장엽은 당연히 여기서 노선투쟁을 벌이고 순교의 길을 택해야 했다. 역시 사상은 투쟁의 용광로에서 벼려지는 것일까. 항일지하투쟁에도, 조국해방전쟁에도 참전하지 못했던 [...]
그는 왜 여의도 한복판에서 목을 맸을까
또 한사람이 목을 맸다. 자살률 세계 1위인 탓일까. 그의 자살도 묻히고 있다. 쉰 두 살. 그가 마지막 숨을 쉰 곳은 서울 여의도. 대한민국의 국회는 물론, 정당들이, 방송사들이 즐비한 곳이다.그는 나무에 목을 맨 싸늘한 몸으로 아침 일찍 발견됐다. 빈 소주병과 유서만 남겼다. 여의도 가로수 불빛 아래 밤을 지새우며 썼을 유서에는 지상에서 그의 유일한 핏줄인 12살 아들을 ‘부탁’하는 글이 담겼다.“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 내가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장애아들 ‘혜택’ 받게 해 달라” 유서 남겨하루에 40여 명이 목숨을 끊는 자살 공화국에서 새삼 그의 죽음 앞에 값싼 감상으로 다가설 뜻은 없다. 다만 묻고 싶다. 왜 서울 가리봉동의 단칸방에 살던 그가 여의도 한복판까지 와서 나무에 목을 맸을까.고아로 큰 그는 온갖 시련을 넘어 건설 현장의 비정규직 용접 노동자로 [...]
예방접종 지원 사업비 삭감
기획재정부가 2010년 9월 28일 국무회의에서 필수예방접종 민간 병?의원 지원 액수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내년도, 즉 2011년 민간 병?의원에 지원할 필수예방접종 비용 증액분을 삭감한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내년 지원액을 675억 3100만원으로 잡고 요청하였으나 증액분 전액 470억 원을 뚝 잘라서 올해 수준으로만 시행하기로 했다.필수 예방접종 민간병의원 지원의 필요성예방접종이란 우리가 과거에 많이 앓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전염병들에 대해 면역방어능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가에서 국가보건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필수예방접종인 결핵, B형간염, 홍역, 풍진, 볼거리,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일본뇌염, 수두 11가지와 국한적으로 시행하는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신증후군출혈열 3가지를 합쳐서 14종이다.지금은 보건소와 민간병의원에서 하고 있는데 알다시피 보건소에서는 무료이지만 민간병의원에서는 본인부담을 지게 되어 있다. 보건소와 같은 국가보건기관과 민간병의원의 접종률을 보면 4 : 6 정도 된다고 한다. 많은 경우 동네병의원에서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