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길, 민주당의 길
“태조 왕건이 군사훈련을 했던 이곳에서 군사를 일으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 국민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를 시작하자.”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1월14일 충남도당 산행대회에서 태조산에 올라 한 말이다. 사뭇 패기가 넘친다. 그는 그 자리에서 11월13일 서울 강남에 사는 전형적인 중산층 시민을 만난 이야기를 소개했다. 강남시민은 손 대표에게 말했단다. “G20정상회의, 우리는 관심 없다. 저 사람들 모여 잔치하는 것 같은 호화판 잔치나 벌리고 있지 우리 서민 생활에 무슨 상관이 있는가.”손 대표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은 야당의 대표로 대한민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꼭 성공하기를 기원해 대여투쟁도 어느 정도 자제했었단다. ‘대한민국의 품위’를 우려해서다. 그런데 정작 일반국민, 시민이 느끼는 것이 정치인, 야당대표인 제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날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권에 물었다.민주당 대표보다 더 날카롭게 말한 ‘강남 중산층’“과연 G20정상회의가, 저 호화로운 잔치가 우리 국민, 서민의 삶에 [...]
미국의 양적 완화, ‘자본통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다
미국, 달러 대량 살포 선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장인 벤 버냉키의 별명은 ‘헬리콥터 벤’이다. 경제가 디플레이션 침체의 위기에 빠질 경우에는 헬기로 돈을 뿌려서라도 과감한 통화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소신을 밝힌 후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지난 11월 3일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 격인 미국의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가 달러의 대규모 ‘양적 완화(Quantatitive Easing)’ 정책을 공식화했다. 연준이 실업과 경제회복을 달성하기 위해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양적 완화라는 고상한 명칭은 사실 달러를 더 찍어내어서 시중에 대량으로 풀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양적 완화는 제로 금리 수준에 이르러 더 이상 금리 정책으로는 유동성을 늘리기 힘들 때 통화량을 직접적으로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혹자는 양적 완화라는 말 대신에 통화증발(增發)-발행량을 증가시킨다는 의미-이라고 표현한다. 미국 내에서는 양적완화의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별다른 장애물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오바마 [...]
대한민국 기초 흔드는 두 쟁점
난장판이다. 대한민국 정계를 보라.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쟁점이 곰비임비 불거진다. 4대강 예산, 대포폰, SSM, FTA….어떤가. 먹고 살기에 바쁜 시민들로서는 선뜻 살갗으로 다가오지 않거나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살림살이는 무장 악화되는 데 정치판은 뭘 하는 건지 울뚝밸이 치밀 법 하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회에서 말싸움, 몸싸움 벌이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그것이다. 정치하는 놈들은 죄다 도둑놈이라는 말은 언제나 되풀이되는 타령이다.하지만 난장판을 한 뼘만 더 들여다보자. 과연 난장판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정치인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언론인에 있다고 판단한다. 아무리 선입견을 씻고 보아도 그렇다. 더러는 내게도 색안경을 끼고 볼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 기자들을 위해 미리 인용한다.“남이 하는 말을 옮겨 주는 것이 언론이긴 하지만 옮겨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있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난장판 정치에 언론의 책임은 없는가누구의 말일까? [...]
병동일기 2
2010년 00월 00일 (?요일)수술실 가는 길.....입원 5일째이다. 오전에는 수술 예약이 많아서 오후 2시경으로 내 수술 시간이 잡혔는데, 어젯밤부터 금식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배고픔에 의한 고통이 더 심해진다. 그런데 2시, 3시, 4시, 5시가 지나도 부를 생각을 않는다. 아침부터 옆에서 기다리던 아내는 간호사에게 물어보려고 하지만 내가 말렸다. 분명 앞 수술들이 지체되어 순서가 밀리는 것이고, 또 병원 일정들은 다그치거나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오후 5시 30분이 되어서야 수술실로 가게 됐다. 병원에서 일할 때는 환자 얼굴과 바닥만 보면서 다녔는데, 정작 내가 침대에 눕혀지고 천정에 일렬로 붙어있는 형광등들을 보면서 복도로 실려 가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수술방은 언제나 차갑다. 너무 추워서 간호사에게 담요와 온풍기를 달라고 했다. 관절경 수술이어서 전신 마취가 아니라 척추마취를 하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누워서 요추에 주사기를 넣어서 마취를 시작한다. 나도 응급실 근무를 할 때 뇌막염이 [...]
옹근 40년 ‘피딱지’ 몸의 호소
1970-2010.옹근 40년이다. 마흔 한 살의 가난하고 평범한 여성은 여든 한 살이 되었다. 고혈압과 당뇨로 몸 움직이기도 불편하다.바로 그 여성이 40년 동안 애면글면 이어온 호소가 있다. 2010년 11월7일, 서울광장에 구름처럼 모여든 수만 명 앞에서도 그 분은 어김없이 절규했다.“우리는 항상 밀렸다. 뒷걸음질 그만하고, 하나 되어야 한다.”그랬다.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님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어머니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왜 하나가 되지 못 하는가 캐물었다. “하나가 돼서 싸워야지 그렇지 안 되면 밀려나고, 인권이 언제 짓밟히지 모른다”고 거듭 강조했다.기실 어머니는 아들이 불꽃이 되었던 그 날 이후 줄기차게 단결을 호소해왔다.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그 절규는 여느 먹물들처럼 단순한 입발림이 아니었다.전태일어머니 몸에 깊게 새겨진 ‘훈장’들전태일 어머니 몸에 훈장처럼 패여 있는 상처들이 그 증거다. 11월8일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도 어머니 발목에 여전히 피딱지가 붙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
손학규의 ‘뼈저린 반성’과 한미FTA
손학규. 제 1야당 대표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민주당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곰비임비 나온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취임 직후 올라가던 지지율이 제자리라는 보도 또한 줄을 잇는다. 왜 그럴까. 대표 취임 뒤 여느 정치인보다 민생 현장을 다니며 적극 발언해오지 않았던가.더구나 그는 2년 동안 칩거했던 춘천을 떠나며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시 ‘출사표’를 던진 바도 있다. 그 출사표를 읽었을 때, 나는 내심 그의 변화를 주목했다. 2007년 그가 대선 정국에 예비후보로 나섰을 때 그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이유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찬성하고 있었다.그런데 2년 동안의 칩거에서 그는 “뼈저린 반성”을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신자유주의 흐름 막아내지 못했다는 반성“정치에 대한 저의 성찰은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어느덧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경제, 그리고 그것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