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의 재분배 효과를 높여야 한다.
진보 진영 재정전략의 모호함 국회가 예산정국에 돌입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예산 갈등의 핵심은 4대강 예산과 복지.노동예산 그리고 지방교부금 등이 될 전망이다. 이들 쟁점은 모두 ‘보편적 복지 예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거 단체장을 확보한 야당들은 공약 사항인 무상급식 등을 관철하기 위해 4대강 예산을 삭감하고자 하는 것이다. 야당의 전략은 복지예산의 총액을 늘리는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의 문제제기는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재정관료의 권한이 막강한 한국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를 뛰어 넘는 진보 진영의 재정전략이 정교하지 못한 데 있다고 보인다.사실 보수 진영의 재정전략은 전통적으로 감세-지출통제 전략으로 인식되어 왔고 이에 대비해 진보 진영의 재정전략은 증세-복지지출 확대전략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단순한 인식에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부 여당이 집권 이후 감세 기조를 [...]
재벌2세에 매맞은 50대를 위한 노래
충격이다. 11월 28일 밤 MBC 시사매거진2580은 ‘믿기지 않는 구타사건’을 방영했다. “방망이 한 대에 100만원”이다. 50대 탱크로리 화물기사의 고백, 아니 고발은 분노를 자아낸다.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흡수 합병되는 과정에서 해고된 그는 1인 시위를 벌이다가 봉변을 당한다.회사 임직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50대 노동자는 재벌 2세로부터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한대 당 100만원”야구방망이로 맞으며 50대가 들은 말이다. 입에 휴지를 물려주고는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때렸단다.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단다. 방송에 따르면 젊은 재벌2세는 폭행 뒤 매 맞은 값이라며 2000만원의 수표를 건네주었다. 야구방망이 폭행이 일어나기 전 이 회사는 50대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나온 손해배상 액수는 2000만원이다.솔직히 고백한다. 칼럼의 무력감을 느낀다. 생생한 현실 앞에 나의 산문은 더없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50대 노동자에게, 공분하는 모든 독자와 더불어, ‘민중 시인’ 김남주의 시 한편을 조용히 나누고 [...]
육아휴직급여 확대의 문제점
정부가 내년부터 육아휴직급여를 상향시킨다는 방안을 내어 놓았다. 정부는 출산율을 제고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방도를 추진 중에 있고 그 핵심에는 일-가정 양립 정책이 놓여 있다. 지난 9월 10일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현재 50만원인 정액제 육아휴직급여를 정률제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육아휴직급여를 이전 임금의 40%로 하되 50만원의 하한선과 100만원의 상한선을 설정하였다.복지 수준을 높이자는 데 있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현재 육아휴직급여는 고용보험에서 지급된다. 육아휴직급여의 상향 조정이 찬성할 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도적 제약으로부터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 필자는 이번에 이 문제들을 환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문제점 : 사각지대의 소외 우리나라 고용보험 제도, 아니 고용정책 전반이라 해도 무관할 터인데, 이 제도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문제점은 광범위한 사각지대에 있다. 사회보험 제도는 사회연대 [...]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
'과학'이라는 개념의 정의는 확실하지 않다. 과학이라는 지식체계의 성격을 두고 지난 100년간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사회학이라는 학문이 따로 만들어졌을 만큼, 과학의 본성에 관해 합의된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인식이 존재한다. 대체로 한국사회에서 과학은 '확실성' 혹은 '객관성'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확실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자연의 비밀을 들추어 내는 것, 물론 그것도 과학 활동의 중요한 본성 중 하나임엔 틀림이 없다. 과학의 '확실성'과 '객관성'에 대한 강조는 주로 과학자들에 의해 주장되어 왔는데, 이제 그 역할을 정부가 대신해 주려는 것 같다. 광우병과 연이은 촛불시위를 '과학적 권위'의 이름으로 매도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합조단의 보고서가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과학적 결론'이라며 우리에게 정부의 발표를 믿고 의심하지 말라고 종용한다. 그 결론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이념적'이며, 따라서 '과학적'이지 않단다. 합조단 조사단장의 말이다.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냐"며 대중을 매도하는 장사꾼이 나오더니, 이제 "과학도 [...]
대통령 묘 모욕 ‘배후’ 있다
얼굴보다 마음에 주름살을 준다. 몽테뉴가 늙음에 준 경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인분을 퍼부은 60대를 보며 문득 떠올랐다.무릇 무덤을 만나면 누구나 삼가게 마련이다. 백인이 인디언을 마구 학살했던 시기에 미국의 작가 어빙은 설령 원수였어도 무덤 앞에선 회한을 느끼게 된다고 토로했다.그런데 경상북도에서 살아온 60대는 어느 순간 울뚝밸이 치민 게 아니었다. 일주일에 걸쳐 차근차근 준비했다. “노무현 그대 무덤에 똥물을 부으며” 제목으로 유인물까지 만들어왔다. 노무현재단과 야당들이 조직적 배후를 밝히라고 요구한 이유다.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60대에게 행동을 직접 지령한 배후는 없을 성싶다. 다만, ‘검은 그림자’로서 배후는 있다. 보라. 그가 뿌린 유인물은 노 전 대통령이 “전교조·전공노·민주노총 같은 좌파세력들이 생성되도록 도와 청소년들의 정신을 세뇌시키고, 국가 정체성을 혼돈에 빠뜨렸으며,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고 부르댔다.60대 ‘증오의 주름살’ 누가 줬나찬찬히 톺아볼 일이다. 대체 참여정부가 “전교조·전공노·민주노총”을 언제 어떻게 도왔는가. 사실과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
병동일기 3
2010년 11월 어느날기부스? 깁스?수술 후 5일째.수술 부위의 통증은 없지만 어디에 부딪히거나 움직일 때는 살짝살짝 아픈 기운이 있을뿐 대체로 괜찮다. 입원하고부터 수술 후 며칠 될 때까지는 스플린트(Splint)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처음에는 휠체어 바퀴를 돌리고 회전하는 게 너무 어려웠지만 이제는 엘리베이터 같은 좁은 공간에서도 방향을 180도 바꿀 수 있을뿐더러 병원 복도에서도 쉽게 ‘코너링’을 하며 다닐 수 있다. 웬만한 경사도 가뿐히 오르거나 속도 조절하면서 내려갈 수도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장애인월드컵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오후에는 병동 치료실로 가서 수술 부위 드레싱을 하고 스플린트를 없애고 캐스트(Cast)로 고정을 하게 됐다. 그런데 내게는 수술 말고 또 다른 공포감이 밀려왔다. 캐스트란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통깁스를 얘기한다. 나의 경우에도 5주 이상은 해야 한다는데 문제는 그 동안 절대 풀 수 없다는 것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