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씨에게 띄우는 편지
당신의 참모 가운데 이 편지를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나마 나라를 위해 다행입니다. 어쩌면 ‘이명박씨’라는 호칭에서 당신이나 참모는 울뚝밸부터 치밀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 또한 삭이며 씁니다. 지금 나는 대통령에게 쓰는 게 아닙니다. 자연인 이명박씨에게 씁니다. 대통령 자리에 앉은 이명박은 미워하지만, 인간 이명박에겐 연민이 느껴옵니다. 그 점에서 ‘이명박씨’라는 호칭은 호의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그 호칭엔 분노가 더 짙게 깔려 있습니다. 최근 한 젊은이가 내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젊은 친구는 남북 사이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예언이 현실화되었다고 썼더군요. 북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입니다. 나는 그런 예언은 적중하지 말아야 했다고 답글을 썼지요. 그런데 답장을 보낸 직후입니다. 예측만 하고 방관했다는 자책감이 벼락처럼 저를 때렸습니다. 예측만 하고 방관했다는 벼락같은 깨우침 그래서입니다. 더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로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먼저 오해 없기 [...]
촛불 송년회의 주제넘은 격려사
2010년 촛불송년회. 12월26일 저녁 7시에 격려사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난감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아무리 짚어 봐도 격려사를 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쉼 없이 어둠을 밝혀온 시민들 앞에 서서 ‘격려’를 하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주제넘은 짓이었다. 그럼에도 갔다. 격려사 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라는 말에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서울 시청 지하철역에서 송년회가 열리는 곳까지 길바닥 곳곳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며 발걸음은 다시 무거워왔다. 촛불시민들의 열정과 정성이 흠뻑 묻어났기 때문이다. 송년회 가는 길은 만감이 교차했다. 2008년 5월의 시청광장과 청계천, 을지로를 함께 걸었던 맑은 분들이 떠올랐다. <오마이뉴스>에 블로그를 열며 촛불을 넣었던 이유도, 촛불항쟁 시기에 ‘주권혁명’―우리가 직접 정치하고 직접 경영하는 즐거운 혁명―을 제안했던 설렘도 스쳐갔다. 우리가 믿고 열정 쏟을 정당이 없다면 사회를 보는 촛불시민의 소개를 받고 나섰을 때, 가식없이 속내를 밝혔다. 촛불항쟁 당시에 우리가 [...]
카드론의 비밀, 가계 부채 악성화의 주범
900조 가계부채 뇌관은 아직도 살아 있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은 가계부채 문제로 지목된 바 있다. 2000년 이후 2009년 말까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연평균 13.4%씩 증가하여 2009년 말 현재 개인 금융부채가 877조원에 달하고 있다. 1997년과 비교해 무려 세 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얼마나 빨리 증가하는지는 국민소득과의 비교에서 두드러진다. 2004년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가계신용과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매년 8~11% 증가율을 나타내었다. 이는 동일한 기간의 개인처분가능소득과 GDP 증가율 4~6%의 두 배에 이른다.한국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다. 이 지표에 있어서 한국은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2009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는 소득의 1.53배에 달하는 부채를 갖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 수치 1.3배를 능가한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부채위기를 겪은 미국은 가계 부채를 조정 중에 있다. 저축율이 증가하고 부채는 감소하는 국면에 들어 선 것이다. [...]
이명박의 전화에 담긴 ‘신호’
이명박 대통령이 전화를 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성회에게다. 그것도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기 전이란다.김성회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랑스럽게 밝힌 바에 따르면 “국회에서 예산이 처리되는 데 애써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격려했단다. 기자가 덧붙였듯이 대통령이 당 지도부 인사가 아닌 한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치하’에 나서기란 드문 일이다. 김성회는 “대통령께서 그날 있었던 일을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보고를 받으시고 전화를 주셨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어떤가. 한낱 ‘짜증나는 삽화’로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그 전화에는 우리가 지나쳐서는 안 될 중요한 ‘신호’가 담겨있다.외국 순방 앞서 김성회에게 전화 건 뜻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의 전화 발언을 있는 그대로 분석해보자. 김성회에게 “국회에서 예산이 처리되는 데 애써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했단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알다시피 무명의 국회의원 김성회가 예산처리를 ‘지휘’한 게 아니다. 국회의장석에서 사회를 본 것도 아니다. 그가 그날 한 일은 단순하다. 국회 [...]
중국효과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중국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각 국가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지가 논의의 초점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일차적인 관심사는 환율에 있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를 높임으로써 자국의 만성적인 대중국 무역적자 문제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줄어든다면 미국 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경제, 외교적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기대를 반영한 한 경제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위안화 환율 절상을 통해 약 28만 명에서 6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중국효과, 수출확대 경로를 통해 한국에 영향을 미침 그렇다면 한국에 있어서 중국효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먼저, 최근 세계 경제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인 한국경제는 중국효과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주목해야겠다. 현재 경기회복의 [...]
어느 진보대통합론자의 회한
진보 대동단결론자. 옹근 10년 동안 내게 쏘아진 조소의 ‘화살’이다. 그럴 만도 하다. 진보세력이 2000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할 때부터 대동단결을 부르댔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한겨레>에 기명칼럼을 쓰고 있었다. 한줌도 안 되는 진보세력이 갈라져있다며 대동단결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 2000년 총선에서 갈라져 출마한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었다.지금도 꿋꿋하게 진보의 길을 걷고 있는 김규항은 당시 어느 대학의 토론회에서 내게 “그렇게 밖에서만 말하지 말고 직접 뛰어들어 진보통합을 이뤄보라”고 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론인이 나의 ‘천직’임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그 뒤에도 진보의 대동단결을 촉구하는 칼럼을 곰비임비 써갔다. 현실은 대동단결은커녕 되레 더 분열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노동당마저 쪼개졌다. 분당을 막아보려고 <오마이뉴스>에 연일 칼럼을 썼다. 대다수 진보지식인들은 <한겨레>를 비롯해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에서 분당론을 부추기거나 지지했다.대동단결 칼럼 곰비임비 써온 10년그 때도 밝혔지만, 흔히 진보세력을 나누는 정파 어디에도 나는 소속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