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전화를 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김성회에게다. 그것도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기 전이란다.김성회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랑스럽게 밝힌 바에 따르면 “국회에서 예산이 처리되는 데 애써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격려했단다. 기자가 덧붙였듯이 대통령이 당 지도부 인사가 아닌 한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치하’에 나서기란 드문 일이다. 김성회는 “대통령께서 그날 있었던 일을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보고를 받으시고 전화를 주셨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어떤가. 한낱 ‘짜증나는 삽화’로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그 전화에는 우리가 지나쳐서는 안 될 중요한 ‘신호’가 담겨있다.외국 순방 앞서 김성회에게 전화 건 뜻무엇보다 먼저 대통령의 전화 발언을 있는 그대로 분석해보자. 김성회에게 “국회에서 예산이 처리되는 데 애써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했단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알다시피 무명의 국회의원 김성회가 예산처리를 ‘지휘’한 게 아니다. 국회의장석에서 사회를 본 것도 아니다. 그가 그날 한 일은 단순하다. 국회 몸싸움 과정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강기정에게 성큼성큼 달려가 방심하며 무방비 상태로 서있는 상대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한 일이다.이미 언론에 부각되었듯이 그는 육군사관학교 럭비부 출신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먹을 맞은 강기정 의원은 입안을 8바늘이나 꿰맸다. 턱관절과 치아까지 흔들려 치료를 받고 있다. 일부 언론은 김성회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며 주먹질 다툼이라고 썼지만 왜곡이다.물론, 강기정과 김성회 사이에 국회 몸싸움 과정에서 주먹이 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끝났을 때 찾아가 얼굴 정면에 주먹을 날리는 짓은 온당하지 않다. 깡패의 윤리도 아니다. 육군사관학교 럭비부 출신다운 행동도, 사내다운 행태도 전혀 아니다. 울뚝밸을 도저히 삭일 수 없었다면, 강기정에게 찾아가 조용히 국회 밖으로 나가 일대일로 한판 붙자고 해야 그나마 납득할 수 있을 터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무방비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국회 안에서 주먹을 날렸다. 그런데 그 김성회에게 대통령이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전화를 했단다. 격려를 했단다.대통령 이명박 또한 강기정 의원이 청와대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발언 때문에 흠씬 두들겨 패고 싶었던 걸까. 뒷골목 깡패보다 못한 비겁한 주먹질에 대통령까지 격려 전화를 해대는 풍경은 남우세스럽다.뒷골목 깡패보다 못한 주먹질을 치하대통령 전화에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답한 김성회는 일단 접어두자.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해 여권 수뇌부들이 줄줄이 격려하거나 전화를 했단다. 한나라당의 수준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그래서일까. 김성회는 전혀 성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야당 의원들이 예산 처리를 막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정의인가”를 생각했다고 언죽번죽 밝힌다.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인다. 그는 과거 박근혜 의원과 식사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그 자리에서 나에게 ‘몰랐는데 알부남(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이시네요’라고 하셨다”는 말까지 과시하듯 전했다. 구토가 밀려온다.딴은 깡패의 도덕보다 못한 작태를 저질러놓고 ‘정의’를 들먹이는 김성회만 탓할 일은 아니다. 결식아동 급식까지 전액 삭감하며, 대통령의 고향이자 대통령 형의 지역구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저들도 입만 열면 ‘공정사회’를 부르대고 있지 않은가. 그래놓고도 무람없이 폭력의원을 격려하는 전화에 담긴 ‘신호’는 무엇일까. ‘야만’이라는 말조차 너무 곱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