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펀치(569) 당신의 공공활동은 경제생활에 도움이 됩니까?
몇 주 전, 연극 <창조경제-공공극장편>을 보았다.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을 차용한 이 연극은 몇몇 청년예술극단이 경쟁자로 참여하고, 관객은 마음에 드는 극단에 투표한다.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은 이미 예능프로그램의 단골로 관객에게도 익숙한 형식이다. 하지만 여느 서바이벌과 달리, 이 공연은 우승자를 가려내는 데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경쟁’구도에 대해 오히려 관객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이 서바이벌 형식과 투표방식에 동의하는지, 그로 인해 누군가는 상금을 누군가는 무급으로 창작하는 구조가 괜찮은 건지 말이다. <창조경제-공공극장편>의 기원은 2015년 극단 앤드씨어터가 실험극과 상업극, 예술작업과 경제생활 사이에 놓여있는 예술가의 삶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로, 연극 <창조경제>는 이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이 주목했던 점은 예술가들의 ‘창조활동과 삶’ 그 자체였다. 특히 예술분야에서 강조되었던 창조활동. 그것이 만들어낸 빈곤 경제생태계는 경쟁을 강제하는 ‘창조경제’의 이면이기 때문이다. 공연 중에 반복되는 “나의 창조활동이 [...]
위클리 펀치(568)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기다리며
국내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동결되거나 하락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제수준 대비 낮은 상태이다. 한국의 경제수준은 OECD 가입국 수준으로 성장하였는데, 최저임금은 OECD에서 권고하는 평균임금의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2016년 상용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약 362만 3천 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OECD 권고안을 적용해 보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약 181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즉,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8,660원 정도의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림. 2008년 ~ 2018년, 최저임금 변화 추이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http://www.minimumwage.go.kr)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최저임금이 난항 끝에 시급 7,530원으로 정해졌다. 최저임금 인상률 추이 그래프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16.4%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 10년의 평균 인상률의 2배에 가깝다. 또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
위클리 펀치(567) 4차 산업혁명을 통한 번영: 우리시대에 상영되기 힘든 대본
전력발생기와 컴퓨터, 어떤 발명이 경제성장에 더 중요한가? 굳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니었어도, 세계경제는 이미 성장을 멈춘 듯 보인다. 오늘, 뚜렷한 이정표가 베일 밖으로 나오지 않은 가운데 시대를 이끌어갈 길잡이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이 지금의 최장기에서 경기 침체를 걷어내고 새로운 시대로 도약 할 수 있는 발판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로버트 고든의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이 번역 출간되어 회자되고 있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고든 같은 경제 성장론의 원로급 주류 경제학자가 4차 산업력명은 미몽일 뿐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 토론 거리가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고든은 전력발생기와 컴퓨터(Dynamo/Computer)가 경제성장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를 주장한 폴 데이빗의 주장을 환기시키며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있다. 고든은 데이빗의 논문이 발표된 1990년의 몇 해 후인 1996년부터 2004년까지 [...]
위클리 펀치(566)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 성공의 열쇠는?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서 획기적인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 주범의 하나인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 원전을 점차 폐쇄해 나갈 것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전 제로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에너지 공급은 경제 활동에서 생명선과 다름없다. 에너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경우 원유 공급 중단과 전기 시설 노후화로 경제 전반이 붕괴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만큼 에너지 정책은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함을 요구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보수 언론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격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 대해 [...]
위클리 펀치(565) 마을에서 연구하기
얼마 전에 한 지자체에서 마련한 주민참여연구의 발표 심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연구를, 지자체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연구에 대한 조금 다른 생각, 작은연구’라고 일컫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 처음 ‘작은’ 연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직접 수행할 주민들의 부담을 덜고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작다’는 표현도 할 수 있겠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에는 드는 생각은 ‘작은연구’라고 쉬이 받아들인 것이 자칭 연구자의 오만함은 아니었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연구는 숙련된 연구자가 하는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마을을 연구하고 마을주민을 만날 때 스스로 이렇게 다짐하곤 한다. ‘아는 척 하지 말자. 나대지 말자.’ 처음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마을살이를 이어가는 주민들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 태도였지만, 마을현장을 접하면서 ‘정말 아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난 후에는 신념이 되었다. 현장의 역동성과 방대한 정보에 압도되어 마치 문외한이 [...]
위클리 펀치(564) 신뢰와 연대는 협동조합의 경쟁우위가 될 수 있을까?
대학원 마케팅 수업 시간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비교하면서, 전통시장이 아무리 시설 현대화에 투자한다고 해도 전통시장에 가는 이들의 필요(needs)와 대형마트에 가는 이들의 필요가 다르기 때문에 대형마트 고객을 전통시장으로 끌어올 수 없다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이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 한편으로는 전통시장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시장에서 유년기를 보냈기에 전통시장에 대한 애정이 큰 탓도 있지만, 시설 현대화 등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한낱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소한의 시설 현대화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나 그 이상,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전통시장은 흔히 재래시장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전통'이 보존하고 이어나갈 문화의 느낌이라면 '재래'는 바뀌고 사라질 것의 느낌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두 용어의 어감은 상당히 다르다. 현재 전통시장이 재래시장이라고 동시에 불리는 것은 '전통'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