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매년 조사하는 「사회조사」는 가족, 보건, 복지, 교육, 사회참여, 노동, 문화와 여가, 소득과 소비, 환경, 안전 등 10개 부문을 5개 부문씩 나누어 격년으로 조사하고 있다. 홀수 해에 조사되는 「소득과 소비」 부문에는 이런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귀 가구의 재정상황이 악화된다면, 어떤 항목의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겠습니까?”

3순위까지 응답할 수 있는데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식료품비, 외식비, 의류비, 교육비, 교통․통신비, 문화여가비, 보건의료비, 연료비, 경조사비, 기타(주관식). 그럼 여기에서, 질문:

“가장 많이 선택된 선택지는 뭘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지를 1순위로 선택했을까?”

표 1은 2011년과 2013년의 응답 결과를 개략적으로 보여준다. 결과는 (적어도 필자에게는) 의외이다. 가구의 재정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가장 먼저 줄이겠다고 응답한 항목으로 ‘식료품비와 외식비’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현재 식료품비와 외식비로 흥청망청 쓰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흥청망청 쓰는 항목, 즉 마땅히 지출하지 않아도 될 항목이 없기 때문일까?

 

표1

 

경제학에서 ‘소득탄력성’은 사치재와 필수재를 구분하는 개념으로 이용된다. 어떤 상품의 소득탄력성은 소득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 그 상품에 대한 수요량이 변화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먹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 찍기도 좋아하는 K씨는 퇴근 후 밤마다 인터넷 홈쇼핑 몰에서 카메라 렌즈를 찾아보지만 실제로 사지는 않는다. 갖고 싶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K씨는 식료품비와 외식비로 다른 사람들의 1.5배 이상을 지출하고 있지만 식비를 줄여서 카메라 렌즈를 살 생각은 하지 않는다. K씨의 애인도 이 사실을 알지만 밥 먹을 때의 행복한 얼굴을 떠올리며 이 정도의 식비 지출은 K씨에게 필수적인 것이므로 굳이 식비를 줄여 카메라 렌즈를 사지는 말라고 권유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100%의 상여금을 받게 된 K씨는 밤마다 봐왔던 카메라 렌즈를 일시불로 구매했다. 카메라 렌즈를 사고도 상여금의 절반 이상 남았지만 식비 지출을 늘리지는 않았다. 2년 후 K씨가 다니는 회사 상황이 악화되어 시간급을 유지하는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적은 월급여를 받게 되었다. K씨는 가지고 있던 카메라 렌즈를 중고시장에서 팔았지만 식비를 줄이지는 않았다. K씨의 애인도 혹시 부족하면 자신이 더 낼 테니 계속 잘 먹으라고 K씨를 다독였다.

쉽게 알 수 있듯이, 위 예에서 K씨에게 카메라 렌즈는 사치재이지만 식비는 필수적인 지출 항목이다. 사치재와 필수재 수요량의 변화는 단지 소득이 증가할 때에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감소할 때에도 구분된다. 표 1에 나타낸 「사회조사」의 응답 결과가 의외로 여겨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재정상황이 악화된다면 가장 먼저 식비 지출을 줄이겠다고 했다면, 현재 많은 한국인들이 사치스러운 식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면 이미 충분히 빠듯한 소비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식료품비와 외식비를 합친 식비의 응답비중이 1순위에서만 근소하게 감소하였는데, 정확히 반대 패턴으로 늘거나 줄어든 항목이 연료비이다. 현재를 사는 한국인들이 식비나 연료비로 사치스럽게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미 다수가 ‘사회생활에 필요한 수준’에 맞춰 빠듯한 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일 듯하다.

 

표2

 

표 2는 주관적 소득수준에 대한 응답별로 2013년의 1순위 긴축 항목을 나타낸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정도는 가구의 생활에 필요한 ‘최소 금액’에 비해 실제 소득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약간 모자람 43.24%, 매우 모자람 22.98%). 여유 있다고 느끼는 비중은 9%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관적 소득수준별로 의미 있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가구 생활에 필요한 최소 금액에 비해 소득이 여유 있을수록 외식비와 문화여가비의 응답 비중은 늘고 식료품비와 연료비의 응답 비중은 감소한다. 게다가 2011년과 비교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다. 가구 생활의 ‘최소 금액’과 비교하여 실제 소득이 여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절반 이상 감소하기도 했지만, 여유 있다는 응답자 내에서도 문화여가비를 선택한 비중은 줄고 외식비를 선택한 비중은 늘었다. 일련의 응답 결과는 현대 한국인이 경험하는 경제적 삶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해야겠다. 혹시 사람들이 기대하는 가구 생활의 ‘최소 금액’이 너무 높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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