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 사회 vs 다주택자가 돈을 버는 사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모든 가구에게 양질의 주택이 제공되는 사회’일까, 아니면 ‘많은 주택을 가진 사람이 맘껏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회’일까? 최근 주택관련 법률 개정을 보면 현재의 정부와 국회는 이 당연한 질문에 올바른 답을 내기가 어려운 듯하다.

2015년 8월 이전까지 주택과 관련된 법체계는 주택법, 임대주택법, 공공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택지개발촉진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를 주거기본법(2015년 6월 22일 제정), 주택법(2015년 6월 22일부터 8월 28일 일부⋅타법개정),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2015년 8월 28일 전문개정), 공공주택 특별법(2015년 8월 28일 일부개정), 택지개발촉진법(2015년 6월 22일 타법개정), 공동주택관리법(2015년 8월 11일 제정) 등의 체계로 전환하는 법 개정이 진행되었다.

얼핏 보기에는 이러한 개정 작업이 부문별로 근거법을 명쾌하게 나누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찾아봐야 하는 법이 적은 것이 항상 옳다. 특별법이 난무하는 것은 전혀 선진스럽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일한 법률에 있던 일부 내용을 별도의 법령으로 분리하는 과정은 해당 내용이 기존 법률의 어떤 내용으로 인해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거나, 반대로 해당 내용이 다른 어떤 내용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전자의 경우 기존 법률 상 철학 및 규제의 사문화를, 후자의 경우 신규법률의 유명무실화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 비합리적이고 사회의 통념이나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이라면 해당 내용을 폐지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해당 내용을 폐지하지 않고 법률의 내용을 분리한다는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노골적으로 맞춰주는 것이 국민정서에 반하여 정치적인 부담이 있거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뜻할 수 있다. 여러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법체계가 날로 복잡해지는 것에는 이런 정치적 맥락이 존재한다. 사회정의에 민감한 선진사회일수록 법체계는 되도록 단순한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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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2015년 8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된 주택관련 법체계의 개정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중요 사항을 살펴보면, 첫째, 주택법에 규정되어 있던 주거복지 및 주거권 보장에 관한 공공의 의무 등을 떼어내 주거기본법으로 넣었다. 둘째, 주택법과 임대주택법의 규제를 받던 임간임대사업 등의 내용을 임간임대 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분리하면서 지원내용으로 전환하였다. 셋째, 주택법, 임대주택법,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공공임대주택 및 공공분양주택에 관련된 내용을 묶어 공공주택 특별법으로 개정하였다.

 

주거기본법 제정 : 주거복지와 주거권의 강화?

이러한 주택관련 법체계의 개정에 대한 우려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주거기본법 제정의 취지가 “「주택법」은 아직도 주택건설 및 공급 관련 사항이 주요내용을 구성하고 있고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내용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지만, 주택법의 경우 벌칙을 두고 있는 강행규정인 것에 비해 주거기본법은 선언적 의미의 ‘기본법’이다. 기본법의 특성상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수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관련 정책에 그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수많은 기본법의 내용들이 정부의 해석에 따라, 재정부족 등의 이유로 사문화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맥락에서, 주택법에 주거복지에 대한 규정이 들어있다고 해서 실제로 구현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행규정을 담고 있는 실행법에 직접 언급되어 있는 것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좀 더 부담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주거복지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경우 주거기본법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주택에 대한 국가철학 : 사회복지의 기초 vs 영리의 수단

둘째, 국가의 주택에 대한 철학이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개정되기 전 주택법에 규정된 국가 등의 의무에는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이 저소득자·무주택자 등 주거복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할 것”(주택법 3조4호

[전문개정 2009.2.3.])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즉, 주택이라는 것은, 공공의 지원을 받는 주택의 경우로 최소화하더라도, 실수요자에게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철학이었다. 따라서 실수요자도 아닌 사람이 실제 거주하지도 않을 집을 매집하여 잇속을 챙기는 것은 무거운 세금을 물려야 하는 행위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이러한 사회정의가 제대로 구현되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주거기본법 3조에 ‘주거정책의 기본원칙’을 살펴보면, ‘실수요자에게 주택이 돌아가게 해야 된다’는 내용은 없으며, 대신에 “양질의 주택 건설을 촉진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주거기본법 3조3호)”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만약 이 조항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라면 시대 흐름에 맞는 원칙일 수 있으나 이 정부 들어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줄이고 민간임대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쏠리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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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122) 주택 관련 법체계 개정의 우려 : 영리주택의 고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