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대응방안으로 내세운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법이 부결되자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다. 당사자 부모는 물론 아동학대 동영상을 접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어린이집 CCTV가 아동학대를 막을 안전핀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 했다. 동시에 이 역시 근본대안이 되지 못하며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최우선해 바꿔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의견 대립이 극명한 가운데 어린이집 CCTV 의무설치를 포함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CCTV 설치 논란과 아동학대를 막을 근본대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외국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사건으로 아동학대를 막을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외국 보육 및 교육시설 CCTV설치 사례

외국에서도 보육시설이나 교육시설 내 아동 학대나 폭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아이들의 안전과 보호는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더라도 아동 시설 안에 CCTV를 설치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주요국에서 CCTV는 여전히 기물 파손이나 외부 침해자에 대비한 방범용으로 활용되며, 설치 장소도 출입구 등으로 제한적이다. 일부 나라에서는 교실 안에 CCTV설치 논의가 된 적은 있으나, 아동과 교사의 인권이나 사생활보호법과 크게 배치되어 쟁점이 컸다. 대신 아동 학대 재발방지를 위한 다른 차원의 노력이 더 강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육시설 내 폭행이나 학교 내 총기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CCTV 설치도 늘어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연방정부 차원에서 CCTV 설치와 관련한 법규는 없더라도 영상촬영과 녹음 금지, 엄격한 관리로 이해당사자들의 인권을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기기 설치장소는 학교 출입문이나 운동장, 통로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교실 내 설치는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CCTV를 설치에 따른 학생의 안전이 얼마나 담보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효과가 검증되지 못하고 있으며, 설치에 따른 막대한 재정 문제도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영국에서도 CCTV 의무설치가 명문화되어 있지 않으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CCTV 설치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와 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 해커들에 의해 시설 영상이 유출된 적이 있어 정보 관리에 경종을 울린 경험도 있었다. 개인정보의 남용이나 개인정보침해에 엄격하고, CCTV 열람 시 이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영국에서 CCTV는 모니터링 차원에서 인기가 있으나, 교사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가 높은 시설에서는 이 같은 기기를 놓지 않는다.

독일은 보육시설이나 교육시설 내 CCTV 설치 관련 논의가 전혀 없는 나라 중 하나다. 2000년 이전에 아동의 훈육과 교육에 있어서 폭력을 엄격히 금지했기 때문이다. 만일 사건이 일어나면 단시간 내 법적 대응이 가능하며, 공교육기관은 물론 민간 시설에 대한 감독도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독일은 개인의 정보보호정책도 엄격해, 우리와 같이 CCTV 의무설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어 보인다.

핀란드는 공교육을 신뢰하는 분위기 안에서 학교나 가정 안에서의 폭력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대신 최소한의 용도로 CCTV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보육시설이나 학교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동 학대나 폭력 등을 대비한 안전계획을 세우고 있다. 핀란드 역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공간에 CCTV 설치는 금지하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안에서 교사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유로운 교육활동도 보장하는 신뢰가 강하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보육시설 안에서 아동에 대한 학대 문제가 커지면서 CCTV는 물론 라이브 카메라 설치가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카메라로 인해 교사와 아동이 불쾌함을 느끼고 생활이 부자연스런 부작용을 염려해 아직은 방범효과로만 제한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어느 나라도 보육시설이나 교육시설의 CCTV 의무설치를 명문화한 나라는 없다. 우리처럼 아동학대가 빈번한 나라에서조차 교사나 아동의 사생활침해를 우려해 매우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 가정에서 폭력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거나,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면 법적인 대응이 신속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계획이 사전에 세워져 있으며, 교사와 교육에 대한 신뢰도 높은 경우 오히려 아동학대 방지 효과가 높아 보인다. 이러한 요건을 갖춘 나라들에서는 굳이 CCTV에 아이의 안전을 맡기지 않고 있다(표1 참조).

CCTV 의무설치 논란, 교사 자존감 더 낮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 정부의 단골 대응책은 어린이집이나 교사에 대한 행정처분 강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행 영유아보육법에는 이번 같은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어린이집 종사자에 경고조치나 교육, 상담 정도로만 명시되어 즉각적인 법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학대 발생 시 즉각적으로 운영과 자격을 정지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2015년 1월 현재, 보육시설 CCTV 설치율은 24.8%)하는 내용을 담아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제안했으나,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CCTV 의무설치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분분했다. CCTV 설치는 사후 사건의 증거자료는 될 수 있을지언정 예방책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어린이집에서도 CCTV는 설치되어 있었으나, 아동학대를 피할 수는 없었다. 또한 CCTV 설치를 한다고 아이의 안전을 보장하기는 더욱더 어렵다. CCTV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설치비용과 촬영내용의 보관에 따라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관리와 감독과 관련한 상세한 규정, 교사와 아동의 인권침해 위법성도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CCTV 의무설치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근시안적 대응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교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더 후퇴시키는 정책으로 반대가 컸다. 여러 연구조사로 알려져 있듯이, 보육교사는 사회서비스 종사자 중에서도 더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보육교사가 하루 평균 9.6시간을 일하고 112만원을 받으며, 시설장의 지시 통제도 강하고 학부모로부터도 상당한 언어폭력을 경험하는 등 스트레스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 때문에 보육교사의 근속연수는 2.9년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육교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 시설의 5%도 되지 않는 등 안정적인 공보육 토대기반이 만들어져있지 못하다.

아이와 밀접하게 관계하는 보육교사의 장시간 저임금 근로환경을 개선하거나, 질 높은 보육을 담보하기 불가능한 교사 대 아동비율을 낮추고,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은 정부의 대응방안 어디에도 없었다. 국민들의 분노에 편승해 CCTV 의무설치를 내걸면서, 교사들을 오히려 불신의 대상으로 몰아가며 어린이집을 떠나게 하는 부작용마저 나타나고 있다.